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M&A와 신규 브랜드 론칭으로 주목…빠른 매각 시도와 폐점 등 아직 성과 못 내
김동선 부사장은 각종 신규 브랜드 사업과 인수합병(M&A)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지만 최근 자신이 론칭한 일부 외식업 브랜드가 영업을 중단하거나 매각을 시도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경영인이었다면 거취가 언급될 만큼 치명적 리스크였을 수준이란 냉정한 평가가 나오는 한편, 그의 경영 능력 성적표를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파이브가이즈 매각을 위한 투자안내서가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배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화갤러리아의 파이브가이즈 국내 사업권 매각 검토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파이브가이즈의 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두고 미국 본사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방향성이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이와 관련해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전했다.
파이브가이즈는 2023년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국내 도입 과정부터 사업권 계약까지 모든 절차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한화갤러리아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김동선 부사장(당시 신사업전략실장)은 직접 미국에 여러 차례 오가며 창업주와 지속적인 신뢰를 쌓았으며, 한국 ‘파이브가이즈’ 사업의 확고한 계획을 담은 브리핑을 통해 창업주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성공,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알린 바 있다.
2023년 서울 강남역 인근에 국내 1호점을 연 파이브가이즈는 지난 25일 기준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에 8호점을 열기까지 외연을 확장했다. 파이브가이즈 운영사인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에프지코리아는 2023년 5~12월 매출 99억 원, 2024년에는 매출 46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2023년에는 각각 13억 원 적자였으나 2024년에는 영업이익 33억 원, 당기순이익 18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호실적에도 한화갤러리아가 2년 만에 파이브가이즈 사업권을 매각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본사에 내는 수수료 부담이 꼽힌다. 에프지코리아는 2023년과 2024년 연매출의 9% 수준을 수수료로 미국 본사에 지급했다. 2024년의 경우 매출 465억 원에 대한 수수료로 42억 원을 지급했다. 파이브가이즈 사업권 매각 안내서에 따르면 올해 매출 추정지는 약 700억 원으로, 수수료가 6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한화갤러리아가 유상증자와 차입을 통해 파이브가이즈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것이 높은 수수료 부담과 관련한 조치인지 주목된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각 50억 원, 20억 원 유상증자를 통해 에프지코리아에 자금을 지원했고, 지난 14일에는 신규 지점 확보와 법인 운영 자금을 위해 40억 원을 대여해줬다.

김동선 부사장은 M&A 전략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한화푸드테크가 지난해 3월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한화갤러리아의 지난해 9월 음료(알로에·비알콜) 제조기업 ‘퓨어플러스’ 지분 전량 인수(142억 원),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지난 5월 매출 2조 원대의 급식업체 아워홈 지분 58.62% 인수(8695억 원) 등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김 부사장은 서울 도심 5성급 리조트인 ‘파라스파라 서울’ 인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브랜드 론칭도 활발하다. 한화푸드테크는 2024년 4월 서울 한남동에 로봇 파스타 전문점 ‘파스타X’를 오픈한 바 있다. 올해 5월에는 서울 종로구에 우동을 자동 조리하는 무인 매장 ‘유동’을 개점했다. 앞서 인수한 스텔라피자는 2024년 상표 출원이 신청돼 국내 개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고, 중식 분야에서는 같은 해 ‘차이니즈 다이닝 타오타오’ 상표권이 출원되기도 했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를 통해 새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을 지난 5월 공식 론칭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나오고 있다. 아워홈 인수의 경우 기업가치 대비 인수 가격을 크게 높여 무리하게 인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수 추진 당시 아워홈의 남은 지분 40.27%를 보유 중인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과 구명진 씨가 인수를 반대한 바 있어 앞으로도 아워홈과 관련한 김동선 부사장의 주요 의사 결정을 두 인물이 견제할 가능성도 있다(관련기사 이럴 거면 푸디스트 왜 팔았나…한화 ‘아워홈 인수’ 급식사업 재진출 뒷말).
론칭한 외식 브랜드의 운영도 다소 불안정하다. 파스타X는 개점 1년 만인 지난 4월 폐점했다. 유동은 개점 1개월 만인 지난 6월 말 영업을 중단해 폐점설이 제기됐다. 한화푸드테크는 유동의 인테리어 변경과 로봇 장비 성능 개선 등을 위해 영업을 임시로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정확한 영업 재개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김동선 부사장의 경영 역량에 조금씩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김 부사장은 △(주)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한화로보틱스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한화모멘텀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아워홈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등 그룹 내 8개 계열사에서 임원을 맡고 있다.

이러한 성적표는 전문경영인이라면 매우 엄중히 평가될 만하다. 전문 경영인은 경영 실적이 악화할 경우 주요 주주들의 반응에 따라 빠르게 교체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김승연 회장의 아들 김동선 부사장은 새로운 사업 시도가 거듭 실패하더라도 일종의 경영 수업 과정으로 포장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인의 사업 시도가 대부분 실패한다면 경영 역량을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김동선 부사장이 오너 경영인이 아닌 전문경영인이었다면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았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김동선 부사장의 여러 ‘실험적 경영’의 성패를 진단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파스타X와 유동은 국내 유통 대기업에서 찾기 쉽지 않은 로봇 신기술을 활용한 사례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감안한 시도를 주목해 좀 더 시간을 두고 성과를 판단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김 부사장의) 나름대로 판단에 따른 경영 시도가 시장에서 아직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며 “파이브가이즈 사업권 매각 건도 투자금보다 높은 매각 성과를 낼 가능성도 있어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