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보니 ‘시월드’ 충격이무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 남성과의 결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폐백이나 피로연 등 한국의 독특한 결혼식 문화가 ‘아메브로(일본의 유명 블로그)’에 올라와 눈길을 끌었는가 하면, 주간지 <여성세븐>은 한-일 커플의 결혼 생활을 다룬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귀여운 외모로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세키네 마리는 인기 방송인 세키네 쓰토무(59)의 외동딸이자, 미국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재원이다. 성격이 밝고, 예의바른 데다 영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도 유창해 명석하다는 평판이 자자하다. 그야말로 ‘엄친딸’의 이미지다.
이런 그녀의 열애 소식을 접한 일본 네티즌들은 “왜 일본 여성들은 한국 남자에게 끌리는 것인가” “세키네 마리가 엄격한 한국 시댁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국제결혼은 신중해야 한다” 등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보도에 따르면 세키네 마리의 가족은 모두 케이팝의 열렬한 팬으로 세키네 쓰토무는 케이를 딸의 남자친구로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것은 비단 세키네 마리 가족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서는 한류붐 때문에 한국 남성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잡지 <앙앙>은 ‘한국 남자와 사귀고 싶어’라는 특집 코너를 만들어 한국 남성의 특징과 연애심리, 실제 한국 남자와 사귄 일본 여성들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앙앙>은 한국 남성이 일본 여성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남자다움’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 남성의 특징을 ‘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먼저 고백하는 육식형’ ‘여자를 볼 때 우선시하는 것은 성격보다는 스타일’ ‘남자 셋 중 하나는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차여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지님’ ‘남친이나 애인이 있는 사람에게는 대체로 고백하지 않는 보수적 성향’ 등으로 정의했다. 덧붙여 한국 남성들은 외모를 많이 보지만 ‘가족’ 같은 전통적인 가치관도 중요시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한국인과의 결혼을 꿈꾸는 일본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결혼한 한-일 커플 중에는 문화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여름 한국 남자와 결혼한 일본 여성은 “남편이 매일 시어머니에게 전화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가족을 중시하는 한국 남자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녀는 만약 남편이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소홀히 하면 ‘아들이 이렇게 된 것은 네 탓’이라는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까봐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여성세븐>은 한국에서는 아들의 결혼상대를 보는 부모의 눈이 까다로운 편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상대의 집안, 직업, 수입, 연령, 종교 등 다양한 조건을 살핀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독특한 배우자 조건으로 ‘점(궁합)’을 꼽았다. 이에 대해 소셜 커뮤니티 믹시에는 “한국에서는 중요한 날을 사주로 택하는 풍습이 있는데, 두 사람의 궁합을 보고 나쁘면 부모가 강제로 헤어지게 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부모가 관여하는 부분이 지나치게 크지 않냐”라는 의견이 올라왔다.
서울에 살고 있는 한 일본 여성은 이른바 ‘시월드’로 불리는 시댁과의 관계에서 오해했던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녀는 “시어머니가 냉장고를 마음대로 열었을 때는 정말 놀랐다”며 “일본에서 냉장고는 그 집의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에 친척이라도 열어보지 않는다. 나중에서야 시어머니가 했던 행동이 부족한 식재료를 사주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됐지만, 당시에는 큰 충격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밖에도 <여성세븐>은 “유교의 나라 한국은 여전히 남자아이를 중시해 시부모로부터 ‘사내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받기도 한다”며 “한-일 커플의 고민은 아이를 가져도, 낳아도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한국인과 결혼해 초등학생을 둔 일본 여성은 “결혼할 때는 아이를 낳으면 일본어도 가르치자”고 약속했던 남편이 막상 아이가 태어나자 “한글만 가르치자”고 강요해 이혼 직전까지 갔던 사연을 들려줬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