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구상 ‘원양함대’ 위해 은밀한 이동 관측…예인선 동원, 실제 운항 가능 여부 등 의구심

김정은이 내세운 ‘원양함대 청사진’은 현실과 괴리가 많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급속도로 이뤄진 최현함 건조에 러시아 기술이 대폭 적용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현함이 정말 바다 위에서 운항이 가능한 구축함인지 여부도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았다. 먼 바다로 나아가기엔 전략적으로 어려운 위치인 남포에서 첫 구축함을 진수한 것을 두고도 물음표가 붙었다.
진수식 이후 최현함 동선은 실제 운항 가능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더 키웠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5월 7일 북한 내부 군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여름 중 신형 구축함(최현함)이 동해로 이동하는 계획이 수립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군 내부 소식통은 “4월 27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51호 구축함(최현함) 동해 이동 및 배치 계획을 비준하고, 당 군수공업부와 인민군 총참모부, 해군 사령부에 대한 관련 계획 수립 명령을 하달했다”고 했다. 명령 하달 직후 관련 조직들은 4월 28일 신형 구축함을 대형 바지선에 실어 동해로 진입시키는 방안을 최종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함 이동 경로는 서해를 출발해 동중국해 공해를 거쳐 일본 열도 남쪽 공해를 우회한 뒤 동해로 진입하는 루트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북한의 조선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곳이 서해 남포 조선소인 반면, 북한 해군이 배치됐을 때 전략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곳은 동해”라면서 “일을 복잡하게 꼬아야 하는 리스크를 감안하면서까지 북한이 구축함을 서해에서 만들어 동해로 옮기는 수고를 계획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러한 현실적인 사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최현함 진수식 이후 나흘이 지난 4월 29일 “북한 5000t급 신형 구축함이 미처 완성되지 않은 채 기념식부터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최현함은 진수식 이후 사흘 뒤인 4월 28일 건선거(드라이독)로 옮겨졌다. 건선거는 선박을 수리하고 건조하는 건식독이다. 최현함을 옮기는 데엔 예인선 두 척이 동원됐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38노스’는 민간 위성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최현함이 조선소로 다시 들어간 정황을 설명했다. 구축함 이동에 예인선을 활용한 사실은 구축함 추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을 추정할 수 있다는 부연도 있었다.

그런데 북한 측이 공개한 최현함 행보는 ‘38노스’ 보도 내용과 완전히 딴판이었다. ‘38노스’가 위성사진 등을 근거로 남포 앞바다서 사라진 최현함을 조명한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은 4월 28일과 29일 초음속 순항미사일, 전략순항미사일, 대공미사일, 127mm 함상자동포 등을 시험 발사했다고 4월 3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이 직접 구축함을 방문해 시험 발사를 지켜보며 무기체계 성능시험을 신속히 시작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 김정은은 “무장체계를 빠른 기간 내 통합운영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대에 구축함 한 척을 두고 ‘미완성설’과 ‘무기 성능시험설’이 맞물리고 있는 미스터리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현함을 진수한 뒤 무기체계를 성공적으로 시험했다는 소식을 주민들에게 알리면서 대내외 선전을 하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2024년 5월부터 최현함을 본격 건조하기 시작했다”면서 “건조 시작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구축함 진수까지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북한 선박 건조 시스템이 우리 시야 밖에서 비약적 발전을 했든, 부실 건조를 했든 둘 중 하나일 것”이라면서 “청진에서 두 번째 구축함(강건함)이 진수식 준비 과정에서 쓰러진 것을 감안하면, 선박 건조 시스템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1만t급 규모 순양함을 남포조선소에서 추가 건조한 뒤 동해함대 실전 배치하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해군력 강화를 통해 동해함대를 재정비하면서 미국 본토 위협 가능성을 구체화시키려는 것”이라면서 “향후 흐름에 따라 한국이 추진하는 북극항로 개척에도 부담을 줄 포지션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내비칠 수도 있을 것”고 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 선박 건조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해서 신형 해군함만 만들어 ‘진수 흉내’만 낸다면, 깡통을 물 위에 띄워놓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지속 전개될 것”이라고 점쳤다.

구축함 두 척에 대한 품질 증명이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북한은 세 번째 구축함 건조에 본격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7월 22일 “최현급 구축함 3호함 건조를 위한 남포조선소 종업원 궐기모임이 7월 21일 현지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선 2026년 10월 10일까지 세 번째 구축함 건조를 마친다는 계획 및 일정이 발표됐다.
앞서의 대북 소식통은 “내년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맞춰 세 번째 구축함을 완성시키겠다는 로드맵”이라면서 “첫 구축함을 만드는 데 1년도 안 걸렸는데, 세 번째 구축함을 만드는 데엔 1년 2개월 남짓한 시간이 부여된 것 자체가 북한 내부 모순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세 번째 구축함 건조엔 시간이 더 많이 주어졌는데, 그 시간 동안 유의미한 품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는 또 다시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