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와 마용성 진입 노린 젊은 고소득층 “사다리 걷어차”…정부, 공동체 주거안정 위해 시장 개입 불가피

언론 역시 주로 개인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 독자 관심을 끌기에 적합하고, 공감대를 끌어내기 쉽기 때문이리라. 물론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다. 그래서인가. 투기를 잡으려다 애먼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갔다는 논조는 자주 보인다. 정부 입장을 옹호하면 '대변지'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니, 개인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개인에 너무 초점을 맞추면 균형을 잃기 쉽다. 공동체의 주거안정, 그리고 가계부채 연착륙이라는 점도 같이 봐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 정책은 양면이다. 경제학은 같은 현상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학문이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하지만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완전무결한 대책, 마법의 대책은 현실적으로 없다. 정책은 국가 경제에서 긍정과 부정적 효과 중 전자에 중심을 두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번 대책은 시장 안정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불장’을 넘어 집단광기이었으니 정부의 개입은 필요했다. 지금 집사는 사람은 안쓰럽고 불쌍한 사람들이다. 대부분 무주택자나 갈아타기 1주택자다. 서울에서 집을 두 채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주택자가 한꺼번에 집을 사자고 나서면 시장은 투기적 광풍으로 이어지기 쉽다.
누구나 양가감정을 갖는다. 양가감정은 같은 대상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우리 경제의 복병인 가계대출을 줄여야 하는 것은 공감하는데, 내 집 살 때는 줄이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게임 산업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우뚝 선 것을 보면 자랑스럽다. 하지만 내 아이가 게임중독에 빠지면 미칠 일이다. 내 아이가 몰입해야 게임 산업은 성장할 수 있다. 모두가 동의하지만, 정작 내 일일 때는 예외이길 바라는 ‘님비(Not In My Backyard)’ 심리와 닮았다. 개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자주 충돌하고 때로는 길항관계이다. 개인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더라도 시장 전체적으로는 비효율이나 왜곡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른바 ‘구성의 오류’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이해당사자에 초점을 맞추면 이성보다 감정이 앞선다. 내 욕망을 가로막는 규제책을 보면 답답함과 분노가 치밀 수 있다. 한편으로 이해를 하다가도 내 피해를 생각하면 짜증이 밀려온다. 물론 공동체를 위해 개인이 무조건 희생하라는 뜻은 아니다. 자칫 전체주의적 발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처지에서 바라봐야 현명할까. 개인과 공동체 가운데 한쪽에 치우친 시각보다 균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해당사자들의 더 절박한 문제이니 그들의 고충을 공감해야 한다. 거시경제의 안정성도 무시하면 안 된다. 정책은 방향성 못지않게 디테일도 중요하다. 주택시장이 철저하게 분화되는 만큼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구분해 차별적인 대출정책이 병행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비아파트 시장은 빌라전세 사기 여파로 매매든 전세든 거래가 안 된다. 비아파트 시장이 이번 대출규제의 직격탄을 맞아 구조적 불황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정책은 예측 가능할 수 있을 때 더 합리적이다. 물론 시행 시점을 너무 길게 하면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기 전에 미리 집을 사려는 군집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시간을 주는 것도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다.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