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주로 금품 노렸지만 최근엔 성범죄 목적·모방 범행 확산…“지역 안전망·처벌 강화 시급”

9월 9일 인천 서구에서는 60대 남성 청라동 외국인학교 여중생에게 “태워주겠다”고 접근해 유인하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10일에는 제주 서귀포에서 초등학생에게 “알바 할래”라며 차에 태우려 한 30대 남성이 긴급 체포됐고, 11일 대구 서구 평리동에서는 60대 남성이 여학생에게 “짜장면 먹으러 가자”라고 유인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과거 유괴 범죄가 주로 금품을 노린 수단이었다면, 최근에는 성범죄 목적이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괴·성폭력 범죄는 2019년 1514건에서 2023년 1704건으로 4년 사이 1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유괴 범죄는 같은 기간 138건에서 204건으로 48%(66건) 늘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과거 유괴 범죄가 주로 금전적 이득을 노린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성범죄 목적의 범행이 늘고 있다”며 “금전 범죄는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지만, 성적 목적의 범죄는 처벌 경각심이 낮아 상대적으로 쉽게 통제할 수 있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5월 경기 남양주시에서 70대 남성이 등교하는 초등학생 여아를 간식으로 유인해 자신의 차에 태워 유괴하려 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그가 피해 아동을 인근 농막으로 데려가려 한 정황과 신체적 추행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남성을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으며 8월 12일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지난 4월 인천에서는 초등학생 2명을 차량으로 유인한 뒤 성추행한 혐의로 20대 우즈베키스탄 국적 남성이 긴급 체포됐다.
최근 유괴 범죄를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유괴 미수와 관련된 모방 범죄가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초등학생을 유괴하려다 붙잡힌 20대 남성 3명은 “장난 삼아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사건들은 과거처럼 대상을 정해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특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단순한 범행을 자신을 알리는 수단으로 삼는 경우가 많고, 범행을 시도한 뒤 피해자의 반응이나 경찰의 대응을 지켜보며 쾌감이나 흥분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주의 당부를 넘어, 학교 내 유괴 예방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그동안은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는 정도가 일반적인 예방법이었지만, 아이들은 누군가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낯설다는 인식이 사라진다”며 “실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 교육이 예방 차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세심한 관심도 요구된다. 통학로 주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점을 자녀와 함께 미리 파악해 두는 게 좋다. 현 제도상 경찰은 편의점·문구점·약국 등을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해 위급 시 임시보호소로 운영 중이다. 자녀의 실종 예방을 위한 사전등록도 권장한다.
범죄 발생 자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학부모와 아동이 범죄 상황을 스스로 인식하고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웅혁 교수는 “경찰 인력만으로는 초등학생 전원을 24시간, 전 지역에서 보호·순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 학교가 협력해 시민들이 사회 전체의 눈이 되어 감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동을 겨냥한 범죄 특성상 미수에 그쳤더라도 처벌 기준과 형량을 강화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윤호 교수는 “유괴가 미수에 그쳤더라도 피해자와 일반 시민들이 겪는 범죄 공포와 심리적 피해는 크다”며 “모방 범죄와 잠재적인 범죄에 대한 억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사회가 피해 아동의 시각에서 범죄를 바라보고,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해 형량 상한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