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전후 열리는 연례행사, 중국 국경절과 혼동 우려…대사관 “외교부 지침 따라 이름 정한 것”

이날 행사에서 김현수 주 캄보디아 한국 대사 대리는 2024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한국-캄보디아 관계가 미래지향적이며 포괄적인 협력 관계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캄보디아 정부 측 주빈 자격으로 참석한 후엇 학 관광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재수교 이후 28년 동안 한국 정부가 통상, 투자, 개발협력 등 제반 분야에서 캄보디아와 긴밀히 협력해 온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런데 행사 명칭과 날짜를 두고 뒷말이 나왔다. 한 익명 제보자는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이 10월 1일인데, 같은 날에 주 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이 ‘국경일 리셉션’을 개최했다”면서 “명칭 상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인데, 행사 이름 명명 과정이 어떻게 진행됐는지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10월 1일은 국군의날이다. 중국에선 국경절로 지정하고 있다. 1949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 및 선포한 날로, 중국 3대 명절에 속한다. 국경절은 통상 1주일 정도 쉰다. 춘절(설날, 음력 1월 1일), 노동절(양력 5월 1일)과 함께 중국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연휴다.
중국 국경절과 대한민국 국경일은 개념이 다르다. 대한민국 국경일은 국가에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기 위해 법률로 정해진 날이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이 5대 국경일에 해당한다. 2006년 한글날이 새로운 국경일로 추가됐다. 제헌절은 국경일이지만 2008년 국가기념일에서 제외되면서 공휴일은 아니다.
대한민국 국경일은 포괄적인 개념이다. 어느 하나를 국경일로 특정할 수 없다. 그런데 재외공관인 주 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선 ‘국경일 리셉션’이라는 모호한 명칭을 가진 행사를 10월 1일에 개최, 오해의 시선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주 캄보디아 한국 대사관 ‘국경일 리셉션’ 날짜가 중국 국경절과 같은 날짜에 열려 오해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는 질의에 외교부 측 관계자는 “그날이 중국 국경절이냐”고 반문했다.
같은 날 주 캄보디아 한국 대사관 측에도 질의했다. 오후 2시 47분경 첫 통화에서 대사관 측은 “지금은 (캄보디아 현지 시간 기준) 점심시간이라 실무자들이 자리를 비웠다”면서 “캄보디아 시간으로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3시)에 다시 전화 달라”고 했다.
이후 연락이 닿은 주 캄보디아 한국 대사관 측 관계자는 “국경일은 저희 개천절 경축일”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왜 개천절이라고 표기하지 않고 국경일이라고 표기했느냐고 묻자 대사관 관계자는 “그것은 모든 공관을 대상으로 외교부 본부에서도 ‘국경일 행사’라는 제목으로 내려온다”면서 “무슨 이유에서 국경일이라고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외교부 측은 주 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 직접 문의해보라 했지만, 대사관 측은 외교부 지침이라고 답했다.
취재 결과, ‘국경일 리셉션’은 해외 공관에서 개천절을 전후로 진행하는 연례행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직 해외 공관 관계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내빈을 초청해 화합을 다지는 행사를 개최한다”면서 “영어로는 내셔널 데이(National Day) 리셉션”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행사에선 통상 자국의 문화나 제품 등을 홍보하며 우호관계를 증진하는 활동 등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한국 소재 외국 공관도 해마다 내셔널 데이 리셉션을 개최한다. 그러나 공식명칭은 모호하지 않았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7월경 ‘독립기념 리셉션’을 개최한다. 주한 중국 대사관은 10월 1일을 전후로 ‘국경절 경축 리셉션’을 개최한다. 주한 일본 대사관은 2월 23일을 전후로 ‘일왕 생일 축하연’을 개최하며 지속적인 논란 중심에 서왔다.
외국 소재 한국 공관에선 ‘국경일 리셉션’이라는 명칭과 ‘개천절 리셉션’ 명칭이 혼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경일 리셉션’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2023년 11월 24일 열린 주 프랑스 한국 대사관 주최 ‘국경일 리셉션’에 참석해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 당시 국경일 리셉션은 개천절과 한참 동떨어진 시기에 열렸다.
외교부 홈페이지 검색 결과 ‘국경일 리셉션’ 키워드에 대한 공관 통합검색 결과는 총 1210건이었고, ‘개천절 리셉션’ 키워드에 대한 공관 통합검색 결과는 총 124건이었다. 사실상 9 대 1 비율로 ‘국경일 리셉션’이라는 명칭을 활용하는 셈이다. 명칭에 대한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직 외교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굳이 개천절을 국경일이라고 표기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앞서의 전직 해외 공관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명칭을 확실하게 정해 지침을 내리는 것이 맞다”면서 “외교부도 대사관도 왜 그 명칭을 쓰는지 모르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바라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