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지 아파트에서 입주민 뒤따라 옥상 올라간 정황…학부모 “무용 강사와 마찰” 진상 규명 촉구

6월 25일 '일요신문i'가 찾은 사건 현장에는 사건을 짐작케 할 만한 흔적은 없었다. 사건 당일 화단 주변에 설치됐던 폴리스라인은 철거됐고, 입주민들은 무심히 단지를 오가며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입주민들은 사망한 여학생들을 잘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사망한 학생들 가운데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는 없었다. 다만 사망한 학생 가운데 한 명의 집이 이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사건이 새벽에 발생해 아침에 출근했을 땐 이미 현장이 정리돼 있어서 무슨 일인지 자세히 모른다”며 “단지 주민도 아닌 학생들이 왜 이곳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파트 CCTV에는 이들이 6월 20일 밤 11시 42분쯤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서 내린 뒤 옥상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평소 해당 아파트 1층 공동현관문이 잠겨 있어 사건 당시 여학생들은 입주민을 따라 아파트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여학생들이 입주민을 따라 단지 공동현관으로 들어갔다”며 옥상까지 올라간 방법에 대해서는 “옥상은 옥상문에 설치된 자동개폐장치 비상버튼을 통해 누구든 진입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옥상에서 여학생들의 자필 유서를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서에는 학업 스트레스 및 진학 등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담겼으며, 학교폭력 정황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미안하고, 슬퍼하지 말라는 내용이 유서에 담긴 것으로 보아 우발적인 선택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6월 24일 해당 학교 학부모회와 여학생들을 지도한 학원 강사 등은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월 무용과 전공 강사 14명 중 11명이 교체됐고, 3월 새학기 시작 직후 2학년 담당 신임 실기 강사와 학생들의 마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왜 세 명의 아이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정확한 사실에 기반해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아이들의 선택은 단순히 학업 스트레스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회 측은 6월 4일 해당 강사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며 학교 측은 아이들의 사망 사고 이후에 이 강사를 수업에서 배제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당 예술고 학교장의 채용 비리 의혹까지 불거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학교장은 2024년 해당 학교에서 교감으로 재직 당시 강사 채용 면접 질문을 유출한 의혹으로 교육청으로부터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학교장은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했다. 그는 글로벌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학교 관계자가 시험 면접 가면 뭘 물어보느냐고 묻기에 공통사항을 이것저것 말해줬다”면서도 “실제 면접 때는 그런 질문이 없었는데 이게 무슨 채용 비리인가”라며 반문했다.
한편 해당 학교는 법인 측의 인사권 개입 논란으로 일부 학부모와 갈등을 빚었고, 관련 민원도 다수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신문i'가 이와 관련한 학교 측 입장을 물었으나 학교 관계자는 “경찰조사도 안 끝났고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6월 25일 부산시교육청은 15명으로 구성된 감사반을 투입해 해당 고등학교 운영 법인 산하 전 학교를 대상으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시교육청은 이번 감사에서 학부모들이 제기한 민원을 비롯해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들여다볼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5일부터 특별감사를 진행 중이며,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경찰은 관련자 조사와 숨진 학생들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109/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승구 인턴기자 tmdrn304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