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직원의 물귀신 작전?
지난 3일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이 동아제약 임직원 2명을 구속했다. 구속된 임직원은 영업담당 임원 A 씨와 중간간부 B 씨로, 그들은 자사 의약품을 구매해 주는 대가로 광고·마케팅 대행사 등을 통해 병·의원 관계자들에게 수년간 수십억 원대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제약업계에서 관행처럼 돼 온 리베이트 영업에 대해 정부가 이처럼 ‘철퇴’를 내리자 그 배경과 함께 적발 경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제약업계의 뿌리 깊은 병폐로 인식하고 이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인식 아래 해결책을 강구해 왔다. 지난 2009년 리베이트-약가 인하 연동제를 시작으로, 2010년 11월부터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업체뿐만 아니라 받은 의사까지 처벌하는 ‘쌍벌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 2011년 말에는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대타협’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베이트는 음성적으로 계속 행해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자정 분위기가 확산됐지만 영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알게 모르게 리베이트가 횡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동아제약에 대한 고강도 수사는 정부의 확고한 리베이트 근절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목소리다. 적발 경위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내부 고발에 힘을 싣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리베이트로 적발된 한미약품과 동아제약 모두 퇴사한 영업 사원의 고발로 수사가 이뤄진 케이스”라며 “돈을 요구하고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고발하는 식”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된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 움직임에 회사 차원의 리베이트 지원이 대폭 줄어들었지만, 이와는 별개로 실적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영업 직원의 특성상 극단적으로는 자신의 돈까지 써가며 리베이트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영업 사원 입장에서는 그 돈을 회사에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아제약 측은 이번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동아제약 관계자는 “영업 사원이 퇴직하면서 개인적으로 제공한 리베이트를 보전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지만 회사로서는 증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되기에 그 같은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