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현실과 괴리감 느낀다는 반응도…인기 스타에 의존 않고 새 얼굴 캐스팅 성공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언슬전)’은 시작부터 여느 드라마들과 다른 위치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다양한 소재를 선택한 의학 드라마들이 꾸준히 제작됐지만 이번 작품은 아직은 서툰 전공의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실수하면서 성장하는 초보 의사들에 주목했다.

#드라마에 반전의 열기 지핀 ‘로맨스’
“판단은 시청자가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언슬전’을 기획한 신원호 PD가 방송 전 내놓은 말이다. 전공의 파업의 여파로 당초 일정보다 1년 늦게 드라마를 방송하는 상황에서 작품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시청자의 몫이라는 의미를 담은 발언이다.
신원호 PD는 ‘언슬전’의 원작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연출자다. 조정석, 유연석, 전미도 등이 주연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대학교 99학번 동기인 5명의 의사들이 고통받는 중증 환자를 치료하고 위로하는 이야기로 크게 사랑받았다. ‘언슬전’은 여기서 파생된 스핀오프, 번외편 이야기로 주인공을 각 분야 전문의에서 신입인 전공의로 바꿨다. 이른바 ‘슬기로운 세계관’을 시도하는 작품이지만 전공의 파업의 악재가 불거졌고 각종 브랜드의 PPL(간접광고)을 받은 상태에서 방송이 미뤄져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제작진은 물론 배우들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우려 속에 출발한 드라마의 주인공 4명은 아직 의사로 실력이 부족하고 경험도 없어 늘 실수하고 혼나기 일쑤다. 하지만 환자의 곁을 지키면서 의사의 역할과 책임을 고민하고 성장한다. 병원을 떠난 대다수 전공의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현실을 떠올리면, ‘언슬전’ 속 전공의들의 헌신적인 모습은 ‘판타지’처럼 느껴진다는 반응도 쏟아졌다.

#드라마 보면서도 계속 떠오르는 ‘현실’
‘언슬전’을 이끄는 4명의 주인공은 성향이 제각각인 MZ세대다. 오이영은 마이너스통장에 있는 대출금 5000만 원을 갚기 위해 억지로 병원에 취직했다. 언제든 병원을 관둘 수 있다고 말하면서 툴툴 대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언제나 용기 있는 책임감으로 제 몫을 해낸다.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다가 팀이 해체되면서 공부에 집중해 의사가 된 엄재일(강유석 분)은 주치의를 맡은 환자의 곁을 며칠 밤낮으로 지킨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환자와 그 가족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따뜻함도 지녔다. 또 다른 전공의 표남경(신시아 분)은 의료진이 조심스러워하는 까다로운 환자의 마음까지 녹이는 특유의 편안함을 가졌다. 이들은 늘 환자가 필요로 할 때 한달음에 달려가고, 어떻게 하면 고통을 줄여 치료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 벽을 넘지 못한 결과는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시청률로 나타난다. 4월 12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3.7%로 출발한 뒤 줄곧 4%대에 머물면서 폭넓은 시청층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시청률이 다소 상승했지만 앞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방송 내내 10%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인 기록과 비교하면 저조하다.

물론 ‘언슬전’이 거둔 미덕은 있다. 제작진은 인기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얼굴을 적극적으로 찾아 배치하는 ‘캐스팅 실력’을 다시 인정받았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그동안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정우와 류준열, 이혜리, 이동휘, 안은진 등을 발굴해 스타로 만든 바 있다. 이번 드라마의 최대 수혜자는 구도원 선배를 연기한 정준원으로 꼽힌다. 이미 연기 경력 10년째이지만 인지도가 낮았던 그는 고윤정을 짝사랑하게 만든 인물이자, 후배들을 든든하게 살피는 능력 있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언슬전’을 계기로 ‘대세’로 인정받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