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유동성·금리·환율 맞물려 상승장 견인…‘나만 소외’ 편중장세 우려, 폭락 가능성은 제한적

코스피가 10월 29일 장중 4060선을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1.13포인트(1.27%) 오른 4061.54로 출발해, 같은 달 27일 기록한 종전 장중 최고치(4042.83)를 이틀 만에 새로 썼다.
코스피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세 상승 흐름은 꺾이지 않을 것 같다. 연말까지는 4100선 전후, 내년에는 4000선 후반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전반적인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는 이른바 ‘폴리시 믹스(Policy Mix)’ 구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기재부는 지난 10월 28일 배포한 ‘경제동향 설명자료’에서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했지만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시중 자금이 부동산에서 자본시장 등 생산적 부문으로 이동하면서 코스피 5000선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공식 자료에서 주식시장 상승 여력을 직접 강조한 것은 드문 일이다.
코스피가 상승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적·유동성·정책·환율’이 맞물린 복합 모멘텀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이번 상승장은 기업 실적에 유동성이 더해진 결과로,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중심 상장사들이 좋은 성과를 내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실적 대비 여전히 부담스럽지 않아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며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관세 부담에 따른 수출 위축이 우려됐지만, 실제로는 미국으로 제조업 제품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들의 환율 절하 효과로 마진이 방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 효과 덕분에 달러 기준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아, 우려했던 미국 내 수요 위축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이 코스피 상승의 핵심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상승세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이 뒷받침됐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지난 정부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지만 실제로는 재정 긴축 기조 속에서 돈을 조였던 반면, 이번 정부는 예산 확대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했다”며 “여기에 세계적으로 금리 하락 국면이 겹치면서 증시 상승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환율 상승도 외국인 자금 유입을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1400원대로 높아지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하기 유리한 환경이 됐다. 주가가 눌려 있던 상황에서 환율 효과까지 겹치며 국내 주식에 대한 매수 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상승 랠리를 견인한 종목으로는 반도체 업종이 꼽힌다. 시가총액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9~10월 사이 주가가 급등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10월에만 50% 가까이 올랐다. 삼성전자 역시 1년 새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르며 코스피 강세의 중심에 섰다. IT 시장분석 및 컨설팅 기관인 IDC가 하반기 들어 개인용 PC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발표한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섰고, 이에 따라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높아졌다.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대형주 중심의 ‘편중 장세’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반도체 종목이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실제로는 하락 종목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24일 종가 기준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한 지난 6월 20일 이후 마이너스(-)의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1537개로, 같은 기간 상승한 종목(1104개)을 웃돌았다. 4개월간 코스피가 약 30% 올랐지만 상당수 종목이 부진해 ‘체감 장세’는 여전히 냉랭하다는 평가다.
실제 국내 기업들의 이익 개선보다는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은 과열 장세가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현재 코스피는 실물지표에 비해 20~30%가량 과대평가된 상태로, 이는 코스피 지수하고 상관계수가 제일 높은 명목 GDP·광의통화(M2)·일평균 수출금액 등 주요 변수와의 괴리에서 드러난다”며 “4000선은 지속 가능한 수준이 아니며 적정 지수는 3500 안팎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업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주가가 실적 대비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 유동성에 기대 올라온 시장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과열 양상과 밸류에이션 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부 고평가 종목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실적 전망치와 함께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빠르게 개선되며 주가수익비율(PER) 부담은 크지 않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이미 2021년 고점을 넘어섰고 120일·200일 이격도(평균 주가선)도 2021년 고점을 상회하고 있다”며 “즉, 이익은 받쳐주지만 주가가 너무 빨리 올랐다. 가격 부담을 해소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폭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현재 시장이 전반적으로 과열된 것은 맞지만,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14배 수준으로, 한국 증시의 역대 평균인 10배보다 높아 고평가 구간에 진입했지만, 반도체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된다면 밸류에이션 부담은 완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센터장도 “한쪽으로 쏠리면 위험하지만, 기존 주도 업종의 흐름이 유지된 가운데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성장 섹터가 합류하면서 시장 구조가 과거보다 탄탄해지고 있다. 반도체 사이클도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라 폭락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증시 상승세에 대해 “양극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모든 산업이 동시에 좋아질 수는 없다. 향후 주요 산업의 성장세가 다른 분야로 얼마나 확산될지가 경기 회복의 핵심 변수”라며 “정부가 향후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쇠퇴산업을 어떻게 지원하고, 성장 산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할지 정책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최근 주가 급등으로 ‘나만 소외됐다’는 불안감에 무리하게 뛰어드는 ‘포모(FOMO·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심리)’ 현상이 강해졌다”며 “지금은 단기 상승분이 이미 반영된 시기로, 무리한 추격 매수는 위험하다. 소문을 듣고 뒤늦게 진입하기보다 냉정하게 우량주 중심의 장기 투자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