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 순간을 영원히-조용필’ 공연 녹화…게스트 대신 1만 8000명 관객을 초대 가수 삼아 ‘떼창’
‘가왕’의 이 한마디에 1만 8000여 명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남녀노소가 모두 함께 부를 수 있는 히트곡을 보유한 대한민국 가수는 몇 명 되지 않는다. 오직 조용필이기에 가능했던 장관이었다. 올해 어느덧 75세가 된 그가 왜 ‘영원한 오빠’인지 여실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조용필이 고른 첫 곡은 ‘미지의 세계’였다. “이 순간을 영원히 아름다운 마음으로∼”로 시작되는 첫 소절은 이번 공연의 제목과도 연결된다. 팍팍한 경제 상황 속에서 위축된 관객들이 그와 함께하는 이 순간만큼은 더없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른 곡인 셈이다.

조용필이 TV에서 공연을 선보인 건 실로 오랜만이다. 오로지 앨범과 공연으로만 관객과 소통하던 그는 명절을 맞은 대중을 위로하고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이번 공연에 참여했다. 이는 오랜 기간 그의 곁을 지켜준 대중에 대한 보답이었다. 조용필은 “제가 지금까지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노래할 것이다. 안 되면 2, 3년 쉬었다 나오고, 그래도 안 되면 4, 5년 뒤에 나오면 되지 않느냐”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가 ‘단발머리’를 선곡해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그 소녀가 보고 싶을까”라고 노래하는 대목에서는 수많은 여성 관객들이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탄성을 내질렀다. 이어지는 노래는 ‘고추잠자리’였다. 조용필은 “그동안 여러분이 도와주셔서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여러분과 정식으로 떼창을 해볼까 합니다”라고 제안했고, 모두가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슬퍼지지”라고 내지르며 공연장을 거대한 노래방으로 변모시켰다.
조용필은 공연 중간 중간 가벼운 농담과 격려를 건네며 분위기를 띄웠다. “올해 너무 더웠죠? 그러니까 누가 ‘겨울이 좋았다’고 하더라”면서 ‘그 겨울의 찻집’을 선곡했고, “여러분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를 들려드리겠다”면서 ‘그래도 돼’를 불렀다. “이제는 믿어 믿어봐. 자신을 믿어”라는 대목에서 카메라는 객석을 향했고, 가족 단위로 온 관객들은 서로를 보듬거나 볼을 부비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공연이 절정을 향해 갈 무렵, 가왕은 기가 막힌 곡을 또 하나 꺼냈다. 그를 ‘살아있는 전설’로 만든 ‘바운스’였다. ‘1970∼1980년대를 풍미한 가수’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든 이 노래는 2013년 발매돼 내로라하는 후배 K-팝 그룹들을 제쳤다. 조용필은 “60세가 넘은 나이에 ‘뮤직뱅크’에서 1위를 했다. 그때 (기뻐서) 술도 한잔했다”면서 “물론 지금은 끊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1985년 발표된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내레이션 중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라는 구절은 현재진행형 가수인 조용필의 2025년을 예언한 듯했다.

이날 조용필은 약 150분 동안 무려 28곡을 소화했다. 박진영, 아이유, 박정현, 로이킴, god 등 후배 가수들이 영상으로 등장해 선배의 공연을 응원했지만 무대에 선 게스트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신 조용필은 1만 8000명 관객을 초대 가수 삼아 떼창을 즐기며 화합했다.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가왕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과 같이 노래하니 너무 좋습니다. 멋지고 아름다워요. 오래도록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mas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