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색출 등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혐의…사측 “관련 사실 확인 차원, 신원 노출 의도 없어”

노조 집행부 A 씨는 “부사장 B 씨는 고소인의 공익신고 사실을 색출하고자 신원을 추적해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지배·개입 행위를 했다”고 고소장에서 주장했다.
A 씨는 지난 4월 사내에서 직원들이 화학물질관리법 법정교육을 부정 이수하는 행위를 포착했다. 교육 영상 빨리감기가 가능하도록 자바스크립트 코드를 수정한 뒤 교육 영상을 보지 않고 이수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 등 유해화학물질을 직접 다루는 국내 모든 사업장 근로자는 화학물질관리법 법정교육을 2년마다 16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미이수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A 씨는 사내에서 벌어진 화학물질관리법 법정교육 부정 이수 사실을 지난 4월 환경부에 신고했다. 최고안전책임자 부사장 B 씨에게도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그런데 부사장 B 씨가 제보 내용을 사내에서 공유하는 과정에서 제보 내용은 부정 이수 당사자에게도 전달됐다. 제보자인 A 씨 이름과 직책 등 신상도 함께 유출됐다.
A 씨는 “B 씨는 최고안전책임자로서 회사 내 준법경영과 임직원 보호 의무를 다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공익신고 제보자 정보가 유출되도록 방치했다”며 “그 결과 조직 내에서 협박성 발언을 들었고, 노동조합 활동 역시 위축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고소장에서 밝혔다.
A 씨는 부사장 B 씨를 고소한 배경에 대해 “노조에서는 공익신고 채널을 다각화하고 공익신고자 신원 보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를 계속해왔다”며 “하지만 사측은 소극적으로 반응했다”고 지난 9월 29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부사장 B 씨는 제보 접수 후 관련 사실 파악 및 사건 처리를 위해 팀장 및 유관부서 직원에게 관련 내용을 이관한 것일 뿐 신고자 신원을 노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노조 활동을 위축시킬 의도가 있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난 9월 30일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지난 2월 불거진 바이오 의약품 원재료 검증 데이터 조작 사건 때 제보자 색출을 시도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당시 데이터 조작 제보는 노조가 운영하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익명으로 들어왔다. 노조에서 담당 부서에 조사를 요청했고, 데이터 조작은 사실로 드러났다. 결국 데이터 조작에 연루된 직원 여러 명은 퇴사했다. 그런데 사측이 조사 과정에서 익명 제보자 신원도 알아내려고 했다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위원장은 “잇따른 불법 행위와 부도덕한 제보자 색출 행태는 회사의 신뢰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행위”라며 “경영진의 무책임한 태도는 기업 가치와 브랜드 이미지의 동반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2023년 5월 설립됐다. 이후 설립 1년 10개월 만인 지난 3월 과반수 노동조합을 달성했다. 삼성그룹 제조업 계열사 중 최초의 과반수 노동조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은 올해 계속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취업규칙을 무단 변경했다며 지난 5월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냈다. 노조는 취업규칙을 무단으로 변경할 수 없도록 단체협약을 새로 체결해야 한다며 2026년 단체교섭 조기 개시도 요구하고 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