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왕자 윈저 원샷 후 새잔 돌리기
이번에 윈저를 ‘먹은’ 수석무역의 오너는 배다른 동생과 경영권분쟁을 치르고 있는 강문석 동아제약 이사다. 양주대전의 다른 한 축인 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은 진로를 통해 임페리얼의 진로발렌타인스 지분을 30%, 랜슬럿의 하이스코트 지분 100%를 쥐고 있다. 게다가 업계 3위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롯데칠성은 스카치블루를 생산한다.
우선 2007년 6월까지의 양주시장 점유율을 보자. 업계 자료에 따르면 1위는 36.9%를 점유한 진로발렌타인스였다. 진로발렌타인스는 임페리얼 발렌타인 로열살루트 시바스리갈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간발의 차이인 34.3%로 2위를 차지한 회사는 윈저 조니워커 딤플 등의 디아지오코리아. 3위는 스카치블루의 롯데칠성(17.0%)이었다. 그 뒤를 랜슬럿의 하이스코트(4.5%), J&B의 수석무역(4.2%)이 잇고 있다.
양주업계의 지각변동은 국세청발 태풍에서 시작됐다. 디아지오코리아가 탈세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은 것. 중징계라고 하더라도 업계에서는 ‘영업정지 3개월’ 정도로 예측했다. 디아지오코리아도 공백기를 대비해 2개월치 물량을 밀어냈다. 그러나 지난 7월 26일 디아지오코리아는 ‘수입면허 취소’라는 폭탄을 맞았다. 면허가 취소되면 6개월 뒤 면허를 신청할 수 있지만 다시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면허취소가 발표된 날 수석무역은 영국 디아지오 본사와 수입 판매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수석무역은 지분 43.9%를 쥐고 있는 강문석 동아제약 이사가 오너. 그는 지난 3월까지 대표이사로 있었다.
그동안 수석무역이 취급해온 주력 양주는 젊은층이 주로 찾는 바나 클럽에서 인기가 있는 J&B. J&B도 영국 디아지오의 제품으로 수석무역이 지난 99년부터 취급하고 있다. 수석무역 관계자는 “디아지오코리아의 징계를 예상한 영국 본사에서 새 업체를 찾다가 거래 관계가 있는 수석무역을 고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면허를 취소당하고 수입 판매권을 빼앗긴 디아지오코리아는 일단 직원 350여 명의 고용을 보장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면허 재취득시까지 활동 계획을 세우는 중. 자숙하는 의미에서 사회봉사활동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영국 본사가 지분 100%를 쥐고 있는 디아지오코리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6개월 뒤에 최대한 빨리 면허를 재취득하고 영업을 재개할 계획임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영업권을 가져온 수석무역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수석무역 관계자는 “디아지오코리아가 면허를 재취득하면 영업권을 협의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영업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적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적을 올리려면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고 경쟁업체들이 이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터. 올 하반기 ‘양주대전’이 필연인 까닭이다.
수석무역은 현재 제품에 붙일 라벨을 영국으로 보내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8월 중순쯤 수석무역이라는 라벨을 붙인 윈저가 국내에 들어오면 전쟁은 시작된다. ‘윈저 먹기 일등공신’인 김일주 수석무역 사장은 “특화된 마케팅과 고객서비스로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 전통적인 유흥업소와 바, 클럽 같은 영마켓을 아우르는 토털 마케팅으로 실적을 극대화할 방침”이라며 ‘전의’를 다졌다. 김 사장은 24년간 주류업계에서만 잔뼈가 굵은 데다 업계 1위 진로발렌타인스에서 영업총괄 부사장까지 지낸 ‘양주통’. 수석무역 오너 강문석 이사도 김 사장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진로발렌타인스는 이 형국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진로발렌타인스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예의 주시해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쟁업체의 일은 언급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는 “(세무조사의 후폭풍이) 업계 전체에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마케팅 전략도 변화 없이 예정된 길을 간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있겠단 얘기는 아니다. 진로발렌타인스는 이미 지난 6월 주력인 임페리얼17을 리뉴얼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대회(발렌타인챔피언십)를 유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진로발렌타인스의 지분은 세계적 주류회사인 페르노리카가 70%, 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의 진로가 30%를 소유하고 있다.
업계 3위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의 롯데칠성은 느긋한 분위기다. 양주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 다만 올해 스카치블루가 출시 10주년을 맞아 여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롯데칠성의 한 관계자는 “올 초 선보인 독창적 위조방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할 것이다. 또한 출시 10주년 기념 이벤트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문덕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하이스코트는 랜슬럿을 생산한다. 업계 4위를 달리고 있는 하이스코트도 시장 변동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이스코트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디아지오와 진로발렌타인스의 싸움이었다. 디아지오가 수석무역과 손잡았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하반기엔 양주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여 판매증대를 위해 노력하면서 신제품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