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때 기수로 활동하며 경마와 처음 인연을 맺은 김 조교사는 2005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개장 때 조교사로 정식 데뷔했다. 그는 21년간 7054회 경주에 출전했으며, 1539회 우승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국 경마 최초로 1500승을 달성하며 경마계에 전인미답의 이정표를 세웠다. 그는 남들은 한 번도 어려운 대상경주 우승을 무려 71차례 차지했으며, 17년 연속 최다승을 달성했다.
김 조교사는 현대판 백락이라는 별명답게 수많은 명마들을 배출했다. 선천적 장애를 극복하고 영화 ‘챔프’의 모델이 된 ‘루나’, 17연승의 최다 연승의 기록을 작성한 ‘미스터파크’, 대통령배 4연패를 달성한 ‘트리플나인’, 국내 최초 통합 삼관마 ‘파워블레이드’, 암말 삼관마 ‘즐거운여정’ 등 명마 탄생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양귀선 조교사는 40여 년을 경마계에 종사하며 부산경남 9조 마방을 이끌었다. 2011년 ‘크라운플래그’로 부산일보배 대상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최근에는 ‘대지초이스’를 관리하며 경마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양귀선 조교사는 “말은 인생의 동반자이면서 인생 그 자체”라며 “긴장과 경쟁 속에서 지낸 조교사 생활이 끝나서 마음은 편하겠지만, 새벽녘 출근해서 말들을 점검하던 시간들이 많이 그리울 것 같다”고 전했다.
6월 29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관람대에서 열린 은퇴 행사에는 두 조교사의 동료와 가족들이 함께해 마지막을 축하했다. 김영관 조교사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준 동료들 덕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은퇴 후에도 한국 경마와 말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영관·양귀선 조교사가 떠난 19조와 9조 마방은 7월 1일 조교사로 데뷔한 유현명·김도현 기수가 이어받는다.
#부경 최초의 영예 기수 유현명, 팬들 배웅 받으며 은퇴

2002년 9월 기수로 데뷔한 유현명 기수는 지난 6월 22일 마지막 출전까지 총 7559회 경주에 출전해 1253승을 올린 부경 경마 최고의 기수 중 한 명이다. 그는 2006년 경상남도지사배를 시작으로 2010년 그랑프리, 2019년 코리아스프린트, 2024년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까지 총 22개 대상경주에서 우승을 기록했다.
유 기수는 기록 제조기라는 별명답게 부경 기수 다승 부문에서 다수의 신기록을 보유했다. 2011년 부경 기수 최초 300승 달성을 시작으로, 2019년 1000승 달성까지 꾸준한 노력으로 수차례 부경 최초로 최고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고등학생 때까지 복싱 선수를 할 정도로, 일찍부터 남다른 운동신경과 성실함을 보인 그는 기수로 생활 내내 두 자릿수 승률을 유지했다.
특히 2015년에는 성실함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처럼 꾸준한 노력과 페어플레이 정신을 인정받아 부산경남 최초로 영예 기수에 선정됐다. 경마계의 명예의 전당이라 불리는 영예 기수(Honors Jockey)는 기수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로 선발 기준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현재까지 서울과 부경을 통틀어 단 9명의 더러브렛(경주마 품종) 기수만이 영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6월 29일 오후 1시 30분, 부경 관람대 1층 패밀리존에서 유현명 기수 팬미팅과 애장품 증정식이 열렸다. 선착순으로 진행된 행사는 기수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다양한 연령대의 경마팬들로 북적거렸다.
팬들은 모두 유현명 기수의 2019년 코리아스프린트 대회 우승 모습과 사인이 담긴 엽서를 들고있어 눈길을 끌었다. 유 기수는 그동안 함께해준 고객들에게 감사함을 전했고, 팬들은 방명록을 통해 소감을 남기고 기수의 앞날을 응원했다.
이후 유 기수는 관람대 4층에서 열린 은퇴식에 참석해 가족과 동료들의 축하 속에 공로패를 수여하고, 팬들에게 정식으로 작별 인사를 전하기 위해 부경 마지막 경주에서 유도마에 기승해 다시 한번 경주로를 밟았다. 유도마는 경주마가 출장마도에서 경주로로 출장해 출발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말로, 유 기수는 빨간 재킷을 입고 검은색 유도마에 올라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관람석 곳곳에서는 아쉬움과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유 기수는 “기수로 은퇴를 해도 조교사로 새로운 시작을 이어가기 때문에 떠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경마에 대한 남은 애정을 조교사로써 이어가려 한다”고 은퇴 소감을 남겼다. 팬들과 후배들에게 “가족처럼 친구처럼 뜨겁게 응원해 주시는 팬들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기수로 살아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했다. 앞으로 후배들 양성에 많은 보탬이 되고 싶다.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현명 기수는 7월부터 부경 19조를 담당하는 조교사로 활동을 시작한다. 팬들은 경주로를 독무대처럼 누비던 기수 유현명을 기억하며, 조교사 유현명의 다음 행보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