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김종인) 빼고 ‘뜸’(성장론자) 들이기…죽될까 밥될까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회의에 참석한 이현재 경제2분과 간사(왼쪽)와 류성걸 경제1분과 간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둘은 성장주의자로 알려졌다.인수위사진기자단 |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인수위원 24명과 공무원 53명에 이어 35명의 외부전문가 명단을 발표하면서 향후 박근혜 정부가 내놓을 정책 밑그림에 경제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제계 인사들은 인수위원과 경제 부처 공무원, 외부전문가들의 전담 업무를 토대로 박근혜 정부가 경제 성장, 중소기업 지원, 대기업 내부 거래 규제, 완화된 복지 정책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변인을 통한 공식발표 외에 설익은 이야기나 아이디어 차원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게 각별히 신경을 써주세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 인수위원들과 함께한 첫 번째 전체회의에서 함구령을 내리면서 인수위 정책방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정부 정책 방향에 민감한 경제계는 인수위원들과 인수위 파견 공무원, 외부전문가들의 성향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을 가늠하고 있다.
경기활성화 방안과 경제민주화 정책 등을 조율하게 되는 경제1분과 간사는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이 맡고 있다. 류성걸 의원은 기획예산처 공공정책관,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 기재부 2차관을 거친 대표적인 ‘예산통’이다. 류성걸 의원은 대선 기간 박근혜 캠프에 드나든 이력이 없는 인사다.
중소기업 육성과 IT·벤처산업 성장 등 실물 경제를 담당하는 경제2분과 간사인 이현재 의원은 6급 특채로 관직에 입문, 산업자원부를 거쳐 중소기업청장을 역임했고, 대선 캠프에서 중소기업본부장을 맡았다. 경제1, 2분과 간사를 맡은 류 의원과 이 의원의 경력을 통해 경제 정책이 경제민주화보다는 성장 쪽으로 치우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경제1, 2분과 위원인 홍기택 중앙대 교수와 서승환 연세대 교수도 모두 학계에서 성장주의자로 분류되고 있어 이러한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게다가 경제1, 2분과에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이끌었던 인사들이 배제된 것 역시 성장 쪽으로의 무게 중심 이동을 점치게 하고 있다. 인수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인수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주축인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김세연 의원도 인수위에 입성하지 못했다.
경제분과에 속한 9명의 외부전문가를 봐도 성장에 무게가 실린다. 1분과 전문가 중 신인석 중앙대 교수는 국민행복추진위 경제민주화추진단에서 활동했지만 경제민주화 3대 과제로 FTA(자유무역협정)시대 강소기업 육성, 공정한 경제·경제법치주의 확립, 금융 제자리 찾기를 주장해왔다. 중소기업 성장에 무게가 실린 셈이다. 정찬우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금융전문가고,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한-중 FTA를 강조해온 통상전문가다. 2분과 전문가 중 홍순직 전주비전대 총장은 삼성경제연구소 전무와 삼성SDI 부사장, 삼성미래전략위원회 부사장 등을 지낸 ‘삼성맨’으로 눈길을 끈다.
▲ 김종인. 사진 박은숙 기자. |
거시경제 밑그림을 그리게 될 기획재정부 파견 인사 중 은성수 국제금융정책국장은 ‘국제금융통’이다. 행시 27회 수석으로 공직에 들어온 뒤 국제기구과장과 금융협력과장, 국제금융정책관 등을 거쳐 2011년 4월부터 국제금융국을 이끌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및 중국 경기 성장세 둔화, 일본 통화 완화책 등 각종 국제 금융 흐름과 이에 따른 거시 정책 마련, 환율 정책 등을 위해 파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남기 정책조정국장은 지난해 총선 때 여야가 내놓았던 공약 예산 검증 작업을 주도했던 예산 전문가로 꼽힌다. 당시 공약 예산 검증 작업으로 여야 정치권의 반발은 물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기관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억원 종합정책과장은 물가정책과장과 인력정책과장을 거친 ‘거시경제통’이다.
이처럼 기재부 파견 관료들의 ‘전공’으로 보면 거시경제 밑그림은 외부 악재에 대응하는 경제 정책, 성장을 통한 고용 정책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복지 공약 실현에 있어서는 예산 등을 고려해 시행 시기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공정위 파견 인사들은 대기업 부당 내부거래 전문가들이어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 방안이 부당 내부거래를 막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선 경쟁정책국장은 지난해 7월 SK그룹의 SK C&C 등 내부 계열사 부당 지원에 340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성삼 기업집단과장은 대기업 소유지분, 상호출자 분석을 통해 부당 내부거래 실태를 공개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국세청 소속으로는 임경구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장과 남판우 국제세원담당관이 인수위에 파견됐다. 조사와 세원 담당인 이들의 업무를 감안하면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을 증세 등 세제 개편이 아닌 지하경제 양성화 등에서 찾으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19%선인 현재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을 지하 경제 양성화를 통해 21%까지 올려 20조 원 이상 세수를 확충하겠다는 구상이 인수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경제2분과의 경우 지식경제부에서는 산업정책을 주관하는 박원주 산업경제정책관과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이호준 에너지자원정책과장이 파견됐다. 박원주 경제정책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현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하고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 정책을 담당해왔다. 그는 최근 대형마트와 중소상인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한몫했는 평가를 받는다.
대형마트 규제는 월 3일 이내 의무휴업에서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에 월 2회’로 다소 강화됐으나 영업시간 제한은 자정∼오전 10시로 다소 완화됐다. 이는 단순히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최대한 대·중소기업 간 균형점을 잡는 선에서의 규제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현재 인수위 구성을 살펴봐도 재벌개혁보다는 대·중소기업 상생에 중점을 둔 경제민주화와 점진적 재원 확보를 통한 복지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이 주된 정책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