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어디로 튈지… 차기 회장에 물어봐
▲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5일 열린 ‘최강희 풋볼클럽’을 출범식에서 홍명보 감독과 함께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올해 벽두부터 축구계는 뜨겁다. 당장 차기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28일 예정돼 있고, 국가대표팀은 3월과 6월에 걸쳐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 티켓을 확보하기 위한 힘겨운 여정을 해야 한다. 하반기 이슈로는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 문제다. 묘한 상황이지만 최강희 대표팀 감독의 진로는 이미 결정돼 있다. 프로축구 K리그 전북 현대 지휘봉을 잡기로 약속돼 있다. 최 감독의 의지도 분명하다. “임기는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까지다.” 그 와중에 흥미진진한 소식도 있다. 차기 사령탑 유력 주자인 홍명보 감독의 거취다. 홍 감독은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안지 마하치칼라에서 단기 연수를 받는다. 여기서 핵심은 홍 감독의 복귀 시점이다. 최 감독이 대표팀을 떠나는 시기와 홍 감독이 러시아에서 돌아오는 시기가 절묘하게 맞물린다.
# 최강희, 홍명보 추천?
주변에서는 최 감독에 이어 홍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물려받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수 축구인들도 “국제 대회에서 훌륭한 성과를 올린 홍 감독이 다음 대표팀 사령탑으로 오르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이 가운데 최근 재미있는 장면이 노출됐다. 최 감독이 5일 서울 양천구에서 유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최강희 풋볼 클럽’ 창단식을 열었을 때, 축하하러 자리를 찾은 홍 감독과 짧은 대화였다.
“내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끝나는) 6월까지 열심히 할 테니…. 그 다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지?”
최 감독이 홍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기는 시나리오의 현실화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최 감독은 2011년 12월 조광래 전 감독에 이어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되면서 “난 예선용이고, 월드컵 본선은 국제 대회 경험이 많은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기에 홍 감독에 대한 지원(?) 발언은 상당히 의외로 비쳐진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월드컵 예선을 이끈 사령탑이 어째서 월드컵 본선에는 가지 않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자신의 지도력과 그 한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축구인이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험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평소 최 감독은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프로 구단에서 지도자를 하는 동안, 틈날 때마다 유럽이나 남미 등지를 두루 다녔지만 그때마다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런 면에서 최 감독에게 대표팀은 ‘맞지 않는 옷’에 가깝다. 자신이 준비할 틈도 없이, 또 떠밀리다시피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는 이유도 크다.
더욱이 최 감독은 전북에 대한 애착이 상당하다. 자신의 현재를 만들어준 건 모두 전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을 늘 한다. 물론 전북 구단도 최 감독에 대한 절대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현재로선 최 감독이 월드컵까지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 대한축구회관 건물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월드컵 사령탑 성장 프로젝트?
홍 감독은 지난 주 러시아로 출국했다. 2012~2013시즌 휴식기를 보내는 안지에서 어시스턴트 코치 역할을 수행하며 짧게는 5월까지, 길게는 6월까지 머문다. 현재 안지를 이끄는 인물은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옛 스승을 보좌하며 국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직접 코칭스태프의 일원으로 합류해 선진 축구 코칭법과 선수단 운영, 리더십, 구단 운영의 전반을 배우게 된다.
안지로 떠나기 전까지 홍 감독은 “난 아직 대표팀을 맡을 만큼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해왔다. 홍 감독은 “내 이야기가 자꾸 거론되는데 이는 대표팀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또 최 감독님께도 예의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러시아 연수를 다녀온 뒤, ‘준비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사실 홍 감독은 지도자로서 최상의 코스만 밟아왔다. 각 연령별 태극전사들을 두루 이끌어 봤다. U-20 대표팀과 함께 2009년 이집트 청소년월드컵을 겪었고, 이후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2012 런던올림픽을 통해 계속 성장했다. 따라서 K리그나 일본 J리그 감독으로 가지 않는 한, 홍 감독은 유일하게 경험하지 못한 대표팀을 이끄는 게 유력해 보인다. 다만 매사 꼼꼼하게 준비하고 세밀한 분석이 끝나야 비로소 자신의 생각을 현실로 옮기는 홍 감독의 스타일상, 예선도 거치지 않고 곧장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것이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 ‘아름다운 대물림’ 가능성은?
최 감독의 후임 인선은 축구협회 차기 집행부의 최대 현안이다. 지금은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관련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모두 끝나는 6월을 기점으로 자연스러운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에도 긴급하게 소방수를 투입하는 상황이 되면 가뜩이나 부실한 내치로 질타를 받던 한국 축구의 행정력은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예선이 끝났다고 해서 A매치 스케줄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당장 7월에는 국내에서 동아시아선수권이 펼쳐진다. 개최국 한국 외에 일본, 호주, 중국 등이 출전할 예정.
그러나 몇몇 변수가 있다. 차기 집행부의 성향이다. 일단 최 감독은 조중연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 현재 차기 회장 유력 후보군은 정몽규 전 프로축구연맹 총재(현대산업개발 회장)와 축구계 야인의 대부인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으로 꼽히는데, 정 전 총재가 차기 협회 수장에 오르면 홍 감독은 본인의 의지만 뚜렷하다면 별 탈 없이 최 감독의 뒤를 이을 전망이다. 홍 감독은 정 전 총재의 사촌형인 정몽준 명예회장이 유달리 아끼는 인물이다. 반대로 허 회장이 당선될 경우, 축구계의 예상은 제각각이다. 허 회장이 홍 감독과 선수 차출을 놓고 갈등을 빚은 전례가 있는 조 전 감독과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은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과 제 아무리 축구 야당이었다고 한들, 홍 감독이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어 내치기 어렵다는 시선도 공존한다. 여론이 중요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