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대·창고 텅텅 비고 사실상 영업 불가능한데 점주들 보상금 협의까지 중단 ‘진퇴양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월 19일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만나 전국 15개 점포의 폐점 결정을 보류하기로 합의했다. 가양·일산·계산·원천·안산고잔·시흥·천안신방·장림 등 대형 점포들이 대상이다. 김 원내대표는 매각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폐점을 유예하고 인수자가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폐점 보류 발표가 나왔지만 현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경기 일산점과 천안 신방점을 비롯해 수원 원천점, 부산 장림점 등은 이미 매장 물건을 빼고 재고창고까지 비우며 사실상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일부 점포에서는 고별 세일이 진행되고 있지만 점주들에게는 정상 영업을 이어가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 매장은 텅 비고 손님 발길이 끊기면서 점주들의 매출이 급감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폐점 보류 결정 이후 홈플러스가 입점 점주들과 진행해오던 보상 협의를 전면 중단했다는 점이다. 강경모 홈플러스입점협회 부회장은 “보상 협의가 아예 중단됐다. 다수 점주들이 외부 상가와 계약을 맺고 계약금까지 낸 상황에서 보상금 수령이 무산되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측은 점주에게 원상복구 비용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현장 점주들의 말은 다르다. 일산점의 한 점주는 “그런 내용은 공유받지 못했다.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나갈 경우에는 원상복구 비용을 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소규모 식당은 1000만 원, 규모가 크면 수천만 원에서 억대까지 원상복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홈플러스 측에서 임대료와 수수료도 여전히 징수하고 있다. 홈플러스 포스기를 통해 본사가 저희 매출을 먼저 가져가고 수수료를 제하고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폐점 예정 점포 입점주 사이에서는 홈플러스가 보상 책임을 회피한 채 폐점 여부를 향후 인수자에게 떠넘기며 시간만 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경모 부회장은 “인수자에게 결정권을 넘길 예정이라면 당장 점포를 정상 영업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하는데 그대로 폐점 준비를 진행 중이다. 아무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나중에 인수자가 다시 폐점 결정하면 돈과 시간을 고스란히 날려야 하는 것은 점주들”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MBK가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점포 폐점을 임시로 보류했을 뿐 전체 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상 영업이 이뤄질 리는 없다. 대안 없이 폐점만 보류시킨 결과 피해는 고스란히 입점 상인들이 떠안고 있다”며 “정치권이 제대로 개입하려 했다면 MBK로부터 소상공인 보상이나 지원 방안까지 확실히 끌어냈어야 한다. 그 정도 디테일한 조사와 압박이 뒤따라야 했는데, 당장 눈앞의 상황에 급급해 임시처방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개입해 합의를 이끌어냈다면 거기서 끝낼 게 아니라 실제 영업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했어야 한다. 현재는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이 상황을 만든 정치권에서 책임지고 다시 협의해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홈플러스는 여전히 원매자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조건부 계약을 체결한 뒤 공개입찰을 병행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했지만, 잠재 인수자들과의 개별 협상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정한 기한까지 원매자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홈플러스는 10월 2일부로 공개경쟁입찰로 전환됐다.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는 약 2조 5059억 원으로 평가되지만, 청산가치가 3조 6816억 원에 달한다. 계속 기업을 운영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것이 낫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약 7조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던 MBK파트너스가 최근 2000억 원 증여를 포함해 총 5000억 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내놨으나 회생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종우 교수는 “결국 개별 자산 매각으로 갈 수밖에 없다. 11월 중순이나 말쯤에는 수도권 알짜 점포 위주로 부분 매각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강서나 수원 영통 같은 매장은 이마트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법원이 강제매각 절차를 밟더라도 시장에서 평가하는 2조 5000억 원 가치와 달리 실제 거래는 1조 원대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산업 자체가 이미 사양산업이고 비전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이라며 “폐점이 한 번 선언되면 사실상 사망선고인데 이를 보류한다고 살아나는 것도 아니고, 원매자가 기적적으로 나타날 때까지 입점 상인들만 불필요하게 고통을 분담하며 시간을 끌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폐점 협상을 진행했던 15개 점포의 입점 점주들과 관련해 “영업을 이어갈 점주들은 그대로 운영해도 되고, 철수하겠다면 보증금을 반환하고 원상복구 비용은 청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인수자가 폐점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전까지는 정상 영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일정은 10월 31일 인수 의향서 접수를 마감하고 예비 실사 과정을 거쳐 11월 26일 최종 입찰서를 제출하는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