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유행주의보 지난해보다 두 달 빨리 발령…세포배양 방식 백신 기술 발전도 주목

독감 유행주의보는 지난해보다 두 달 빠른 10월 17일에 발령됐으며, 보건당국은 올해 유행 강도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대만 등 주변국의 조기 유행이 국내로 유입되고,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확산세가 커졌다”며 “특히 학생과 직장인 중심의 접촉 증가로 11월 말~12월 초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실내 밀집도가 높아진 점도 바이러스 확산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질병관리청은 생후 6개월 이상 어린이, 임신부,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2025–2026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을 시행 중이다. 지정 병·의원과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질병청은 “예방접종은 독감으로 인한 입원과 사망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미접종자는 가능한 한 빠르게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부터 국내 백신 구성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기존 4가에서 A형 2종과 B형 1종을 포함한 3가 백신 체계로 바뀌었다. B형 ‘야마가타’ 계열 바이러스가 3년 연속 검출되지 않으면서, 현 시점에서는 3가 백신으로도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신 기술의 발전도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달걀(유정란) 배양 방식 외에 사람 세포 환경에서 바이러스를 키우는 세포배양(cell-based) 방식이 널리 사용되면서, 생산 안정성과 항원 일치도가 높아졌다.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접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WHO와 미국 CDC는 이 기술을 인플루엔자 백신 제조의 중요한 발전 방향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실제 접종 데이터(2023~2024년 절기 기준)에서는 세포배양 방식으로 만든 백신이 기존 달걀 배양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약 20% 더 높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 연구는 어린이, 성인, 만성질환자 등 대부분의 연령과 건강 상태에서 같은 결과를 보였다.
영국 보건당국(NHS)도 올해부터 18세 이상 성인에 대해 세포배양 또는 재조합 백신을 우선 접종 대상으로 권고하고 있다. 기존 달걀 배양 백신은 대체 선택지로 분류돼, 예방 효과와 품질 측면에서 새로운 제조 방식이 더 신뢰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신의 안전성 역시 국제적으로 충분히 입증돼 있다. WHO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가장 오랜 기간 전 세계에서 사용돼 온 안전한 백신 중 하나”로 평가하며, 접종 후 흔히 나타나는 반응은 팔의 통증이나 미열, 근육통 등 가볍고 일시적인 증상에 그친다고 밝혔다. 심각한 부작용은 극히 드물며, 독감 백신 접종자는 미접종자보다 독감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약 3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연구에서도 백신 접종이 심혈관 질환이나 폐렴 등 합병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겨울은 독감, 코로나19,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가 동시에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이 예방 접종으로 면역을 형성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조언한다. 접종 후에는 20~30분간 의료기관에 머물러 이상반응 여부를 관찰하고, 당일에는 과음이나 격한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코로나19 백신 등과 동시에 맞아도 안전하다는 것이 질병청의 공식 입장이다. 독감은 단순한 계절성 감기가 아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중증으로 진행하고 수십만 명이 사망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조기 유행 경고가 내려진 만큼, 백신 접종은 지금이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대비책이다.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