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화 무시한 채 자신만의 ‘성공 방정식’ 고집하면 실패하기 십상…전문가들이 더 ‘자기 함정’에 잘 빠져

전문가들은 이미 해당 분야에서 나름대로 경험과 지식을 쌓았으므로 일정한 사고의 틀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하루하루 판에 박힌 일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이해나 판단 능력이 일반인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기존에 만들어진 인식의 틀에 맞춰 기계적으로 정보처리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수많은 예측 전문가들이 기존의 사고나 행동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과거에 어떤 결정을 내리고 결과가 좋았다고 하자. 그러면 나중에 유사한 상황이 나타나면 되풀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자기 무리 짓기(Self Herding)’ 현상이라고 한다.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이론적 규칙성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곤 이를 토대로 나름대로 패턴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패턴은 그대로 반복되지 않는다. 예측 범위를 넘어가는 갑작스러운 일이 터지면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한다. 잘 학습된 사고방식은 안정된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가변적이고 복잡한 상황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자 족쇄가 되는 것이다.
요즘 부동산시장은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빠른 정보전달에 투자자의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쏠림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한 디벨로퍼는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몇 차례 성공했지만 끝내 파산했다.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변화무쌍한 부동산시장을 있는 그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성공 방정식대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두 번 성공한 방식을 그다음 번에도 그대로 재활용하려는 고지식한 행동 패턴이 사고를 부르는 것이다. 속된 말로 ‘전문가의 자기 함정’에 빠진 것이다. 다시 말해 시장의 흐름이 달라졌는데도 옛날 방식으로 사업 진행을 고집하더니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맛봤다는 설명이다.
어떤 전문가는 다주택자가 집을 추가로 사거나 갭투자 수요가 많아져야 집값이 추세적으로 오른다고 했다. 과거에는 이런 주택시장 도식이 맞았지만, 요즘은 안 통한다. 전세가 비율이 낮아 갭투자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취득세나 양도세 부담으로 여러 채를 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장기 거주할 만한 곳으로 상급지 갈아타기나 똘똘한 한 채 수요가 흐름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집을 여러 채 사지 않아도, 갭투자가 크게 늘지 않아도 집값이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자기 도식에 빠지는 순간, 세상 흐름과 동떨어져 엉뚱한 판단을 하기 쉽다.
전문가일수록 지식이 많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시대 흐름에서 벗어난 쓸모없는 지식이 아닌지를 따져봐야 한다. 자기 경험을 절대화해서 만드는 단순 도식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 세상이 영원하지 않듯이 지식도 유효기간이 있는 법이다. 한쪽으로 경도되지 않고 냉철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추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내 앎을 바탕으로 자신의 세계관만 옳다는 독선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보다는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겸허함, 균형감으로 시대 흐름을 읽어내는 일이 참다운 지식인의 덕목이 아닌가 싶다.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