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발전기금 명목…. 대가성 입증되면 법적 처벌 가능성도

지난 2023년 10월, 가평군 상면에 개발 사업을 진행하던 A 사는 마을 이장 B 씨와 공사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소음과 진동 등 민원이 이어지자 협의에 나선 것이다.
A 사는 협약을 통해 총 2천만 원을 발전기금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했다. 이후 마을에서 지정한 계좌(농협 300-00-0000000)로 1천만 원씩 두 번에 걸쳐 통장 입금했다.
그런데 협약 내용 중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마을에서 발전기금 명목으로 받은 돈이 대가성이 따른 것이라면 이는 뇌물 또는 부정한 이익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대가성에 따른 발전기금 수수는 불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한 판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5년 “민원 해결이나 인허가 과정에서 특정 금품을 수수한 경우, 형식이 기부금이나 발전기금이라 하더라도 대가성이 존재하면 처벌 대상(대법원 2005도2110)”이라고 판결했다.

또한, 공갈죄나 협박죄가 적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형법 제350조에서는 ‘사람을 협박하여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경우 공갈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원도 “공무원 또는 지역사회 대표자가 권한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압박을 가하고 금전을 받아낸 경우, 협박이나 공갈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만약 B 씨가 ‘민원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여 금품을 수수했다면, 공사에 따른 불이익 회피를 위해 돈을 낸 것이므로 ‘협박에 의한 재산상 이익 제공’ 구조가 될 수 있다.
당시 협약을 체결하고 돈을 받은 B 씨는 지난해 임기를 마치고 이장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현재는 마을 주민 C 씨가 지난해부터 이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본지는 해당 사안을 묻고자 C 씨에 연락을 취했다. C 씨는 발전기금을 받은 이유에 대해 “전 이장이 공사업자와 논의했기 때문에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도의상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좋은 뜻에서 공생공사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전기금을 받은 사례가 더 있냐라는 질문에는 “마을에 공사가 없는 데 무슨 돈을 받겠냐?”며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민원인 우선 행정의 변화 필요
현재 지역에서는 민원을 빌미로 돈을 받은 사실을 두고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와 만난 한 주민은 “마을 발전에 쓰였다 하더라도 민원 제기권을 돈으로 거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또 다른 주민은 “마을에 필요한 지원을 끌어낸 것”이라며 이장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현재 경찰은 해당 사건의 법적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 결과에 따라 공갈·협박죄 적용 여부도 가려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가평군이 문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역 개발 과정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발전기금 관행’ 해소를 위해서는 ‘민원인 우선’ 행정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공사 관련 민원 제기 주민 가운데는 수천만 원을 합의금으로 받아 챙긴 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를 포함한 연관된 이들은 약 100여 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며, 합의를 핑계로 돈을 편취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피해 보상을 이유로 소송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본지는 소송전까지 이르게 된 개발업자와의 갈등 부분을 취재해 보도할 예정이다.
최남일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