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 50% 넘어 승계 부담 호소…“사업용 자산에 한해 상속·증여세 공제 확대해야” 주장도
이른바 ‘옥상옥 지배구조’를 통한 경영권 승계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도 보편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일부 세무사들은 이를 하나의 ‘절세 전략’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50%를 넘는 상속·증여세율이 이러한 기형적 지배구조를 만들었다고 평가하면서 사업용 자산에 한해 공제 한도를 지금보다 늘릴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한다.

온라인 공간에선 일부 세무사들이 가족법인을 통한 경영권 승계를 중견·중소기업에 적극 소개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한 세무회계사무소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자녀가 지분이 많도록 가족법인 지배구조를 세팅한 뒤 가족법인에 대표이사 지분을 매각하면 간접적으로 자녀한테 지분을 승계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신설 법인이어서 돈이 없더라도 캐시카우 법인이 있다면 가족법인에 대금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대표이사의 주식을 사면 된다”고 설명했다.
‘옥상옥 지배구조’ 형성을 통한 경영권 승계가 국내 재계에서 확산 중인 최대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세금 부담’을 꼽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주식의 경우 재산의 60% 이상을 상속·증여세로 내야 해 이러한 우회 상속이 생기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속·증여세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세율이 다른데 최고 세율은 50%다. 상속·증여 재산액이 3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30억 원에 대한 세액 10억 4000만 원에 초과분의 50%가 추가로 부과된다. 한편 최대주주나 그와 특수관계에 있는 주주가 주식을 상속·증여할 경우에는 해당 주식 평가액에 20%를 가산해 상속·증여세가 부과된다. 때문에 주식 상속·증여세율은 최고 60%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상속·증여세율에 대해 재계의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중견기업 기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50%에 달하는 현행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이 ‘높다’고 평가한 중견기업이 89.4%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또 상속·증여세 탓에 승계 이후에도 ‘지분 감소로 인한 경영권 위협(37.7%)’, ‘경영 악화(33.1%)’, ‘사업 축소(13.2%)’ 등 부정적 효과가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재계에서는 원활한 지배권 이전을 위해 상속·증여세율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단기적으로는 상속·증여세율을 40%로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25%까지 인하하는 안을 검토해줄 것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도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10년 이상 경영한 가업을 상속하는 경우 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하고 있다. 또 경영자인 부모가 자녀에게 법인 주식을 낮은 세율로 증여할 수 있도록 돕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도 운영 중이다. 일반 증여는 공제 금액이 5000만 원, 세율은 최고 50%에 달한다. 증여세 과세특례의 공제 금액은 10억 원, 세율은 최대 20%로 낮은 편이다.
김우철 교수는 “전체적인 세율 인하는 부동산·주식 투기꾼, 현금 보유자 등 국가 경제 발전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들의 세금까지 감면해줄 수 있어 문제가 있다”며 “기형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기업들의 ‘사업용 자산’에 대한 승계에 대해서는 공제 한도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감독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가족법인으로 지분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가족법인과 지주회사 아래에 있는 계열사 간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는 없었는지, 가족법인이 지주회사 지분을 취득하는 가격이 적당했는지 등을 더욱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