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심해지면서 경쟁 치열, 인턴십 자격 판매까지…열정 페이·허드렛일 지시 등 부작용 속출

기성세대들은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2학년 정도까진 취업보다는 학업, 여행,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뒀었다. 하지만 갈수록 취업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대학생들의 초점은 ‘직장 구하기’에 맞춰졌고, 이에 따라 인턴십 참여 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인턴십 문을 두드리는 것은 채용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많은 기업과 정부기관이 인턴십 경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종과 관련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인턴십 스펙’은 채용의 필수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학생들이 저학년 때부터 인턴십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이다.
상하이의 한 금융계 대학에 올해 입학한 로팅은 “내가 다니고 싶어 하는 은행이 있는데, 올해 발표된 채용 기준에 따르면 최소 3곳 이상에서 인턴십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1학년 때부터 인턴으로 일해야 한다”면서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올 때 꿈꿨던 낭만은 전혀 없다. 다시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고 했다.
학생들이 몰리자 인턴십을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인턴십을 위한 스터디 모임은 기본이고, 인턴십만을 위한 학원 강의도 크게 늘어났다. 인턴십 전용 구직 앱(애플리케이션)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우한의 한 공과대학 2학년생인 류 아무개 씨는 “지난 여름방학 때 50여 개의 인턴십 이력서를 냈는데, 모두 떨어졌다. 인턴조차 이렇게 들어가기가 힘든데 나중에 취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전 한 의료기기 중소업체는 인턴십 자격을 돈을 주고 팔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불법 여부와는 별개로 학생들의 절실한 마음을 악용해 돈벌이에 나섰다는 이유다. 이 업체는 1만 위안(195만 원)을 내는 학생에게 6개월 기간의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자격을 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턴십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다. 넘쳐나는 학생들로 급여 수준은 하락했다.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곳들도 많다. 인턴들이 맡은 업무 수준 역시 개인 역량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광저우의 한 대학교 광고학과에 다니는 2학년생 아제는 “취업에 활용하려고 지원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앞으로 하게 될 직장생활에 도움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내가 했던 일은 허드렛일뿐이었다”고 했다.
아제는 7~8월 두 달간 한 광고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가 주로 맡았던 업무는 회의를 하기 전 자료를 복사해 이를 회의실로 가져오거나 차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간혹 자료 수집을 하기도 했는데, 인터넷 검색으로 해결했다. 아제는 “회의에 직접 참여한 적은 없었다. 나는 그저 ‘더티 워크’만 했다”고 했다.
더티 워크는 인턴십을 경험한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단어다. 미국 학자 프레스가 쓴 ‘더러운 일, 필요한 일의 도덕적 해이’라는 책에서 유래된 말로, 없으면 안되지만 지루하거나 불쾌한 감정을 초래하는 직업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기존 정규직들은 하지 않으려는 귀찮고 하찮은 일을 더티 워크라고 부르며 이를 자신들이 하고 있다고 불평한다.
아제는 “그나마 위안거리는 인턴을 하면서 엑셀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게 된 점이다. 나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인턴들이 엑셀 작업을 많이 한다. 또 복사 실력도 많이 늘었다”면서 “반복도가 높은 작업들은 인턴에 맡기는 경향이 있다.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내가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단순 반복, 기초적인 업무 외에도 인턴들에게 악명이 높은 것은 정규직들의 개인적인 심부름이다. 상하이에서 대학을 다니는 왕 아무개 씨는 2학년 2학기를 맞아 휴학을 하고 IT 기업 인턴 근무를 하고 있다. 그는 “회사 임원들이 반드시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이를 인턴들이 대신 듣고 있다. 우리가 출석 체크를 하고, 수업 내용을 정리해 보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사례는 인터넷과 SNS(소셜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직장 상사 아이 유치원에서 데려오기, 직원들의 주차 자리 확보 등이다. 한 인턴은 개인 SNS 계정에 입사 후 회사 대표 자녀의 과외를 전담하고 있다고 폭로해 후폭풍이 거셌다. 이 회사 대표는 공개 사과했고, 인턴십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들은 인턴십이 취업 활용 그 이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베이징의 한 대학 신입생인 자오후이는 “비록 핵심 업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지만, 미리 회사 생활을 경험해본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 소중한 경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력서에 단지 한 줄을 추가하기 위해서만 인턴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당국이 발표한 ‘2024년 대학생 취업보고서’에 따르면, 인턴십이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2024년 졸업생의 62%가 “유용하다”고 답했다. 이 중 38.9%는 인턴 경력이 지금 근무하고 있는 직장에서 도움이 된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