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폭발·치약 독살에 로봇총·드론으로 표적 제거…암살 전문팀 오직 이스라엘 총리 명령에만 복종
또 한번 정밀 타격의 위력을 발휘한 이스라엘의 치밀한 작전에 전 세계가 놀라고 있는 가운데 과연 어떻게 이란 깊숙한 곳에서, 그것도 요주의 핵 시설과 인물만 골라서 표적으로 삼을 수 있었는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이스라엘 군의 은밀한 기습 공격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름만 널리 알려진, 비밀에 싸인 한 조직의 지원이 있었다. 바로 이스라엘의 대외 비밀정보기관인 모사드다.

1949년 나치의 집단 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을 팔레스타인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외무부 산하 정치국으로 출범했으며, 1951년 총리 직속기구로 재편된 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요원 수는 팔레스타인, 레바논 등지에서 활동을 펼치던 1980년대에는 최대 2000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1200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서는 정보수집, 정치활동, 심리, 연구, 기술 등 총 8개 부서로 구성되어 있다.
모사드의 주요 임무는 대외 첩보 활동, 정보 수집, 대테러 작전, 해외 공작, 표적 제거(암살) 등이다. 주로 나치 전범을 추적하거나, 중동 아랍 국가(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란 등)를 상대로 한 비밀 작전을 수행한다. 그 밖에도 어떤 나라든 이스라엘을 공격하거나 이스라엘인을 납치 및 살해할 경우, 지옥까지 쫓아가서 표적을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모사드 내 비밀 작전 부서이자 잠복 근무팀인 카이사레야의 활동은 치밀하고 은밀하기로 악명이 높다. 1970년대 초 창설됐으며, 아랍 국가를 비롯한 중동 전역에서 광범위한 첩보망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표적이 될 만한 요주 인물을 감시한다. 표적으로 삼고 있는 적은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시리아, 레바논, 이란 및 유럽 등 광범위하다.

키돈의 규모는 50~70명 정도로 추정되며, 주로 특수작전부대에서 차출된 암살 및 파괴 작전에 특화된 전문 킬러들로 구성되어 있다. 키돈은 추적자, 운반자, 보조자, 암살자 등 네 명의 숙련된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추적자는 표적을 찾아내는 임무를 맡고, 운반자는 암살자를 표적 위치로 인도하는 역할을, 보조자는 오토바이나 차량의 운전사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암살자는 표적을 사격하거나 표적의 차량에 점착 폭탄을 부착하는 임무를 맡는다.
키돈 요원은 네게브 사막에서 최대 2년간 훈련을 받은 후 이스라엘의 적대국이나 출입이 금지된 점령 지역에 깊숙이 투입된다. 훈련 과정에서는 각종 무기와 폭발물을 다루는 법, 미행 기법, 호텔 객실 침입 방법, 권총을 숨기는 방법, 위장 방법 등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훈련을 받은 키돈 요원들은 빠른 속도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서도 정확하게 표적을 겨냥하는 등 뛰어난 사격 솜씨를 갖추고 있다.
키돈 요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암살 방법 가운데 하나는 점착 폭탄을 이용한 원격 암살이 있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표적을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가령 2011년, 테헤란대학 교수 마수드 알리-모하마디의 경우, 출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다가 골목에 서있던 오토바이가 폭발하면서 사망했다. 이 오토바이는 키돈의 암살 요원이 미리 점착 폭탄을 부착한 후 정차 시켜둔 일종의 암살 무기였다. 또한 핵과학자 겸 엔지니어인 마지드 샤히아리는 자동차 문에 부착된 폭탄이 터져 사망했으며, 핵과학자인 모스타파 아흐마디 로샨 역시 차량 하부에 부착되어 있던 자석 폭탄으로 암살 당했다.
1996년에는 하마스의 폭탄 제조 기술자이자 ‘엔지니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야히야 아야시가 휴대폰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이 작전을 위해 모사드는 아야시의 측근 가운데 한 명을 포섭한 후 그로 하여금 감시 장비와 폭발물이 내장된 휴대폰을 아야시에게 건네도록 했다. 아야시는 부친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면서 측근이 건네준 휴대폰을 받아들었고, 당시 주변을 감시하고 있던 이스라엘 정찰기는 통화 내용을 도청해 아야시의 신원을 확인한 후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얼마 후 휴대폰 속에 설치돼 있던 폭탄이 원격 조종으로 작동됐고, 아야시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이 밖에 키돈이 주로 사용하는 암살 기법으로는 독살이 있다. 가령 치약 튜브에 독극물을 주입하거나 독극물이 주입된 치약 튜브로 바꿔치기 하는 방식이다. 1978년 민간여객기 납치 및 테러 기획자로 유명했던 팔레스타인해방전선의 와디 하다드 역시 이런 방식으로 암살 당했다. 이 중 스파이를 통해 모사드는 그가 사용하는 치약에 몰래 독극물을 주입해 놓았으며, 하다드는 몇 주 동안 원인 불명의 병을 앓다가 결국 사망했다. 당시 의사들은 의심은 했지만 결정적인 독살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고, ‘뉴욕타임스’에 실린 부고 기사에는 사망 원인이 암으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하필 어린 딸이 마샬의 뒤를 따라 달려가는 바람에 요원들의 수상한 행동은 들통이 나고 말았다. 위험을 감지한 운전기사가 소리를 쳤고, 마샬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요원들이 분사한 독극물은 마샬의 귓부분에 스치는 데 그치고 말았다. 현장에서 도망친 요원들은 결국 체포됐고, 심문 과정에서 정체가 탄로났다. 당시 이 사건은 외교적 위기로 비화했으며, 이스라엘은 해독제를 제공하고 요원들을 송환받는 조건으로 하마스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협상을 벌여야 했다.
이 밖에도 모사드 요원들이 사용하는 암살 기법으로는 로봇총, 드론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AI(인공지능) 첨단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그 결과 원거리에서도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전략적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다시 말해 현장에 암살범이 투입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멀리서 버튼 하나로 총을 발사해 적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한번은 레바논 내 헤즈볼라 대원들이 소지한 수백 개의 호출기를 원거리에서 폭발시키는 대규모 파괴 작전을 감행한 적도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의 아버지로 불렸던 모센 파흐리자데를 원격으로 암살했던 사건이었다. 길거리에 정차해둔 차량 뒷부분에 인공위성 제어형 로봇 기관총을 설치해 암살하는 방식이었다. 이 기관총은 조각조각 분해된 채 이란으로 밀반입된 후 조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암살 현장에 모사드 요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소형 드론을 이용한 타격 방식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무장 드론은 상업용 장비나 일반 물자로 위장되어 적국으로 밀반입되며, 현지에 잠입해 있던 모사드 요원들이 이를 외진 지역이나 공장 또는 지하 공간에 분산 배치한 후 작전 명령이 떨어지면 공격을 개시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모사드의 표적 암살 및 정밀 타격은 어떤 방식을 거쳐 이루어질까. 표적을 식별하는 데는 인간 정보원과 AI 기술이 동원된다. 가령 위성사진, 감청자료, 내부 통신기록, CCTV 해킹 영상, SNS 및 이메일 등을 분석해 표적이 어디에 있는지 시간별로 분석하고 예측한다. 잠재적 표적들은 지도부, 군사, 민간, 기반시설 등 위험도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분류된다.
표적이 식별되면 모사드는 해당 표적이 암살할 가치가 있는지, 그 이점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이 최선인지에 대한 정보 분석과 평가 작업을 수행한다. 모사드의 암살 전담팀이 작성한 표적에 대한 정보 파일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장 회의체, 즉 ‘바라쉬’에 제출된다. ‘바라쉬’는 모사드, 신베트, 아만 등 이스라엘의 주요 정보기관 수장들이 모인 합동 위원회로, 작전 계획을 토론하고 조언을 제공한다. 단, 법적으로 작전을 승인할 권한은 없다. 암살 작전의 최종 승인 권한은 오직 이스라엘 총리에게만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보 전문가인 로넨 베르그만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총리가 혼자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다. 대개는 국방부 장관 등 한두 명의 장관과 논의하는 과정을 거친다"라고 부연했다.
총리의 승인이 떨어지면 작전은 다시 모사드로 넘어가며, 이 단계에서 모사드 요원들은 세부 계획을 수립하면서 실행 준비에 들어간다. 표적의 위치나 경호 수준, 정치적 여건에 따라 준비 기간은 짧게는 몇주 에서 길게는 수개월~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사이버 공격부터 정밀 타격까지 수백 건의 비밀 작전을 감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번도 공식적으로 관련 여부를 인정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비밀 작전에 대한 국제 사회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이스라엘 자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자위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제 인권 단체 등 이를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법적 절차 없이 행해지는 엄연한 살해 행위이기 때문에 국제법에 저촉된다며 항의하고 있다.
내부에 침투한 외부의 적…모사드의 ‘유령 군대’에 떨고 있는 이란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과 암살로 충격에 빠진 이란이 모사드의 ‘유령 군대’ 때문에 공포에 떨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미 이란 내부 깊숙이 침투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사드의 비밀 요원들이다. 최근 벌어진 이스라엘의 공습 역시 이란 내부에서 활동하고 있던 모사드 요원들의 도움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런 공포는 더욱 극에 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CNN은 “이란 당국은 전례 없는 편집증 상태에 빠져 있다. 모사드 스파이들이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모사드는 이란 정권 내부의 취약성을 파고들고, 첨단 기술을 활용해 조직 깊숙이 침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란 정권 내부에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곳곳에 스파이가 침투해 있다는 공포 속에 이란은 다수의 용의자를 체포한 후 속속 처형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스파이 색출을 위해 국민들의 협조도 당부하고 나섰다. 스파이로 의심되는 활동을 목격하면 즉시 보고할 것을 요청하는 등 감시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 정보부는 성명을 통해 “마스크나 고글을 착용한 낯선 사람, 픽업트럭을 운전하며 군사 및 산업시설 혹은 주거지 인근을 촬영하는 사람, 크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국영 매체인 ‘누르 뉴스’가 제작한 포스터에 따르면 ‘밤에도 마스크, 모자,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람, 택배를 자주 받는 집, 낮에도 커튼을 치고 있는 집, 이상한 소리(비명, 금속 기계음, 반복적인 두드림 등)가 들리는 집’은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심지어 새 임차인에게 집을 임대할 경우에도 즉시 경찰에 보고해야 한다.
이처럼 모사드가 이란 내부에 남긴 불신은 이란 체제를 와해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모사드의 활동은 단순한 군사 작전 그 이상이다. 모사드의 존재 자체가 ‘심리적 무기’가 된 것이다. 실제 혁명수비대(IRGC)는 불신과 두려움과 혼란 속에 대대적인 숙청과 조직 재편에 들어갔다.
모사드는 지금도 이란의 거리를 활보하면서 정보를 훔치고, 정밀 타격을 가하고, 사라지고 있다. 모사드는 이란의 지형뿐만 아니라, 정권의 정신까지 흔들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