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승진해 신사업 찾기 고군분투…기타사업 부문 매출 비중 10%대에 M&A는 ‘제로’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전무는 장자 승계 원칙을 이어가고 있는 농심 내에서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된다. 1993년생인 신 전무는 미국 컬럼비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후 2019년 농심 경영기획실에 사원으로 입사한 뒤 2021년 구매 담당 상무로 승진하며 농심의 첫 20대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지난해 농심이 미래사업실을 신설하며 미래사업실장 자리에 오른 신상열 당시 상무는 입사 약 5년 만인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신상열 전무가 이끄는 미래사업실에 맡겨진 임무는 △M&A 및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 △사내 벤처(N-Start) 및 사내 혁신프로그램 관리 △신사업 발굴 등이다. 우선 농심은 건강기능식품(건기식)·스마트 팜 등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기타사업부문 매출을 늘리고 있다.
건기식 분야에서는 2020년 출시한 ‘라이필’ 브랜드를 통해 △유산균 △콜라겐 △오메가3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라이필 브랜드를 통한 누적 매출은 12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 팜도 신사업의 한 축으로 키우고 있다. 2018년 사내 벤처에서 출발해 2022년 오만에 20만 달러 규모 컨테이너형 스마트 팜을 수출했고, 지난 4월에는 정부의 ‘스마트 팜 수출 활성화 사업’ 컨소시엄에 농심이 참여해 사우디에서 ‘K-스마트 팜’ 시범 온실 착공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신사업이 그룹 매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의 건기식·음료·스마트 팜 등을 포함한 기타매출은 2021년 4992억 원에서 △2022년 5736억 원 △2023년 6020억 원, △2024년 6310억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으나 2024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4%에 그친다.
특히 M&A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 추진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과거 농심은 2020년 건강기능식품업체 천호엔케어 인수를 추진하다 매각 가격 협상 단계에서 무산된 후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지난해 8월에는 농심이 ‘성경 김’으로 유명한 성경식품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최근 삼천리그룹이 성경식품 인수를 재협상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마저도 제대로 성사되지 않 것으로 보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농심의 미래를 짊어질 3세 경영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지난 1년간 성과가 없었다는 점은 주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당장 실무를 맡기기엔 경험이 부족하고 오너가 입장에선 (오너 2·3세에 대한) 경영 수업은 해야 하니 부담이 덜하다고 생각하는 미래 사업 관련 부서에 이들을 주로 배치하는데, 주주 입장에선 부당한 일”이라며 “미래 사업은 투자 촉진을 위한 성장 동력이 될 텐데 검증도 안 된 후계자를 앉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농심이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다는 관측이 지속 제기되는 가운데, 신상열 전무가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계열분리를 앞두면 손실을 입기 쉬운 신사업은 큰 부담으로 작용해 추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농심그룹은 사실상 계열분리 직전으로 보이는데 신동원 회장의 장남 입장에서 작은아버지들이 맡고 있는 회사들과 얽힐 수 있는 신사업은 건드리기 힘들 것”이라며 “승계를 위해 성과를 내야하는 오너 3세 입장에선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심의 2024년 전체 매출액은 3조 4387억 원으로 전년 대비 0.8% 늘어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1631억 원으로 23.1% 줄었다.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액은 1조 760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962억 원으로 8.4% 감소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1조 7300억 원, 영업이익은 34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 130% 급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삼양식품의 매출액은 1조 821억 원, 영업이익은 254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6%, 49.8% 뛰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농심이)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는 데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식품 관련 밸류 체인(원재료 조달부터 생산·유통·판매까지 가치 창출 전 과정) 안에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방식으로 신사업을 추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농심 관계자는 “회사의 방향성을 고려해 적합한 M&A 대상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매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신사업 부문은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 실제 상품화가 이뤄졌다가 성과 여부에 따라 일몰 되기도 하고, 새롭게 추진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