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특검 중 가장 먼저 수사기간 연장, 기소 ‘0명’…직권남용 혐의 다수, 진술 번복 가능성 ‘입증’ 고난도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로 대한민국 호는 반 년간 정상궤도를 이탈했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모든 영역은 혼돈과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하지만 도도한 민심의 강물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호를 난파시켰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다시 정상궤도로 진입했다. 지난 6월 3일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은 안정과 확실성 시대로 회귀했다. 동시에 내란사태를 비롯한 각종 비리 의혹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청산 작업이 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조치가 ‘3대 특검’ 임명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논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등 3대 특검이 출범한 지 100일이 된다. 이에 일요신문은 3대 특검을 출입하거나 담당하고 있는 취재진이 작성한 ‘특검수사 중간보고서’를 특검별로 3회에 걸쳐 게재한다. 각 특검의 수사 성과와 한계 그리고 향후 수사방향 등을 심층 분석하고 전망한다. 더불어 3대 특검 안팎에서 그동안 벌어진 에피소드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편집자 주][일요신문] 2023년 7월 19일, 역대급 산사태로 마을과 주민이 휩쓸려 간 경북 예천군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던 20세 청년 해병이 인근 천 급류에 떠내려가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고 채수근 상병 이야기다.
그런데 채 상병 순직 후 정부와 관계당국 등에선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해병대수사단은 경찰에 채 상병 소속부대 사단장 혐의까지 이첩했으나, 어째선지 경찰은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어 해당 사단장 혐의가 갑자기 사라졌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이러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나' 화를 내며 지시한 탓이란 말이 파다했다. 격노 이유는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지인이 사단장 구명을 로비한 탓이란 설이 확산했다.
'순직해병 특검'(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이 사건 진실을 밝히려고 지난 7월 2일 출범했다. 하지만 좀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과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이 주요 피의자들을 줄줄이 재판에 넘기는 동안 순직해병 특검팀은 단 한 명도 기소를 못했다. 뭐가 문제일까.

순직해병 특검팀의 수사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고 채 상병 순직 직후 박정훈 대령이 이끈 해병대수사단이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도 입건하려 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분통을 터트리며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 진위 여부가 첫째다. 둘째는 VIP 격노 배경이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식 관리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청탁 때문이라는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의 진실이다.
이 가운데 VIP 격노설은 조금씩 진상이 규명되는 분위기다.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이 이를 인정했다. 김 전 사령관은 그동안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 등에 'VIP 격노' 사실을 전달하며 수사 압력을 행사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그는 특검 출범 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를 받아 왔는데, 7월 2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때 "VIP 격노는 사실"이라고 처음 인정했다. 단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관건은 VIP 격노가 수사 외압으로까지 이어졌는지다. 그 무렵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 경호처 명의 '02-700-8080'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 다시 전화를 걸어 '임성근 사단장 혐의를 빼라'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이 당시 누구와 통화했는지는 아직 미궁에 빠져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의심하지만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은 현재 특검팀 최대 난관이다. 특검팀은 애초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로비를 했다는 가설에 무게를 둬왔다. 하지만 분위기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 가설이 성립하려면 이종호 전 대표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관계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아직 드러난 게 없다. 이 전 대표가 2010년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관리해준 배경에만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 7월 15일 이종호 전 대표 휴대전화를 확보한 점은 특검팀 성과다. 이날 특검팀은 이 전 대표 뒤를 쫓다 그가 서울 한강공원에서 휴대전화를 부수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 전 대표가 증거를 숨기려 한 정황은 뚜렷한 셈이다. 특검팀은 현장에서 해당 휴대전화를 챙기고 포렌식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 이 휴대전화에는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 중인 삼부토건 등 주가조작 관련 증거가 담겼을 수도 있다.
이에 순직해병 특검팀은 구명로비 창구가 아예 다른 인물일 가능성도 바라보고 있다.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멘토이자, 임 전 사단장과도 가깝다고 전해졌다. 특검팀은 7월 18일 극동방송과 김 목사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 결과 김 목사는 채 상병 순직 이후 7개월 치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을 삭제한 상태였다. 김 목사는 특검팀의 참고인 조사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순직해병 특검은 3개 특검팀 가운데 가장 먼저 수사 기간을 연장했다. 지난 8월 21일 30일 연장을 결정해 9월 29일이 원래 1차 종료일이었다. 그러나 특검법이 일찍이 두 차례 연장이 가능하게끔 보장한 데다, 지난 9월 23일에는 기존 특검법 규정에서 30일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일명 '더 센 특검법'도 국무회의를 통과해 수사는 오는 11월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단연 최대 관심사는 '1호 기소' 주인공이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유력 후보다. 채 상병 순직 후 해병대수사단이 적용하려던 업무상과실치사를 그대로 적용하면 돼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꼽힌다. 문제는 이게 실제 재판에서도 유죄로 인정될지 여부다. 임 전 사단장이 채 상병 부대 지휘관은 맞지만, 사고 현장에선 작전 지휘권이 육군50사단에 있었다는 게 걸림돌이다. 임 전 사단장도 이 부분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특검팀은 '표면상 지휘권은 육군에 있었으나, 실질적 권한은 해병대에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려 한다. 어려운 과제다. 설령 입증을 하더라도 유죄를 장담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예컨대 2022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 때도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됐으나 나란히 1심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고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이유였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도 유력한 기소 후보군에 속한다. 그는 특검 출범 후 83일 흐른 지난 9월 23일에야 첫 피의자 조사를 받았고, VIP 격노가 사실로 드러나며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 윤 전 대통령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할 '핵심 고리'로 떠올랐다. 더구나 국민적 '괘씸죄'도 무겁다. 그는 채 상병 순직 후 직권남용 등 혐의로 피소 및 출국금지까지 받았으나, 난데없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되면서 당시 위기를 모면했다.

순직해병 특검팀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저성과' 지적에 "다른 특검팀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는 입장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주요 피의자들 혐의가 '직권남용' 등이다 보니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재판에 가서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월에는 실질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는 수순에 돌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오는 10월 중순쯤 윤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방침이다. 이 전 장관이 조사 과정에서 "호주대사직은 윤 전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해졌다. 이대로라면 윤 전 대통령이 순직해병 사건 관련 수사를 방해하고자 피소된 이 전 장관의 '도피'를 도왔다는 해석이 된다. 이 전 장관 측은 "정상적인 인사 조치였을 뿐 도피라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항변한다.
물론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특검팀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도 9월 24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데 관여했다는 혐의다. 윤 전 대통령 '수사 외압' 의혹 수사에 주력하며 혐의 입증을 위한 '빌드업' 채비에 돌입했단 분석이다. 이 전 장관을 대상으로도 9월 4째주 한 주에만 4차례 마라톤 조사를 진행한다.

한편 이 사건 수사 막후에선 특검과 주요 피의자들 신경전도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지난 9월 11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에 깜짝 방문해 이명현 특검에 면담을 요청하는 일이 있었다. 그는 "내 혐의에 증거가 있다면 차라리 빨리 기소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이명현 특검이 본인 페이스북에 욕설로써 내게 모욕감을 줬다"며 사과도 촉구했다.
하지만 그는 문전박대를 당해 그냥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일부 해병대 예비역들의 거센 항의가 잇따랐다. 몇몇 기자와 경찰까지 몰리고 말았다. 임 전 사단장은 원래 이날 작심하고 이 특검을 종일 기다릴 계획이었다고 한다.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곳곳에 심어진 은행나무들을 보며 "벌써 가을이 왔구나" 실감했다고. 주변에는 "내 기대가 너무 컸다"고 토로했다고 전해졌다.
특검팀 수사관과 수사 대상자가 길 한복판에서 다툰 일화도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휴대전화를 한강공원에서 입수한 뒤로도 사건 일부 관계자들의 뒤를 쫓았다. 그러다 두 차례 발각됐다. 쫓기던 이들은 '민간인 사찰'을 주장하며 특검팀에 사과 등을 요구했으나 원하던 대답은 듣지 못했다. 이들 수사 대상자들은 8월 2일 몇몇 기자들한테도 이를 알렸지만 공론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