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소스류 벗어나 육류 가공 간편식 사업 확장…대상 “글로벌 생산기지 확보 속도낼 것”

올해 2월 미국 중서부 아이오와주에 식품 생산법인 ‘DS오푸드’를 설립한 대상이 양념육 생산·판매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대상이 미국에서 김치·소스류가 아닌 육류 가공 생산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상이 아이오와주에 세운 DS오푸드는 미국 내 세 번째 생산 거점이다. 대상은 2022년에 로스엔젤레스(LA)에 공장을 설립했고, 2023년에는 아시안 식품 전문업체 럭키푸즈(Lucky Foods)의 오리건 공장을 인수했다. 두 공장 모두 김치 생산에 특화돼 있으며 일부 소스류 등을 병행하고 있다. DS오푸드 설립을 통해 대상이 새로운 제품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DS오푸드 설립은 국내 기업이 해외시장에 육류 가공 간편식을 수출하기 어려운 현실과 맞닿아 있다. K-푸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육류가 들어가는 순간 검역 규제로 아예 수출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K-푸드의 해외 진출은 김치나 냉동 비건 김밥 등 비건 제품 위주로 이뤄졌다.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 등 검역 리스크가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한국산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뿐 아니라 이를 가열 처리한 간편식조차도 주요 선진국으로 나갈 수 없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간편식이나 한식 K-푸드의 핵심은 사실 육류다. 국이나 탕은 모두 고기 국물이고, 갈비와 불고기 역시 전부 육류인데 이런 제품들은 현재 수출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제가 알기로 국내 식품업체 중 양념육을 제조하는 생산법인을 세운 회사는 대상이 처음이다. 육류 가공식품을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내놓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대상이 이례적으로 아이오와주를 신규 거점으로 선택한 배경에도 원료 수급에 유리한 환경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정훈 교수는 “대상의 처음 두 개 공장은 김치의 유통기한 등의 문제를 고려해 주 소비지인 캘리포니아 근처에 세워졌다. 이번에 중서부로 이동해 아이오와주에 생산법인을 세운 것은 육류를 신선하게 수급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라며 “갈비탕이나 곰탕 같은 한식 간편식의 육수를 만들 때 뼈 등 부산물을 현지에서 바로 조달하기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대상이 미국 현지에서 양념육 생산·판매에 나선 것은 브랜드 ‘오푸드’ 확장 전략과 맞물린 행보로 해석된다. 대상은 미국과 유럽 등 40여 개국에서 오푸드를 앞세워 소스류와 가정간편식(HMR) 제품군을 확대해왔으며, 최근에는 해외에서 판매 중인 라면 패키지를 ‘오푸드’로 통합 리뉴얼하고 상표권까지 출원했다. 이번 아이오와 법인 설립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오푸드의 점유율을 확대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려는 큰 그림 속에서 추진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김영갑 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한국식 바비큐 요리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에는 고기를 식당 안에서 직접 구워 먹는 문화가 드물고 보통은 조리된 음식을 내주는 방식인데, 한국은 숯불을 펴놓고 손님이 직접 구워 먹는 독특한 방식”이라며 “K-푸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식 구이 문화가 흥미를 끌고 있고, 이 같은 유행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한국식 고기 요리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대상이 이러한 흐름을 타고 간편식뿐만 아니라 외식 시장을 겨냥한 가공육 공급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이 해외 공략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국내 내수 시장의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대상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1조 760억 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0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 줄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 농심, 빙그레 등도 일제히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내수 시장 부진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 풀무원 등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리며 내수 부진을 상쇄했다. 업계에서는 “기업 간 희비가 해외 의존도에 따라 갈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수 중심 기업은 원가 부담과 소비 위축에 고전한 반면, 수출형 기업은 해외 성장세를 바탕으로 방어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내수 식음료 시장은 사실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소비 패턴 변화로 가공 식품 소비자 수가 계속 줄고 있고 인구수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예컨대 라면만 해도 과거에는 1인당 소비량이 세계 1위였지만 이미 베트남에 자리를 내줬고, 인구 자체도 줄어들면서 1인당 섭취량과 총 소비량이 모두 감소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해법은 결국 해외 진출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상의 꾸준한 미국 시장 공략 역시 이 같은 흐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는 올해 3월 진행된 정기주주총회에서 글로벌 사업 확장을 중점 과제로 선정하고 남미·중동 등 성장잠재력이 큰 해외 시장까지 포함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고 밝혔다. 임정배 대표는 당시 “글로벌 환경에서 자국 중심주의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이 이어지는 만큼 현지화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의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3억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거대한 시장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미국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수출에 유리하다. 미국에서 유명한 제품이 되면 할리우드 영화 등 콘텐츠를 통해 노출될 가능성도 굉장히 높아지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도 크다”며 “미국 소비자들이 유럽 소비자들보다는 새로운 맛과 제품에 대한 경험을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시장성이 좋고, 최근에는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지 투자를 확대할 필요성도 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내 사업을 전개 중인 식품 제조 자회사들이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숙제로 지적된다. 올해 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상푸즈USA(Daesang Foods USA)는 반기순손실 20억 1300만 원을 기록했고, 2023년 380억 원을 투입해 인수한 럭키푸즈 역시 15억 2200만 원의 손실을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억 3700만 원, 4억 2400만 원의 손실보다 각각 늘어난 규모다.
이와 관련, 대상 관계자는 “대상은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외식 수요가 감소하고 간편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K-간편식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에는 미국 시장 중심의 판매망을 유럽 시장으로 확대할 방침이며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기지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