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부진 뷰티로 메웠지만 국내외 시장 선도 브랜드 빈약…‘실적 반등’ 무거운 숙제 짊어져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는 그동안 공채 출신 ‘순혈주의’가 강했던 기업인데 인수한 기업의 대표를 계열사 대표로 선임한 것은 가히 혁신적”이라며 “이마트·신세계 계열 분리 이후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지속적으로 뷰티·패션을 핵심 사업으로 두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번 인사도) 그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K-뷰티 인기를 선도하는 브랜드 대부분을 1980년대에 태어난 30, 40대 젊은 대표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이 신세계의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가총액 8조 원을 돌파하며 업계 1위 자리에 오른 에이피알(APR) 김병훈 대표(1988년생)와 △조선미녀 △티르티르 △스킨1004 등 브랜드를 운영 중인 ‘구다이글로벌’ 천주혁 대표(1987년생), 모두 30대다. 반성연 달바글로벌 대표(1981년생), 차혜영 논픽션 대표(1983년생)도 젊은 감각으로 뷰티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서 성공시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라이프스타일 분야 매출은 8937억 원, 영업이익은 1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3%, 54.46% 감소했다. 올해 2분기에는 패션 분야 수익성이 악화해 23억 원의 영업손실(적자)을 기록했다. 내수 소비 침체와 고환율 여건, 온라인 중심 소비 패턴 강화, 명품과 중저가 브랜드로 양분화한 구매 수요 재편 등 시장 변화 요인에 신세계인터내셔널이 발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결과로 평가된다.
신세계인터의 연매출에서 뷰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8% △2023년 31.7% △2024년 33.2% △올해 상반기 37.3%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신세계인터가 인수한 색조 화장품 브랜드 ‘어뮤즈’가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 인수 첫해인 2024년 연매출 520억 원을 기록,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322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의 실적을 거둬 브랜드 설립 이래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브랜드를 확대·강화하는 것이 서민성·이승민 신임 대표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연 신세계인터가 K-뷰티를 선도할 만한 대표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 K-뷰티를 선도하는 중소기업 브랜드와는 달리 신세계가 갖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출발해 브랜드와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무신사 등 패션 플랫폼이 디자이너 브랜드를 적극 인수해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 또한 주목받는 중소 뷰티·패션 스타트업에 대해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신세계는 글로벌·명품 브랜드 위주의 전략을 가져왔지만 이제는 감각 있는 중소 디자이너 브랜드, 이른바 ‘인디브랜드’의 시대”라며 “패션과 뷰티 모두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적절히 중소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투자하는 전략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뷰티 부문 실적이 고성장을 지속 중이며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높아, 젊은 CEO를 통해 신속하고 트렌디하게 변화를 주도하며 뷰티 부문 성장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지난해 인수한 어뮤즈와 자사 뷰티 브랜드 연작, 비디비치 등의 글로벌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패션 부문은 성장성이 높은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빠르게 도입해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K-패션 브랜드를 발굴·투자해 포트폴리오를 확장·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