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전대 ‘두 목소리’ 컨벤션 효과 상쇄 우려…민주, 국정 지지율 하락 막는 반사이익 노릴 듯

김건희 특검은 ‘비장의 무기’를 펼쳤다. 김 씨가 202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 참석 당시 착용했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출처와 관련한 ‘자수서’였다. 김 씨 목걸이를 둘러싼 논란은 재산 신고 누락에서 뇌물 의혹으로 번졌다. 특검은 목걸이를 구입해 김 씨에게 전달했다는 취지 자수서를 받았다. 자수서를 제출한 건 서희건설 측이다.
서희건설 측이 김 씨에게 명품 목걸이를 제공한 배경을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온다. 오너 사위 인사 청탁도 그중 하나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사위는 전직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이다. 김 씨 측에게 목걸이 전달이 완료된 지 3개월 후 이 회장 사위가 국무총리 비서실장로 전격 발탁됐다.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이야기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비서실장 인사 과정서 “박성근 전직 검사님 이력서를 하나 보내주셨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직접 추천했다는 취지 발언이었다. 3년 뒤인 2025년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비서실장 인선에 김 씨 입김이 직접 작용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자수서에 따르면 서희건설 측은 2022년 3월 서희건설 비서실장 모친 명의로 롯데백화점 반클리프 앤 아펠 매장에서 목걸이를 구매했고, 이 목걸이는 김 씨에게 선물로 전달됐다. 당시 목걸이 가격은 6000만 원대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목걸이 가격은 8000만 원을 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 측은 서희건설 측 자수서에 허를 찔렸다. 그동안 서희건설 측은 “목걸이는 우리와 상관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자수서를 통해 김 씨 측 진술 논리가 완전히 무너진 모양새다. 특검은 서희건설 측이 김 씨에게 전달했다가 돌려받은 진품 목걸이를 임의제출 형태로 압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정희 김건희 특검팀 특검보는 김 씨 영장실질심사 이후 브리핑을 통해 “목걸이 실물을 임의제출 받아 압수했다”면서 “목걸이 진품 확보 경위를 설명하고 인척 집에서 발견된 가품과 진품 목걸이를 증거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오 특검보는 “목걸이 진품을 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것이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당시 20년 전 홍콩에서 산 가품이라고 주장했다”면서 “압수수색 중 동일한 모델 가품이 인척 집에서 나온 경위를 조사할 것이며, 김건희 씨 및 관련자들의 수사방해, 증거인멸 경위를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했다.
특검이 진품 목걸이를 확보한 뒤 영장 실질심사에서 증거 인멸 우려 가능성을 제기하자 김건희 씨 측이 상당히 당황스러워 한 기류가 흘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김 씨 측이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조작하려 했을 수 있다”면서 “서희건설 측 자수서 내용은 명품 목걸이를 둘러싼 김 씨 측 알리바이를 완전히 붕괴시킨 결정적 한 방으로 작용한 것처럼 보인다”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는 “목걸이가 사실상 포승줄 역할을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가 구속된 상황에서 ‘4대 의혹’ 관련 특검 수사는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로부터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 로봇 수입 업체 경영자를 통해 5000만 원대 스위스 명품시계를 제공받았다는 의혹 등이 특검의 핵심 수사 과제로 꼽힌다.

‘반탄파’로 분류되는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8월 13일 입장문을 통해 “헌정사에 유례 없는 폭거가 벌어졌다”면서 “정치적 복수에 눈이 멀어 국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씨 구속영장 발부에 직설적인 반감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반탄파’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도 입장문을 통해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장 후보는 “망나니 칼춤을 추고 있는 특검을 이용해 전직 대통령 부부는 동시에 구속하면서, 아직도 국민 분노가 가시지 않은 조국 부부는 보란듯이 사면했다”면서 “쉽게 얻은 권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광란의 권력 파티’를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같은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담하다”면서 “파렴치한 계엄 세력과 ‘윤어게인 세력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이제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우리는 반드시 윤석열 부부와 절연하고 그 연을 끊어내야 한다”면서 “오직 혁신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른 논리로 당내 갈등이 격화할 것”이라면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씨가 동시에 구속돼 있는 상황적 배경이 새로운 지도부 등장에 따른 컨벤션 효과를 상쇄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이 최저치를 갱신해 나가고 있는 추세인데, 추세를 반전하기엔 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고 했다.

찬탄파와 반탄파로 갈등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상황과 관련해 정 대표는 “점입가경”이라면서 “전당대회인지 내란 옹호 잔당대회인지, 상호 배신자 낙인찍기 대회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은 내란의 추억, 내란의 미몽에서 깨어나 정상적인 정당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김 씨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황과 관련해 “일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의 반발이 예상된다”면서도 “국민은 전반적으로 사필귀정으로 볼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계엄, 탄핵, 파면 등 과정을 거치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 “지지율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국민의힘은 ‘윤석열 딜레마’를 또 다시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채 교수는 “민주당 입장에선 특검 수사에 따라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구속된 상황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막는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다”면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의원 등에 대한 사면 이후 지지율 하락세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동시구속’이란 이슈로 막을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한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