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사퇴 시기 ‘오락가락’
김희재 씨의 이사 선임을 담고 있는 CJ의 사업 보고서는 3월 30일 공시됐다. 이 사업보고서는 2006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경영현황을 담고 있다. 따라서 김 씨의 상무 선임은 2006년 12월 31일 이전에 이뤄진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CJ 관계자는 “1년 전쯤 선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즉 2006년 5월쯤 선임됐다는 해명이다.
그런데 지난 5월 15일 역시 CJ가 공시한 ‘분기보고서’ 임원의 현황에선 ‘김 상무’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분기보고서는 1분기, 즉 올해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의 현황이고 그 사이에 김희재 상무는 퇴임, ‘회장 사모님’으로 돌아간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첫 번째 의문이 생긴다. 기자가 ‘김희재 상무 선임’을 취재하던 당시는 5월 초, CJ 관계자와의 통화는 5월 10일 진행됐다. 당시 CJ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 계시면서 CJ개발의 디자인 자문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최근에 CJ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 6월쯤 퇴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분기보고서가 맞는다면 ‘김 상무’는 최소한 3월 31일 이전에 퇴임했어야 한다. 그런데 CJ 관계자들의 발언과 정황을 종합하면 최소한 5월 10일까지도 상무 직책을 수행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보고서가 잘못됐거나 ,CJ 관계자들이 잘못 알고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일요신문> 783호 보도(5월 14일 발매) 이후 공시 직전 분기보고서를 ‘손’봤거나 셋 중 하나라는 얘기다.
두 번째 의문점은 ‘김 상무의 역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 상무의 소속은 ‘미국 본사’였다. 하지만 취재 당시 CJ아메리카에선 “그런 분은 없다”고 했다.
한데 이번 퇴임과 관련해 CJ 측은 “김희재 씨가 디자인을 전공해서 CGV 뚜레쥬르 등 CJ 브랜드의 미국 진출과 관련해 사업장 인테리어 자문 등을 했다. 원래 해외법인 임원 선임은 국내와는 많이 다르다”고 밝혔다. 지난번 해명은 사업보고서의 내용과 다르고, 최근의 해명은 지난번의 해명과 다르다. 어느 시점의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없지만 ‘진술’의 신빙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CJ 측은 “김 상무는 비상근 명예직이었고 무보수였다. 뭐가 아쉬워서 생활비를 받아썼겠느냐. 말도 안 된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 5월에 기자와 통화한 CJ 관계자가 “임금은 개인적인 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의혹 때문에 세무당국의 조사설도 떠돌았지만 CJ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세무당국의 조사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일요신문> 기사가 회자되면서 확대 재생산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래 임시직이었는데 맡은 업무가 종료돼서 퇴임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어쨌거나 이번 ‘재벌 총수 사모님의 뜻밖의 경영 외출’은 미스터리만 남긴 채 끝이 났고 CJ의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을 듯하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