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시아 출자사 ‘동일산업’ 63회 시세조종 혐의…하이헷·늘봄제22호 조합 등 여러 계좌 활용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SM엔터 주가조작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카카오 사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는 2023년 무렵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 원을 투입, 553회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비싸게 사들여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까지 동원하는 등 SM엔터 주가조작에 적극 나섰다고 의심한다. 지난 8월 22일 공판에서 검찰은 "카카오 측이 원아시아 대표에 SM엔터 주식을 1000억 원어치 사달라고 요청했다"며 "하이브의 SM엔터 인수를 막으려 원아시아를 SM엔터 경영진의 백기사로 쓴 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카카오 측은 "원아시아는 스스로 판단해 SM엔터에 투자했고, 카카오는 관여한 바 없다"며 "원아시아는 카카오와 동등한 입장에서 논쟁을 펴는 비즈니스 관계일 뿐 어떠한 지시에 '예 알겠습니다' 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원아시아는 운용자산이 약 5600억 원으로 8개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각각 △코리아그로쓰제1호 △아비트리지지제1호 △저스티스제1호 △바이올렛제1호 △텐저린제1호 △그레이제1호 △하바나제1호 △망고스틴제1호 등이다.
이 가운데 코리아그로쓰제1호, 저스티스제1호, 텐저린제1호, 그레이제1호, 하바나제1호 등 5곳은 고려아연 지분율이 90%를 넘는다.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중학교 동창으로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도 SM엔터 주가조작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따르지만, 고려아연 측은 "출자 절차 등 전반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코리아그로쓰제1호에는 '동일산업'도 출자금 20억 원을 댔다. 동일산업은 합금철 등을 제조하는 중견기업으로 코스피 상장사다. 이 부분이 주목되는 이유는 이 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의 A 고문(48)이 동일산업에 대한 주가조작 등 혐의로 2024년 12월 고발당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에 사건이 배당된 상태다.
A 고문은 '하바나제1호' 펀드를 통해 SM엔터 주식을 대량 매수한 인물이다. 올 4월에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 말에 따라 매입했을 뿐"이라며 "언론보도로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저는 직원에게 '난 정말 싸게 산다고 1000주씩 나눠서 생고생했다'고 털어놓은 적도 있다"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 고문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동일산업 주식을 240차례에 걸쳐 총 2만7830주 거래했다. 동일산업이 일부 소액주주들로부터 사내이사 해임 및 새 감사위원 선임 등을 골자로 한 주주총회 요청을 받은 때였다.
동일산업 주주로 구성된 고발인 7명은 이 기간 A 고문이 고가매수 25회, 허수매수 2회, 시가관여 1회, 종가관여 8회, 저가매도 27회 등 시세조종 행위를 총 63회 벌였다고 주장했다. A 고문이 이후 주식을 전량 매도한 점에 비춰보면, 시세차익을 거뒀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내다봤다.
이는 해당 기간 동일산업 주식 매매·체결장을 통해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이 매매·체결장은 동일산업 주가조작 혐의로 2023년 기소된 한 인사 재판에서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 자료다. 고발인들로선 2023년 발생한 주가조작 사건으로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A 고문 책임도 작지 않다고 보는 셈이다.
A 고문은 동일산업 주식을 전부 자기 계좌로만 사진 않았다. 엔터테인먼트사 '하이헷'과 '늘봄제22호 조합' 명의 계좌도 활용했다. 하이헷 계좌로 84회, 늘봄제22호 조합 계좌로 140회가량이다. 매매·체결장에 기재된 이 두 곳 계좌 접속 IP는 휴대전화였는데, 번호 주인이 A 고문이었다.
한 구체 사례를 보면 2022년 7월 29일 오후 1시 4분 47초, 늘봄제22호 조합 IBK증권 계좌는 17만 원대였던 동일산업 주식을 각 18만 원씩 2000주 매수 주문을 냈다. 이어 8초 뒤 A 고문은 본인 계좌로 2800주 매도를 주문했다. 그러나 이 중 1785주만 상호 체결되자 43초 후 늘봄제22호 조합 IBK증권 계좌는 다시 18만 원씩 총 827주를 반복 주문하며 총 2602주가 상호 체결됐다.
'하이헷'과 '늘봄제22호 조합' 모두 2023년 하이브의 SM엔터 공개 매수 직전 SM엔터 주식을 대량 매입한 곳이다. 같은 해 2월 2일 하이헷 1만 5000주, 늘봄제22호 조합 3만 4000주를 샀다. 다음 날엔 하이헷 9700주, 늘봄제22호 조합 1만 9600주씩 매수했다. 같은 해 2월 7일에는 하이헷이 1800주를 더 샀다. 다만 당시 검찰은 이 부분까진 문제 삼지 않았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기업들이 저마다 이해관계 때문에 서로 주식을 취득해주는 '백기사' 관행도 문제로 꼬집는다. 사업적 필요나 주주가치 제고 등과 별개로, 오너 등의 친분을 토대로 주식을 사주는 등의 행위다.
동일산업의 경우 2017년 연예기획사 '이매진아시아'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9억 9999만 원을 출자한 바 있다. 당시 이매진아시아 사내이사는 A 고문이었다. 이매진아시아는 2019년 임원 횡령·배임 및 재무건전성 악화 등 사유가 발생해 2021년 상장폐지됐다. 소속 배우 이선빈 씨와 벌인 각종 법적 갈등이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관련기사 이선빈 '거짓 증언'으로 회사 상장폐지?…내막 들여다보니).
일요신문은 A 고문에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그는 △고발당한 데 대한 입장 △시세조종 혐의 반론 △하이헷과 늘봄제22호 조합의 동일산업 주식 취득 배경 △직접 동일산업 주식을 산 이유 등을 묻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는 읽었으나 대답은 거부했다. 전화 역시 받지 않았다.

검찰은 결심공판 때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기도 했다. 기존 공소사실에는 시세조종으로 의심되는 거래만 특정했지만, 그 외 거래 행위도 공소장에 새로 추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카카오 김 창업자를 비롯한 모든 피고인의 변호인이 반발했다. 구형이 이뤄지는 결심공판에서 공소장 변경은 절차상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런 사례는 드물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공소장 변경을 허가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