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안전성 등 문제 불구 전국 곳곳 35조 규모 신공항 추진…건설 강행 경우 애물단지 전락 우려

현재 공식 추진되고 있는 공항은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제주 제2공항, 새만금 국제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모두 합쳐 약 35조 원 이상의 비용이 소모되는 대규모 건설 사업이다. 명분은 지역 균형발전이다. 공항 물류와 여객 운송 기능을 통한 ‘공항경제권’을 형성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자는 취지다.
2002년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중국국제항공 129편 추락사고’를 계기로 김해공항 안전 문제를 해결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때 부산 가덕도가 신공항 부지 후보지로 떠올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타당성 등을 이유로 가덕도 대신 김해공항 확장안을 채택했다.
문재인 정부 때 상황이 뒤집혔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고, 정부는 메가시티 중심지인 부산에 공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항공물류 기능을 더해 항만물류와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었다. 항공물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운영되는 공항이 필요했다. 그래서 주거지 소음 문제로 24시간 운영할 수 없는 김해공항 대신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기로 했다.

제주 제2공항은 기존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제주 동부 지역을 개발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전북 새만금 국제공항은 지역 개발 촉진, 국제 물류 유통 등 동북아 거점 공항 육성, 국가 균형 발전 등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은 지역 주민들의 교통편의 증진을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울릉·흑산·백령공항은 중소 공항으로 분류되고 서산공항은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이 위치한 군 비행장으로 분류된다. 울릉공항의 경우 독도 등 영토 수호 및 비상사태 대응 능력 강화 등 안보 환경 개선 목적도 있다.
여기에 더해 경기국제공항과 포천공항 건설 움직임도 있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제6차 공항 개발 종합계획(2021~2025년)에서 두 공항 건립 추진에 대해서는 제반 상황을 고려해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부작용 속출, 그럼에도 강행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공항이 계획 단계서부터 각종 문제점이 있다고 비판한다. 2021년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인근 진해 비행장과의 공역 중첩으로 인한 관제 업무 혼선 △대형 화물 선박과의 충돌 가능성 △연약한 지반층으로 인한 매립공사 차질 및 비용 문제 △해상 절벽 등 생태자연도 1등급 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간사이공항과 유사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사이공항은 세계 최초 해상 매립 공항으로 주목을 받았다. 개항 당시 향후 50년 동안 11.5m가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6년 만에 11m가 가라앉았다. 항공기 이착륙 때 발생하는 하중 등 고려되지 않은 점들이 많았다. 공항 보수에 들어간 비용만 1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계약을 맺었던 현대건설은 지난 5월 30일 안전을 담보할 수 없고,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업에서 전면 철수했다. 이후 재입찰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재입찰 준비 기간만 6개월 소요될 전망이다. 개항 시기는 기약 없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위헌제청 및 행정소송도 변수다. 시민단체 가덕도신공항추진반대행동은 두 차례 입지타당성 평가에서 김해와 밀양보다 낮은 점수를 얻어 부적합이 확인된 가덕도를 선정하고, 자연·문화적 보존 지역 파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가덕도신공항건설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국회가 공항 입지를 결정한 것은 평등원칙과 권력분립원칙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제기했다.
새만금 공항은 1심에서 패소하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이 공항은 시작부터 사업성 논란에 휩싸였다. 전북도는 2030년 약 402만 명의 수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토부는 2025년 67만 명에서 2055년 133만 명으로 수요를 추산했다. B/C(비용 대비 편익)는 0.479로 나타났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 지역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예타 면제를 받아 사업이 계속 진행됐다.
최근 법원은 국토부가 입지 선정 때 조류 충돌 위험성을 검토하지 않았고, 그 위험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판단했다. 인근에 멸종 위기종 동물들의 서식지와 만경강 수라 갯벌 훼손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신공항 건설이 훼손하는 결과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전문가 조사 등으로 인정되고, 국토부도 이를 완전히 부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토부는 곧바로 항소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재원 마련에 문제를 겪고 있다. 대구시 재정으로는 20조 원이 넘는 사업비(추정치)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 공기업 참여도 불발됐다. 결국 재원 부족으로 2030년 개항은 사실상 무산됐고, 사업은 표류하는 모양새다. 결국 대구시는 중앙정부의 재원 지원을 요청했다.
서산공항도 타당성 논란에 휩싸였다. 서산공항은 2023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했다. 기재부는 서산공항 B/C를 0.81로 평가했다. B/C가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서산공항 인근에는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이 있어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와 충남도 등은 사업비를 예타 면제 기준인 500억 원 이하로 축소해 추진하기로 했다.
울릉·흑산 공항에 대해서는 수요 예측이 최대 6배 부풀려졌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9월 23일 감사원이 공개한 ‘지방 공항 건설사업 추진 실태’에 따르면 국토부는 울릉·흑산 지역이 매년 1.7~4.1%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여객 수요를 추산했다. 이를 기반으로 울릉공항은 2050년까지 107만 8000명, 흑산공항은 2050년까지 108만 명의 여객 수요가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전문 기관을 통해 재산정한 결과 울릉공항은 55만 명, 흑산공항은 18만 2000명으로 계산됐다.
울릉공항은 활주로 길이 문제도 지적됐다. 2022년 국토부는 수익성 증대 등의 이유로 항공기 좌석 수 상한을 50석에서 80석으로 늘렸다. 그러나 활주로 길이는 1200m로 유지했다. 감사원은 비가 올 경우 비행기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울릉공항 공정률은 65%를 넘겼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각 공항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여야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반드시 진행하겠다고 했다. 9월 14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월 23일에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사업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9월 6일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현장을 찾아 “총사업비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기본계획을 신속하게 고시하고, 군 공항 산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도 국토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9월 22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비 지원과 관련 특별법 개정 등을 시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법원 제동이 걸린 새만금 신공항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당 소속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국제공항 건설 중단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산공항은 국토부와 충남도 등이 사업비를 예타 면제 기준인 500억 원 이하로 축소해 추진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흑산공항·백령공항도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과거 정치적 논리에 휘둘렸던 공항들의 말로는 좋지 못했다. 전두환 정권 실세 유학성 씨가 주도해 자신의 고향 예천에 세운 예천공항은 수요 부족으로 2004년 폐쇄됐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약했던 울진공항은 2003년 개항 직전 비행훈련원으로 전환됐다. 전북 김제공항은 공항 계획이 전면 폐쇄됐다.
복수 여야 관계자들은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공항 건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서울 1극 체제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도 있다. 비용 문제도 큰 것은 맞다. 지역에 새로운 관문을 만든다는 상징성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지방선거용 표심 잡기를 위해 공항이 여기저기 난립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