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추진 앞두고 ‘에이텍세종’ 인수 뒷말, 박상은 위원장 사임 직후 의결…애경산업 “일신상의 사유”

애경그룹이 애경산업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유동성 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K홀딩스의 지난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59.3%로 2024년 말 328.6% 대비 30.7%포인트(p) 상승했다. AK홀딩스는 2024년 12월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가 취소한 바 있다.
당시 나이스신용평가가 AK홀딩스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BBB’다. 신용등급 BBB는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은 인정되지만 장래 환경 변화로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존재할 때 부여된다.
현재로서는 매각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애경그룹 측은 보유 지분에 대한 가치를 6000억 원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현재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약 3900억 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애경산업의 현재 상황도 여의치가 않다. 지난 1분기 애경산업은 매출액 151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3.3% 급감했다.
기존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는 부분은 애경산업이 매각 추진을 본격화하기 전 채동석 부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의 지분이 대거 포함된 에이텍세종을 인수한 것이다. 애경산업은 4월 18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에이텍세종 지분 전체인 2만 4950주를 123억 2400만 원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에이텍세종의 주주 구성을 보면 애경피앤티 대표 등을 역임한 윤광호 대표가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지분 50%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0.10%),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28.67%), 차남 채동석 부회장(17.91%), 삼남 채승석 AK홀딩스 지속가능경영실장 부회장(3.32%) 등이 보유하고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에이텍세종 지분을 취득한 목적은 ‘수직계열화 체제 구축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 및 경영 효율성 제고’”라고 말했다.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애경산업이 화장품용기 생산업체인 에이텍세종 인수를 통해 경영효율화를 도모했다는 설명이다.
인수 금액이 적절한지도 논란거리다. 2024년 말 에이텍세종의 순자산은 102억 원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애경산업이 에이텍세종 주주들에게 약 2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지분을 매입한 셈이다. 에이텍세종의 매출 구조를 보면 애경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2024년 기준 에이텍세종이 애경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올린 매출은 약 108억 원이다. 이 기간 에이텍세종 전체 매출 186억 원의 약 58% 수준이다. 에이텍세종의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률은 1.2%로 집계됐다. 에이텍세종은 2021년 12월 에이텍에서 인적분할하면서 설립됐는데, 매년 기록한 영업이익은 1억~5억 원 수준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일가이자 대표이사가 속한 회사가 오너일가 지분이 많은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오너일가 사익 편취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특히 애경산업은 상장사이기 때문에 오너일가 회사 인수 후 애경산업의 가치가 올랐다는 점을 경영진이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에이텍세종 인수 관련 이사회 의결에서 대표이사인 채동석 부회장은 특별관계자라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에이텍세종 인수대금은 외부 평가기관을 통해 결정된 금액으로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이텍세종이 애경산업에 인수되면서 내부거래 지적을 해소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눈길을 끄는 점은 지난 3월 26일 감사위원으로 뽑힌 박상은 사외이사가 불과 한 달도 안 된 시점인 4월 16일 사임한 것이다. 그는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내부거래위원회는 최대주주 등 이해관계자와 회사 간 거래에 대해 심사 및 승인을 하는 곳이다.
공교롭게도 박상은 사외이사 사임 이틀 뒤인 4월 18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에이텍세종 인수가 결정됐다. 앞서의 애경산업 관계자는 “박상은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며 “에이텍세종 인수를 위한 이사회에서는 다른 이사가 위원장을 맡아 이사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박상은 사외이사의 사임에 대해 등기를 하지 않은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박상은 사외이사가 사임한 지 한 달이 넘어가도록 등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장 회사의 경우 임원 변경 2주일 이내 등기를 마무리해야 한다. 만약 임원 변경 등기를 기한 내 하지 않을 경우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법인등기부등본에는 여전히 박상은 사외이사가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후임 감사위원이 선임되지 않아 박상은 사외이사 사임 후 등기를 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박상은 사외이사 사임 관련 등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 한 관계자는 “상장사의 경우 후임 감사위원 선임과 무관하게 등기 이사 사임 이후 2주 이내 등기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애경산업 자회사로 편입된 에이텍세종은 정창원 애경산업 상무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금호피앤비화학 영업 임원 출신인 정창원 대표는 2020년 상무 직급으로 애경그룹에 합류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