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간 쪼개기 투자로 오너 지배력 키우고 일반 주주 도전 봉쇄…상호출자 제한 대상 아냐 막을 방법 없어

사조그룹은 대규모집단 편입으로 순환출자 고리에 대한 해법에 눈길이 쏠렸지만 되레 순환출자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주진우 회장과 그의 아들 주지홍 부회장의 지분 과반을 차지한 사조시스템즈를 기반으로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식이다. 주지홍 부회장이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로 오르면서 사조그룹의 경영권이 주진우 회장에게서 주지홍 부회장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사조그룹은 지배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해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조그룹 내 상장사 사조산업, 사조씨푸드, 사조대림, 사조오양, 사조동아원 등 5개사가 엮인 순환출자 구조를 몇 가지를 살펴보면 △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오양→사조산업 △사조씨푸드→사조동아원→사조오양→사조씨푸드 △사조오양→사조원→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오양 △사조산업→사조대림→삼아벤처→사조산업 등이다.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비상장사인 사조시스템즈는 주진우 회장과 주지홍 부회장이 각각 7.68%, 50.01%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사조산업이 10%, 사조대림이 9.7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주 회장과 주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일반 투자자의 자금을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사조그룹이 대규모기업집단으로 편입될 만큼 규모가 커졌지만 순환출자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조그룹의 핵심 계열사 사조산업은 지난 5월 가지고 있던 자사주 7000주를 비상장사 계열사 사조시스템즈에 매각했다. 사조시스템즈와 사조산업 간 상호출자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한 것이다.
사조대림 역시 순환출자 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사조대림의 자사주 23만 주를 사조씨푸드(9만 주), 캐슬렉스서울(9만 주), 사조시스템즈(5만 주)에 넘겼다. 상장사인 사조씨푸드가 순환출자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데 자금을 출자한 셈이다. 캐슬랙스서울은 상장사인 사조산업과 사조씨푸드가 지분 79.5%, 20%씩 가지고 있는 곳이라 일반 주주들 입장에서는 뒷말이 나올 만한 곳이다.
사조오양에도 상장 계열사가 지분을 늘리고 있다. 사조대림은 지난 3월 말 이후 수차례 매입하면서 9만 3746주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지분율도 기존 50%대에서 60%대로 올라섰다. 삼아벤처는 지난해 10~11월 사이 3만 607주를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삼아벤처는 비상장사지만 사조대림의 100% 자회사다. 상장사 사조동아원도 지난 5월 사조오양 주식 364주를 매입하며 지분율을 소폭 높였다.
사조씨푸드도 계열사의 출자금이 늘고 있다. 사조오양은 올해에도 사조씨푸드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연초 4%였던 지분율을 5.04%까지 끌어올렸다. 사조씨피케이도 지분율을 종전 3.53%에서 현재 5.45%까지 늘렸다.
사조그룹의 이 같은 흐름을 두고 오너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조그룹의 사조오양은 일반 소수 지분 주주들의 도전을 받은 바 있다. 사조오양은 2022년 소수 지분 주주가 내세운 이상훈 경북대 교수가 감사위원으로 합류했다. 이른바 3%룰을 통해 진입이 가능했다. 3%룰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은 소수 지분 투자자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도록 상법에서 보장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측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지분율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2022년 초 기준 사조오양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는 사조대림, 캐슬렉스서울, 사조산업 등 3곳이었다. 이 가운데 사조대림 한 곳이 60.53%를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 캐슬렉스서울과 사조산업은 1% 미만의 지분에 불과했다. 당시 6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사조그룹이 행사할 수 있었던 의결권은 4%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소수 지분 주주들이 내세운 감사위원의 합류를 허용하게 됐다.
이후 사조오양에 출자한 사조그룹 계열사가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조그룹의 행보를 두고 소수 지분 주주 측 감사위원 선임을 막기 위한 쪼개기 투자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 같은 기조는 계속됐다. 그 결과 사조오양의 사조그룹 계열사 주주는 지난 1분기 기준 사조대림(59.84%), 캐슬렉스서울(3%), 사조산업(3%), 사조동아원(2.98%), 사조아메리카(2.99%), 사조씨푸드(3.41%), 삼아벤처(1.08%) 등으로 늘어났다.
각 주주의 지분율도 사조대림을 제외하고 3% 내외로 유지하면서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위한 투표권을 최대한 행사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됐다. 공교롭게도 그 사이 소수 지분 주주들이 내세운 감사위원은 다시 연임되지 않았다.

다만 소수 지분 투자자들의 권익이 향상된 상법 개정안이 향후 적용되면 상호 출자를 포함한 순환출자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순환출자 구조는 각 계열사 일반 소수 지분 주주들에게 매우 불리하다. 자본의 효율성이 극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일반 주주들 입장에서는 자산의 투자금이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에 쓰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출자금이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쓰였다면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배력 유지를 위해 처분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만큼 일반 소수 지분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은 사조그룹의 주진우 회장과 주지홍 부회장의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력 강화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질의를 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 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