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도로·삼부토건 등 ‘성과’ 김 씨와 연관성 입증 과제…일각 “별건 다수” 지적에 “결과 보고 판단하라”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 대한민국 호는 반 년간 정상궤도를 이탈했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모든 영역은 혼돈과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하지만 도도한 민심의 강물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호를 난파시켰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다시 정상궤도로 진입했다. 지난 6월 3일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은 안정과 확실성 시대로 회귀했다. 동시에 내란사태를 비롯한 각종 비리 의혹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청산 작업이 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조치가 ‘3대 특검’ 임명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논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등 3대 특검이 출범한 지 100일이 된다. 이에 일요신문은 3대 특검을 출입하거나 담당하고 있는 취재진이 작성한 ‘특검수사 중간보고서’를 특검별로 3회에 걸쳐 게재한다. 각 특검의 수사 성과와 한계 그리고 향후 수사방향 등을 심층 분석하고 전망한다. 더불어 3대 특검 안팎에서 그동안 벌어진 에피소드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편집자 주][일요신문] 헌정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을 이끄는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가 9월 20일 지명 100일을 맞았다. 각 특검팀 수사가 절반 이상 진행돼 변곡점을 돈 가운데, 김건희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16개의 의혹 수사를 전방위로 펼치며 3대 특검 중 가장 앞서 나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일각에서 별건 수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과 김건희 씨와의 연관성 입증은 특검팀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의혹 주변부에서 정점까지 겨눠

수사는 신중하고 정석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검팀은 본격적인 수사에 앞서 기존 사건 기록을 먼저 검토했다. 수사 대상이 총 16개에 이르기 때문에 이미 정리가 돼 있는 사건부터 살피기로 한 것이다. 특검팀은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 사건 기록을 이첩 받았다. 또 ‘집사게이트’ 관련해선 과거 이를 자세히 보도한 바 있는 ‘뉴스타파’에 일부 자료를 요청했다고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사 초기에는 주가조작과 집사 게이트에 주력했다. 특검팀은 현판식 다음날인 7월 3일 삼부토건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일주일 뒤인 10일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을 소환했다. 14일에는 주가조작 관련자인 이 회장과 조성옥 전 삼부토건 회장, 이응근 전 삼부토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속여 주가를 띄운 후 총 369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는다.
집사 게이트는 특검팀이 코바나컨텐츠 협찬 수사 중 인지한 ‘인지 사건’이다. 특검팀은 김건희 씨의 측근이었던 김예성 씨가 관여한 IMS모빌리티가 자본잠식 상태에서 대기업으로부터 184억 원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그는 2013년 비마이카 설립 당시 주변에 김건희 씨를 ‘누나’라고 부르며 ‘쩐주’로 소개했다고 한다. 탄핵 직후 베트남으로 출국해 줄곧 특검 조사에 불응하던 김예성 씨는 여권 만료 하루 전인 지난 8월 12일 입국 직후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리고 김예성 씨가 체포되던 날 ‘누나’ 김건희 씨도 구속됐다.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 청탁 의혹) 등이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김건희 씨 구속과 맞물려 매관매직을 위한 금품 수수 의혹도 쏟아졌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지난 8월 11일 수천만 원대의 목걸이를 김건희 씨에게 선물했다고 자수했다. 선물 이후 이 회장의 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는 국무충리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역시 인사 청탁을 위해 10돈짜리 금거북을 김건희 씨 측에 공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상민 전 검사는 1억 원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건네고 공천을 청탁한 혐의로 지난 9월 18일 구속됐다.

김건희 씨 주변에서 시작된 수사는 그 일가로까지 확대되며 의혹의 정점을 향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건희 씨의 친오빠 김진우 씨와 그의 장모 자택을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우환 화백 그림뿐만 아니라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압수했다. 모친 최은순 씨가 운영하는 요양원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롤렉스와 카르티에 시계, 금거북 등의 귀금속이 나왔다.
이와 관련, 김형근 특별검사보는 지난 9월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건희 씨 오빠의 장모와 모친 사무실에서 김건희 씨가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각종 물품이 발견됐다”며 “김건희 씨 친인척의 증거 은닉 및 수사 방해 혐의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관련해선 당시 국토교통부 관계자였던 김 아무개 서기관이 지난 9월 17일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을 비롯해 건진법사의 공천개입과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무상 제공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은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법조계에선 3대 특검이 2라운드에 돌입한 이상 이젠 핵심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을 때라고 분석한다.
특검은 그간 김건희 씨와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이응근 전 대표, 윤영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건진법사 전성배씨,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집사 김예성 씨 등 8명을 구속 기소했다. 현재 구속 수사 중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상민 전 부장검사,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과 국토교통부 김 서기관 등도 기소를 앞두고 있다. 각각의 재판들은 비슷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관건은 공소 유지다. 특검법상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1심 재판부는 공소를 제기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특검팀 입장에선 6개월 내에 각 사건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하고 형사처벌까지 이끌어내야 하는 셈이다. 다만 과도한 업무와 수사 인력 부족으로 연일 강도 높은 노동을 소화해내고 있는 특검이 공소 유지에 얼마나 공을 들일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특검은 또 비교적 최근 수사에 돌입한 해군함정 선상 파티와 종묘 차담회와 김승희 전 의전비서관 딸의 학교폭력 무마 등의 사건도 동시다발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주요 수사 대상 중 아직 완료되지 못한 사건으로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과 김건희 씨와의 연관성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국민의힘 정당법 위반 의혹 △IMS모빌리티 투자 의혹 등이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조사가 충분히 이뤄졌다 보기 힘든 주요 사건들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다들 공감하실 것이라 생각한다”며 “추후 사건들을 좀 더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겠다는 정부·여당 발표를 전후로 특검 내부에서도 검찰로 복귀하겠다는 수사 검사들의 불만이 새어 나와 특검보가 한 차례 진땀을 빼는 일도 발생했다.
통일교와 건진법사 전성배 씨 의혹을 수사 중인 부장검사 2명과 부부장 검사 1명이 검찰 복귀 의사를 밝힌 걸로 전해졌다. 팀장급의 부장검사도 검찰 복귀를 원한다는 말이 나왔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담당했던 평검사는 이미 복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언에 따르면 한학자 총재의 소환 일정 조율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고, 과도한 업무 강도와 늘어난 수사 기간도 요인 중 하나라는 말이 나온다. 일부 검사들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수사가 상당 부분 마무리됐으므로 파견 유지 이유가 없어졌다는 입장인 걸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냈다. 박상진 특검보는 9월 10일 브리핑에서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발표 이후 파견 검사들이 복귀를 요청했다는 소문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파견 검사 한 명이 개인적인 이유로 소속 검찰청으로 복귀한 바 있지만 최근은 아니며 다른 파견검사로 즉시 충원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검찰청 폐지 소식 이후 특검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말은 ‘받은 글’ 형태로 정치권까지 퍼지고 있다. 여당은 특검 조이기에 들어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월 20일 페이스북에 “외환죄와 검찰에 대한 수사는 아직 시작도 못 했다”며 “특검 기간도 연장되고 수사인원도 증원됐으니 더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적었다. 부승찬 민주당 대변인은 9월 21일 김건희 특검을 겨냥해 “통일교-국민의힘 카르텔,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는 내용의 서면 브리핑을 발표했다.
일각에선 ‘김건희 없는 김건희 특검’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3대 특검 가운데 가장 많은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핵심 의혹과 다소 거리가 있는 별건 수사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앞서 ‘조선일보’는 특검팀이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구속한 13명(현재 14명) 가운데 9명 이상이 김건희 씨와 직접적 연관 없는 혐의로 구속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삼부토건 조가조작으로 구속된 3명의 경우 아직까지 김건희 씨와의 연관성이 규명되지 않았다. ‘내일 삼부토건 체크’라는 문자로 사건의 중심에 선 이종호 전 대표는 현재 별건의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 상태다.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관련자인 김 서기관은 뇌물죄로 구속됐고, ‘집사’ 김예성 씨도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건희 씨와의 경제적 공동체 의혹은 아직 수사 중이다. 김예성 씨는 지난 9월 22일 자신의 첫 공판에서 “특검팀의 기소가 법이 정한 수사 범위를 벗어난 별건 수사”라며 위법성을 제기했다.
특검팀은 즉각 반박했다. 이와 관련 특검팀 관계자는 9월 19일 “본 특검의 명칭은 ‘김건희와 명태균, 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라며 “김건희 씨 개인만 수사하는 게 아니라 명태균, 건진법사 등이 관여해 국정을 농단한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16개 항목을 수사하기 위해 임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도 만약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면 구속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 이 법과 무슨 관련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도, 결국 수사라는 것은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일단 드러난 혐의로 관련자들을 기소한 후 연결고리를 찾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특검법 제9조 2항 및 제3항에 따라 9월 23일 수사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수사 기간 만료일은 9월 29일이다. 박상진 특검보는 9월 24일 브리핑에서 수사 기간 연장 필요 사유에 대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수사가 진행 중인 바 추가 조사 및 증거 수집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여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장된 수사 기간은 30일로 오는 10월 29일까지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