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 불길 속 십여분간 통화…현장 대응 ‘논란’
그러나 애도의 자리 한편에서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소방당국의 미온적 대응이 불러온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반면 소방 관계자는 “최선을 다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화재는 지난 11일 밤 11시 19분경 청평면의 한 횟집에서 발생했다. 심야에 발생한 화재로 40대 부부와 고등학생·중학생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사망했다.
신고를 받은 청평119지역대는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구조대는 11시 37분쯤 도착했다. 그러나 가족이 있던 방에 도달한 것은 화재 발생 약 1시간이 지난 0시 20분경이었다.
목격자들은 “소방이 건물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도 한참 동안 밖에서 물만 뿌렸다.”고 증언했다. 한 주민은 “불길 속에서 ‘살려달라’며 10분 넘게 통화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지붕이라도 뚫고 들어가야 한다.”며 직접 구조를 시도하려는 모습도 목격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가평소방서는 “주 출입구가 무너져 진입이 불가능했고, 폭 50㎝ 남짓한 옆 통로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안전 확보 전 진입 금지 규정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사람이 안에 있다는 사실이 명확했는데도 판단이 지나치게 늦었다.”고 반박했다. 의용소방대의 현장 보고와 주민 제보가 있었지만, 매뉴얼 중심 대응이 현장 판단을 제약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진압을 지휘한 김 모 단장은 “화염이 치솟는 상황에서 진입이 어려웠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당시 가족들이 머물던 방은 외부로 통하는 문이 없고, 창문에는 방범창이 설치된 밀폐 구조라 구출이 어려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전 확보 전 진입 금지” 등 절차 중심 매뉴얼이 오히려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장 도면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의용소방대와 본대 간 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 불법 숙식 구조가 피해 키워… 관리 사각지대 지적
지난 14일 경찰과 소방은 합동감식을 통해 가족들이 식당 안쪽 약 3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며, 벽면을 지나는 전선이 화재 원인이 됐다고 발표했다. 가족이 발견된 방은 외부 출입문이 없고, 식당 정문을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였으며, 창문에는 방범창이 설치돼 탈출은 불가능했다. 소방과 경찰은 부부가 식당을 운영하며 자녀들과 함께 단칸방에서 숙식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근린생활시설인 음식점에서 숙식하는 것은 건축법과 식품위생법상 불법이다. 군 관계자는 “불시 점검 시 영업 방해나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며 “이런 ‘식당 내 숙식’ 형태는 도농 복합지역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는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소방 인력난과 매뉴얼 중심 대응 체계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재난 대응의 본질은 절차가 아니라 신속한 판단과 현장 대응력에 있다. ‘절차의 행정’이 아닌 ‘현장의 소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가평군은 이번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상가 점포 내 숙식 실태를 전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긴급 상황 발생 시 인명 구조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소방당국과 공조 체계를 강화하고, 불법 숙식 공간을 포함한 화재 취약 시설 안전 점검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유사한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 안전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할 계획이다.
최남일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