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단 없애고 질문자 ‘제비뽑기’ 등 새로운 시도…인선·국정방향 완성 안 됐는데 이르단 지적도

이번 기자회견은 이 대통령 취임 30일 만이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공식 기자회견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문재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300일이 넘어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7월 2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절박한 각오로 쉼 없이 달려온 지난 30일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4년 11개월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자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며 “당면한 현안부터 국정의 방향과 비전까지, 주권자 국민의 질문에 겸허히 답하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타운홀 미팅’ 형태로 배치됐다. 기자단이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반원 형태로 둘러앉았다. 기자단 좌석과 이 대통령 간의 거리는 1.5m 정도에 불과했다. 행사장에 바닥과 단차를 둔 연단을 마련하지 않아, 이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동일한 눈높이에서 앉은 채 회견에 임했다. 대통령실은 ‘탈권위적’ 무대를 만들기 위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견은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시작으로 기자들과 일문일답, 마무리 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개혁, 경제정책, 부동산 문제, 한미 관세협상, 한일관계, 남북관계, 인사 문제 등 최근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검찰이 가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며 시점은 “추석 전에는 제도 자체 얼개를 만드는 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재확인했다.
경제 정책과 관련, 3차 추경 가능성은 “일단 계획이 없다”면서도 “민생안정을 위한 처방을 총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은 “이번 대출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공급 확대책, 수요 억제책 등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다”고 집값 안정 대책이 지속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검찰 인사 논란에 대해 “직업공무원은 선출된 권력의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임기가 있는 선출직이나 공직자와는 다르다”며 “내가 아무 때나 바꾸면 된다. 대통령이 결단할 사안, 국회가 입법할 사안이어서 개별 인사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질문자 즉석 추첨 도입은 미리 짠 것처럼 질문하고 답하는 ‘약속대련식’ 기자회견을 지양하려는 취지였다고 대통령실이 설명했다. 이날 나온 질문 15개 중 외신이 2곳, 지역지가 4곳이었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광역화 전략이 오히려 소멸 위기의 기초지자체 인구를 대도시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시나” “사천시 우주항공청 개청으로, 사천과 대전으로 나뉘어있는 기관 병합 문제로 지역 갈등 양상이 불거졌는데 어떻게 보시나” “5극 3특 체제 관련해 구상이 무엇인가” “차별금지법 생활동반자법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실질적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중간 단계 입법을 정부가 주도할 생각이 있는가” 등 기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잘 나오지 않던 지엽적인 질문도 많았다.
이 대통령은 예정된 시간을 넘겨 진행된 기자회견 말미에 사회를 맡은 강유정 대변인에게 직접 “통신사들에게도 기회를 주시라. 연합뉴스 이런 데는 (질문) 못하지 않았느냐”며 직접 질문 기회를 주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질의응답이 길어지며 당초 예정했던 100분보다 21분 더 길어진 121분 동안 진행됐다.

여권에선 ‘송곳 질문’이 없었다는 아쉬움이 제기되기도 한다. 탁현민 국회의장 행사기획자문관은 7월 3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좋은 질문이 안 나올 때 좋은 질문을 끄집어내려면 좋은 질문을 하는 기자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추첨하면 좋은 질문이 나올 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니까 맥 빠진 기자회견이 되는 거고, 대통령이 많이 준비했는데, 조금밖에 얘기 못한다”며 “대통령은 준비가 돼있었는데 형식이 받쳐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 정책 및 개혁 방안, 인선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이르게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만큼, 아직 내각 구성이 완성되지 않았다.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도 아직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고, 100대 국정과제 등 이재명 정부의 청사진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일부 질문에서는 구체적 해법 제시 없이 추상적인 답변이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여야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역대 가장 빠른 기자회견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자화자찬”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박성훈 대변인은 논평에서 “제대로 된 현실 진단도, 구체적인 해법 제시도 없는 ‘낯 뜨거운 자화자찬’이자 자기 합리화와 궤변이 난무한 ‘거짓말 잔치’”라며 “협상 시한을 불과 닷새 앞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해 ‘쌍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리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을 자백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만과 독선, 불통의 3년이 끝나고 정상적인 정부가 들어섰음을 모든 국민께 확인시켜줬다”고 강조했다.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시종일관 국민·언론과의 소통을 통해 통합의 국정을 만들고, 민생과 국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보였다”며 “민주당은 국민주권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소통과 협력의 국회를 만드는 한편, 대한민국 정상화에 온 힘을 다하겠다. 국민 삶에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효용성 있는 정치, 국민께 약속드렸던 개혁을 이뤄내는 신뢰의 정치로 다시 성장·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