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에 맞설 신무기 찾아라’ 동분서주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그동안 카드업계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25%를 넘을 뿐 아니라 국내 카드회사 중 최초로 세계시장 10위권 안에 드는 통합 신한카드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에 촉각을 기울여 왔다. 따라서 새롭게 출시된 러브카드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 이번에 출시된 러브카드는 신한카드와 LG카드가 통합하면서 공모한 이름 중 마지막까지 ‘신한’과 경합을 벌였던 ‘러브’에서 이름을 따왔다.
러브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최초로 할인과 적립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것. 신한카드 측은 기존 카드가 할인이나 적립 중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데 비해 러브카드는 두 가지 혜택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에 많은 고객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 밖에도 러브카드는 업계 최고수준의 할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카드전용 회사의 카드(LG카드)와 은행계 카드(신한카드)가 만났기 때문에 그 시너지 효과는 대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다른 카드사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다른 카드사들이 러브카드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 우리도 나름대로 허가받고 고객들을 위해 내놓은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KB카드는 통합 신한카드 출범으로 가장 큰 피해의식을 느꼈을 법하다. 한때 카드업계 부동의 1위였던 KB카드는 2005년 옛 LG카드에 1위 자리를 내준 후 1위를 재탈환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은 통합 신한카드의 출범으로 한층 더 힘겨워 보인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다른 카드사들이 통합 신한카드의 아성을 깨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KB카드 측은 “특별히 저쪽(통합 신한카드)을 염두에 두고 이벤트를 벌이거나 새로운 카드를 출시할 계획은 없다. 기존 고객들의 혜택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라고 전했다.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같은 은행계 카드로서 한 수 아래라고 접어 뒀던 신한카드의 약진에 KB카드의 속이 쓰릴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통합 신한카드, KB카드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의 삼성카드는 지난 10월 8일 고객들에게 ‘구매물품 안심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카드로 물건을 산 후 3개월 이내에 단순고장, 도난, 파손 등으로 제품에 하자가 생기면 1회 250만 원 한도 내에서 보상해주며 특히 하자의 고의성 여부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카드사들의 기존 고객유치 활동에 비해 파격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이다.
특히 이번 서비스 발표 시점이 통합 러브카드에 ‘맞불작전’을 펼친 것으로 볼 수도 있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삼성카드 측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우리는 그동안 꾸준히 은행계 카드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및 영업확대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이번 서비스도 그 일환일 뿐이지 큰 의미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러브카드에 대해 “크게 눈길을 끄는 점은 없어 보인다. 이미 다른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할 것이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현대카드도 야심찬 행사를 준비했다. 우선 러브카드가 나온 날 ‘V카드’의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현대카드가 공을 들인 것은 파격적인 포인트 적립. ‘타의 모범이 되는 현대카드 M’이란 이름이 붙은 이번 행사에서 현대카드는 10월 한 달 동안 최대 300%의 추가 포인트 적립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카드 측은 러브카드에 대해 “장점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이 다른 카드에 비해 다소 높은 것 같다. 통합 후 처음 내 놓은 카드인 만큼 우리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유통황제그룹’이지만 카드업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롯데카드가 내놓은 것은 ‘맘 앤 데디 카드’. 롯데카드 측은 이 카드가 교육시설 할인, 자녀 상해보험 무료가입 등 자녀양육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부모라면 귀가 솔깃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신규발급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총 517명에게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경품을 선물할 예정이다.
롯데카드의 한 관계자는 “신한카드의 새 카드 출시에 대한 대응으로 보지 말아 달라. 신규회원을 모으는 것은 카드사의 숙명이다. 다른 카드사에 대해 뭐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굳이 평을 하자면 러브카드가 크게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룡’ 신한카드의 첫 작품인 러브카드에 대한 카드사들의 대응은 일단 ‘무시’와 ‘맞불’이 혼재돼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어야 하는 업계 특성상 신한카드의 독주를 마냥 쳐다보지는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카드시장이 다시 과열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금융여신협회는 올 초 2007년 1분기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소지가 2003년 카드대란 당시의 4.1장과 비슷한 수준인 3.9장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협회 관계자는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금융감독원의 감독도 엄격해졌고 카드사 자체적으로도 어느 정도 리스크 관리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 상황을 ‘과열’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카드산업에서는 언제든지 무리한 출혈경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주시할 필요는 있다”라며 경계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