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회 추천 제외’ 카드에 법원 ‘인력 증원’ 맞대응…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이 변수
법원은 여전히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법원 내 판사들 다수는 법원 외에 다른 어떤 기관도 인사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펼친다. 법원도 절충안을 내놓았다. 이는 판사 한 명을 내란재판부에 추가 배치하는 것으로 ‘속도전’이 가능하게 하려는 조치다. 법원 내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를 대법원(법원행정처)이 서울중앙지법에 소속된 판사들 중 고르도록 한다’는 조건 외의 방식으로 입법이 이뤄질 경우 헌재까지 가서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법원이 스스로 움직이기’를 희망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입법으로 강제하겠다는 분위기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지귀연 재판부가 재판을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지귀연 판사 본인이 부적절한 처신 의혹을 받고 있어 이를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는 여론에 힘이 실렸다.
당초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발의한 내란특별법에는 내란재판부의 법관 후보자를 추천하는 추천위를 별도로 설치하고, 추천위는 국회 추천 인사 3명, 대한변협 추천 인사 3명 등을 포함해 모두 9명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법원을 중심으로 한 법조계에서 ‘위헌 가능성’ 우려를 제기하자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국회 추천권을 삭제하는 절충안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를 반영한 새로운 발의안을 18일 내놓았다. 서울중앙지법과 고법에 각 특검재판부를 3개씩 설치하는데 판사는 재판부당 3명으로, 국회 대신 법무부가 참여하는 모델이다. 법무부(1명)·법원 판사회의(4명)·대한변호사협회(4명)가 뽑은 9명으로 추천위원회를 꾸려 전담 법관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일주일 이내에 임명해야 하는 방식이다.
국회 추천권만 삭제하면 문제없다는 민주당의 논리와 달리 법원에서는 ‘법원 외 추천위 참여는 위헌’이라는 반발이 상당하다. 특정 사건의 재판을 전담하기 위한 판사를 별도로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작위성 원칙’을 흔든다는 것이다.
#어디까지 위헌이고 합헌일까?
법원 안에서는 구체적으로 △법무부, 대한변협 등 법원 외 조직이 추천위에 참여하고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 소속 외 판사가 추천되는 것도 위법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타 법원에 발령이 난 판사를 ‘특정 재판’을 위해 불러온다는 발상 자체가 법원 인사를 흔드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 성격이 있다고 본다”며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에 소속된 판사들 중 추천을 해 여러 명 중 대법원이 고른다면 그나마 위헌 여지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무작위 배당이라고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에 있는 형사 재판부 중 ‘부패’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3~4개로 정해져 있듯, 이미 기존 시스템에서도 법원이 마음먹으면 어느 정도 성향을 정해놓을 수 있는 것이고 지방에 있는 작은 법원은 합의부가 1곳밖에 없는 곳도 있다”며 “추천위에서 3~4배 규모로 추천해 대법원장이 고르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 서울중앙지법 판사들 중에서 법원이 고르는 것도 문제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담재판부에서 타협?

법원도 ‘인력 증원’ 카드를 절충안으로 내놓았다. 서울중앙지법은 3대 특검 사건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진행을 위해 내란 재판을 담당하는 형사합의25부에 법관 한 명을 추가 배치하기로 한 것. 증원되는 법관은 재판부에 배당된 일반 사건을 담당해 지귀연 재판장을 포함한 기존의 판사 3명이 내란 사건 재판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특검 사건 재판부에 투입되는 참여관, 주무관, 속기사, 법원경위 등 직원들을 충원해달라고 법원행정처에 요구했고, 여기에 더해 법원은 특검 사건 1건이 배당되면 향후 일반사건 5건을 배당하지 않는 방식으로 특검 사건에 가중치를 부여해 재판부의 업무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검 기소 사건이 본격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 대비해 법원은 형사합의부 증설을 위한 법관 증원을 법원행정처에 요청하고 형사법정 증설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도 절충안에 민주당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때문에 대법원이 ‘서울중앙지법 내 민사 전담 재판부 소속 판사들’ 중 10명 내외를 골라 3개 정도의 특검 사건 전담 재판부를 임의로 구성하는 모델까지 더 확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울고등법원의 또 다른 부장판사는 “이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는 사건이 너무 많아 집에 가기 힘들다고 할 정도”라며 “업무량을 고려할 때 민사 파트 법관들 중 부장판사급 이상으로 대등재판부를 꾸리면 무작위 배당이 가능하고 사건을 전담토록 해 빠르게 사건 처리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한 개의 재판부가 세 특검 사건을 전담할 수는 없으니 재판부를 2개 이상 구성해서 사건을 배당토록 하면 부담이 덜하지 않겠느냐. 서울고법도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법원 안에서 신속 재판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 어떤 영향 미칠까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교체해 ‘말 잘 들을 대법원장’을 앞세운 사법 개혁과 내란 사건을 빠르게 유죄로 판단해 줄 재판부, 이 두 가지를 민주당이 원하는 것 같다”며 “법원이 점조직처럼 되어 있어 쉽게 뭉치지 않지만 사법권에 대한 인식은 기본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압박이 계속되면 판사들도 반발하는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