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옥 지배구조 법적 처벌 어려워…주주 충실 의무 반영된 상법 개정안 ‘견제 장치’로 작동할지 주목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영권 승계가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은, 불필요한 ‘옥상옥 지배구조’라며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위법성이 드러나지 않는 한 이러한 지배구조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어렵다. 다만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해 이러한 방식의 승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반면 △태광 △BS(구 보성) △하이트진로 △아이에스지주 △삼표 등 5개 기업집단은 오너일가의 가족회사가 아직 지주회사 최대주주에 오르지는 않은 상태로, 실질적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기업들과 달리 현재 진행 중인 단계로 보인다. 영풍과 애경은 오너일가의 가족회사들이 지주회사 지분을 확보한 상태지만 그 지분이 낮아 현재로서는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 오케이금융그룹, 빗썸 등은 오너일가 가족회사인 해외법인을 그룹 내 지주회사 주주로 등재하고 있다. 롯데는 국내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위로 ‘호텔롯데→롯데홀딩스→광윤사’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광윤사는 일본 부동산 임대 회사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분 37.85%를 보유 중이다. 오케이금융그룹은 ‘오케이홀딩스대부→오케이넥스트→J&K 캐피탈’로 지배구조가 이어지는데 최윤 오케이금융그룹 회장이 J&K 캐피탈을 완전 소유하고 있다. 빗썸의 국내 지주회사 빗썸홀딩스는 ‘디에이에이(DAA)→BTHMB홀딩스→SG 브레인 테크놀로지 컨설팅(SG BTC)’으로 지배구조가 이뤄져 있다. 싱가포르 법인인 SG BTC의 최대주주는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옥상옥 지배구조는 일반적인 주주 관점이 아닌 전적으로 오너일가의 관점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지배구조가 ESG 경영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옥상옥 지배구조로 경영권과 부를 승계하는 기업들이 이러한 체제를 유지하면서 ESG 경영을 외치고 있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옥상옥 지배구조는 윤리·도덕적 차원에서 비판받을 수 있지만 현행법상 행위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황 교수는 “옥상옥 지배구조가 경영권 꼼수 승계 등 오너일가의 의도들은 보이지만 그룹 내 법무팀이 충분한 법리 해석을 통해 문제 요소를 배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옥상옥 지배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드러나는 경우에 한해 해당 기업집단을 제재하고 있다. 오너일가가 자신들의 가족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그룹 내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들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표그룹과 하이트진로그룹 등 오너일가 가족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부당하게 지원한 사례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도 위법성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 원을 넘거나 그 비중이 전체 매출의 12% 이상이면 공정위 감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데 내부거래가 통상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했는지 또는 다른 경쟁사들의 시장 내 경쟁력에 불이익을 끼쳤는지 등을 공정위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화그룹의 오너일가 가족회사인 한화에너지는 별도기준 내부거래 비중이 2022년 23%, 2023년 32%에서 2024년 35%로 증가 추세다. 내부거래 금액도 1992억 원, 2525억 원, 3376억 원으로 늘었다. 내부거래를 기반으로 성장한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한화그룹의 지주회사인 (주)한화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변호사)은 “그룹 내 계열사들이 별다른 검토 없이 지배주주의 개인 또는 가족회사와 거래를 하는 것 자체가 ‘주주 충실 의무’에 어긋날 수 있다”며 “주주들이 이를 문제 삼으면 이제 이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증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처럼 이사회가 주주들의 요구 사항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법리가 잘 형성된다면 아주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법리적으로 볼 때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이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질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