국내 최다 승수 마주가 말하는 ‘진짜 마주의 삶’

경주마가 성장하는 동안 필요한 훈련비와 사료비, 인건비는 물론이고 훈련시킨 경주마가 성적이 저조해 생기는 손실 역시 마주의 몫이다. 그런 면에서 경주마를 단순히 투자의 개념으로 본다면, 이 씨는 한마디로 성공한 투자자인 셈이다.
이 씨에게 성공 비결을 물으니, 그는 자신의 능력이 아닌 좋은 인연이 가져온 결과라고 답했다. 기다림이 곧 마주의 역할이라고도 했다. “제가 해야 할 고민을 현장에서 훈련하는 조교사님들이 대신 다 해준 덕분입니다. 마주가 할 수 있는 것은 믿고 책임지는 것뿐이에요. 잘 되면 말 덕, 기수 덕, 조교사 덕이고, 잘못되면 내 복이 없어서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 씨가 경마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아버지와의 어린 시절 추억 때문이었다. 해방 전 대구 벌마동 경마장 인근에서 자란 이 씨의 아버지는 경마장 풍경을 자주 회상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경주마들이 대구역에서 벌마당까지 오는 모습이 그렇게 장관이었다고 합니다. 기수 복장을 한 기수들과 그의 가족들이 짐을 끌고 오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구경했다고 하셨어요.”

1등 마주 이 씨에게도 마냥 좋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난도 시련도 있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는 깊은 슬럼프를 겪었고 적자가 계속됐다. 마주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이 씨는 그만 두기 보다 말을 맡긴 조교사들을 믿으며 참고 기다리는 길을 택했다. “성적이 안 나온다고 화를 내면 오히려 더 나빠질 뿐이죠. 말을 훈련하는 조교사님들이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조교사를 믿고 기다려야 합니다.”
경주마의 인생은 짧다. 말 한 마리가 평생 경주마로 활동하는 기간은 출전하는 모든 경주를 합쳐도 평균 30분 남짓의 시간이다. 이씨는 “30분을 위해 5~6년간 모든 것을 쏟아부어 훈련합니다”고 말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이기는 찰나의 순간은 화려하지만, 그 짧은 환호를 위해 피땀 흘린 노력과 기다림 등 인고의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유한 말이 경주에서 승리했을 때 주는 기쁨이 크지만, 돌아서면 걱정과 스트레스가 끊이지 않는다. “말은 괜찮아요?”라는 질문이 이 씨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면서, 우승 직후 조교사에게 항상 먼저 하는 말이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마주로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말의 부상이다. 이 씨는 “마주들이 가장 싫어하는 전화가 경마장에서 아침 10시 이전에 걸려오는 전화입니다. 간밤에 무슨 사고가 났다는 뜻이거든요”라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이 씨에게 ‘마주가 생각하는 경마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말은 눈이 참 선량하고, 근육은 헤라클레스처럼 멋집니다. 그런 동물이 사람과 교감하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처절하게 달리는 모습은 한순간도 시선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그 압도적인 에너지와 열기가 바로 경마가 주는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