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접 시행, 도심 유휴부지 활용 등 복안…LH 재무 부담 변수, 집값 안정화 효과도 ‘글쎄’

지난 9월 7일 새 정부가 출범 이후 첫 부동산 공급대책을 내놨다. 6·27 대출규제 발표 후 불과 70일 만의 나온 후속 조치로, 새 정부는 2030년까지 서울·수도권에 135만 호를 공급하고 연평균 27만 호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임기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주택 200만 호 공급대책을 내놨던 노태우 정부에 이어 집권 이후 가장 이른 시점에 제시된 대규모 공급 대책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새 정부 출범 직후 공급 대책이 나왔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역대 정부들도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수준의 공급 계획을 임기 초반에 내놓은 적은 없었다”며 “마치 사전에 준비된 것처럼 발표 시점이 빨랐고, 임기 초에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LH 직접 시행이다.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사로 나서 공급을 확대한다. LH 관계자는 “신도시와 같은 경우 저희가 도로나 기반시설 등 인프라를 만들어 조성을 한다. 그 안의 필지는 저희가 직접 시행해서 ‘공공분양’이라는 이름으로 분양하거나, 토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고 민간이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민간분양’ 혹은 토지는 LH가 보유하고 민간이 공사비를 대 시공·분양 후 수익을 나누는 ‘민간참여사업’을 병행해왔다”며 “앞으로는 민간분양을 줄이고 LH가 직접 시행사로 나서 민간 시공사를 선정해 분양하는 직접시행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LH 직접 시행을 통해 수도권에 6만 호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공급 물량을 확보하고 개발이익을 공공이 환수한다는 취지다. 앞서의 LH 관계자는 “최근 경기 침체로 민간에 토지가 팔리지 않아 LH 보유 택지 규모가 정체돼 있다. 건설경기와 무관하게 공급정책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공공기관이 직접 시행에 나서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심 내 공급 확대도 추진한다. 정부는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 도심복합 용적률 인센티브, 공공청사 복합개발, 유휴부지 활용 등을 통해 서울 안에서도 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공유지와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은 신도시나 신규 택지 개발보다 속도가 빠르고 직주근접성이 우수해 수요자 선호도가 높다. 정부는 이와 함께 1기 신도시 정비, 소규모 정비, 빈집 활용 등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방안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공급 확대뿐만 아니라 수요 관리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은 기존 50%에서 40%로 낮아졌고,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전세대출 한도는 2억 원으로 제한됐다.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은 사실상 차단됐다.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은 늘지만,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LH의 재무 여력은 이번 대책 실현의 변수로 꼽힌다. LH의 부채가 지난해 결산 기준 이미 160조 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택지를 민간에 매각한 매각대금으로 사업을 이어왔지만, 매각을 중단하고 직접 시행으로 전환하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업 구조가 바뀌면서 2000명 이상의 인력 수요가 추가로 발생한다는 점 역시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건설사가 단순 시공만 맡는 사업에 얼마나 참여할지는 불확실하다”며 “토지를 매입해 시공·분양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가장 이상적인데, 이번 방식은 사실상 단순 도급에 불과하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면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아 시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목표치 달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진행 중인 3기 신도시 5개 지구 물량 17만 5000호도 지난 8년간 인허가 지연과 보상 등의 문제로 사업이 사실상 진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착공 기준으로 제시된 이번 목표는 달성이 한층 더 어렵다는 평가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5년 내 135만 호 공급이면 분당신도시 13개에 해당하는 물량인데 현실적으로 인허가만 나기도 쉽지 않은 물량이다. 착공 기준임을 감안하면 과거 윤석열 정부의 270만 호 공급 대책과도 크게 다르지도 않은 숫자”라며 “당장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정부도 이를 알기 때문에 대출규제나 거래 규제 같은 수요 억제책을 병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혼자서 모든 것을 추진할 수는 없다. 결국 민간이 참여해야 하는 사업인데, 민간 입장에서는 수지가 맞아야 움직일 수 있다”며 “물가 상승으로 사업성을 맞추기 어렵고, 분양가를 자유롭게 풀 수도 없어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멈춰선 사업장을 정상화하는 것도 과제인데 새로운 공급 계획까지 더해지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난관은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정부라고 해서 뾰족한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며 보상 문제 등 구조적 제약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심 유휴부지 활용 역시 역대 정부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됐으나 사업 진행이 쉽지 않았다. 주민 반발과 지자체 협조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다. 2013년 송파 잠실·탄천 유수지 행복주택 사업의 경우 교통 혼잡·체육시설 축소 우려 등이 불거지며 주민 반발에 부딪혔고, 송파구의회가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2015년 지구 지정 해제 요구까지 이어졌다. 결국 사업은 무기한 보류됐다.
최은영 소장은 “문재인 정부 때도 조달청 부지 이전과 연계한 공급 방안 등이 나왔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며 “계획 단계에서는 용적률을 높여 공급 확대를 강조해도 임대주택이 포함되면 지역 주민의 반대가 거세다.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실제로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 안정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한강벨트 집값이 오르면 가격은 계속 오를 테니 국토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비롯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 풍선효과를 감안해도 강한 규제가 이어지면 결국 정체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며 “근데 시장을 계속 과도하게 눌러두는 방식으로는 공급을 늘릴 수가 없다. 그 상태로 다른 변수가 생기면 눌려 있던 집값이 오히려 폭등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공급 사업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수요자들도 전세대출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공급 대책이 나와도 시장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당장 착공도 쉽지 않아 임대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진형 광운대 일반대학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을 견인하는 주요 지역의 공급이 늘어나기 어려운 만큼 이번 대책만으로는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