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2.5%p 관세 우위 사라져, 미국서 독점적 사업 영위 조선업 수혜…대규모 자금 이동 우려 목소리

이는 또 다른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한국과의 협상에서 반도체 품목 관세와 관련해서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 입장에서 ‘불리하지 않은’은 같은 수준의 관세율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만은 현재 미국과 15%를 목표로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다. 대만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았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우리 반도체 제품의 관세 우위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철강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50% 관세가 유지돼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후 일본과 EU보다 훨씬 유리했던 조건(일정량까지 무관세)이 사라지게 됐다. 그나마 미국 철강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에는 더 높은 관세율이 부과될 전망이다.
유일하게 수혜를 본 업종은 1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조선이다. 조선업 기반이 사실상 붕괴된 미국에서 사실상 독점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기회를 갖게 됐다. 이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의 발주가 늘어나며 국내 도크가 꽉 찬 상황에서 미국에 새롭게 조선소를 짓게 되면 수주 가능 잔량이 늘어나 매출 규모를 획기적으로 키울 수 있다.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약속도 상당한 부담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우리나라 보다 배 이상 큰 EU가 6000억 달러, 일본이 5500억 달러로 타결한 것과 비교하면 액수가 매우 크다. 우리 정부는 애초 1500억 달러를 목표로 했지만 미국 측 요구(4000억 달러)에 더 근접한 3500억 달러로 타결된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연간 설비투자 규모의 2배가 넘는다.

국내 사업장에 귀속되던 대미 수출 이익금이 미국 현지 법인으로 이전되면 정부의 법인세 세수 기반도 약화될 수 있다. 대규모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 원화 가치가 하락한다. 수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고도 볼 수 있지만 물가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 다른 선진국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고령화에 따른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협상 목적은 결국 투자 금액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 유럽, 일본의 제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가져가는 동시에, 동맹국 기업의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시켜 경제적 연결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변수는 남았다. 품목별 관세율과 함께 3500억 달러의 투자금을 어떻게 마련하고 운용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대출과 보증 등으로 직접 투자액을 최소화하겠다고 설명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투자가 이뤄져야 대출이나 보증도 가능하다. 특히 미국 측은 3500억 달러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이익의 90%를 가져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대미 투자에 필요한 기자재 및 설비를 국내에서 최대한 조달하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미 투자의 수혜를 국내 부품 및 설비 산업과 나누기 위해서다. 8월 중순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전에는 구체적인 투자처와 방법, 기한 등에 대한 대략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우리 경제와 관련이 깊은 중국과 미국과 협상 역시 또 다른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다시 90일의 협상 기한을 줬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의 공급망 분리를 원하고 있는 만큼 직접 투자유치를 압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보다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과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합하는 우리 공산품의 상대적인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