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취약지 남하면서 ‘찾아가는 진료’로 온기 전해

안과, 외과, 한방과, 내과 의료진들이 진료 테이블을 펴고 혈압계와 청진기를 손에 쥐었다. 간호사들은 진료 접수를 받고, 봉사자들은 안내와 약품 정리를 도왔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을 비롯해 전기완 외과과장, 전창원 응급의학과장, 신대범 한의사 등 40여 명이 함께했다.
79세 신순악 어르신은 “혈압이 높아도 병원 가기가 힘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와 주니 정말 고맙지요”라고 말하며 얼굴에 안도와 반가움을 표했다. 무릎 통증으로 걷기도 불편했지만, 오랜만에 ‘의사 선생님’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난다고 전했다.
이날 하루 동안 91명의 주민이 진료를 받았다. 혈압·혈당 측정, 근골격계 통증 치료, 안질환 상담, 침 시술까지 이어졌다.

남하면은 인구 1,380명 남짓의 농촌이다. 마을에는 보건지소 두 곳이 있지만 응급실은 없다. 응급환자가 생기면 119 구급차를 타고 거창읍 적십자병원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길이 멀고 험해 도착하기까지 한참이 걸린다.
전기완 외과과장은 “단순 감염이나 통증도 병원 접근이 어려워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봉사가 지역 보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산리 복지회관 안은 웃음과 이야기로 가득 찼다. 진료를 마친 주민들은 의료진과 함께 점심을 나누며 “부산에서 온 사람들이 이렇게 친절하게 수액도 놔주시고, 밥도 같이 먹으니 고맙지요. 다음엔 노래자랑도 하면 좋겠어요”라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마을 사람들의 농담 섞인 말에 의료진도 미소를 지었다. 진료 현장은 단순한 의료 서비스가 아닌 ‘함께 사는 마을’의 온기를 되살리는 시간이었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의료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이 점점 의료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며 “그린닥터스와 온병원은 앞으로도 도서·산간 지역을 직접 찾아가 왕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봉사는 단순한 하루의 진료를 넘어, 지속 가능한 보건복지망을 위한 작은 시작이 됐다. 남하면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지만, 창포원·파크골프장·야구장 등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며 ‘생활 인구’ 유입에 힘쓰고 있다. 거창군은 2027년 개원을 목표로 지역 거점 의료기관 유치를 추진 중이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