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급증 속 의료대란 현재 진행형…정부 ‘설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 정해
“올해 추석 연휴에 진짜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2024년 8월 서울의 한 주요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뉴시스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화제가 됐었다. 기본적으로는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상황에서 초·중·고가 개학했고 추석 연휴까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다. 코로나19는 매년 겨울에 가장 크게 유행했지만 여름 유행도 만만치 않아 8월 말까지 유행 규모가 계속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일반 병원들도 대부분 휴진하는 연휴에는 코로나19 재유행 때문이 아닐지라도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늘게 돼 있다. 추석 연휴에는 성묘나 벌초 과정에서 벌에 쏘일 수도 있고 예초기를 사용하다 다칠 수도 있다. 연휴 때 음식을 잘못 섭취해 배탈이 날 수도 있다. 그래서 의료 공백 사태로 인해 응급실 대란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었다. 2024년 추석 연휴는 전공의 파업 등 의료대란이 시작된 뒤 첫 명절 연휴였던 터라 이런 경고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었다. 다행히 2024년 추석 연휴에는 응급의료대란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명절이다. 의료대란 이후 두 번째 명절인 설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전공의 파업 등 의료대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다행히 겨울이 왔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의 코로나19 재유행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네 가지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쿼드리플데믹’의 엄중한 상황이다.

다행히 독감이 유행 정점은 지난 것으로 보이는 수치가 나왔다. 1월 16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년 2주 차(1월 5~11일) 독감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독감 의심 환자가 1000명당 86.1명으로 전주 대비 13.7% 감소했다. 2025년 1주 차(12월 29일~1월 4일)를 정점으로 유행 기세가 다소 꺾인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2016년에 기록했던 최고치 86.2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령대로 보면 7~12세 환자가 1000명당 149.5명으로 가장 많았고 13~18세 141.5명, 19~49세 110명 등이다. 반면 1~6세(83.4명), 50~64세(62.0명), 65세 이상(35.2명) 등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는데 백신접종률이 높은 연령층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독감 국가예방접종은 감염 시 중증화 위험이 6개월∼13세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다행히 유행 정점은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매우 유행 규모가 큰 상황에서 설 연휴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고 백신을 접종하고 조금이라고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독감의 경우 치료제가 있어 빠른 진단으로 치료제를 복용하면 중증화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설 연휴가 임박했다는 점이다. 병·의원과 약국도 문을 닫는 곳이 많아져 독감 증상이 나타날 경우 곤란해질 수 있다. 이에 정부도 관련 대응에 돌입했다. 보건복지부는 1월 22일부터 2월 5일까지를 두 주를 ‘설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정했다. 응급진료 전문의 진찰료의 250% 가산해 지원하고, 응급의료행위는 150%, 권역지역센터 배후진료는 야간 휴일에 100%를 가산해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전국 응급실 413개소에 1 대 1 전담관을 지정해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설 연휴 기간에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을 최대치로 확보해 외래진료 공백을 해소할 방침이다. 원활한 소아진료를 위해 달빛어린이병원 103개소, 아동어린이병원 114개소 등이 야간과 휴일에 최대한 운영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2024년 추석 연휴 당시 우려했던 응급의료대란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고위험산모와 신생아 등의 이송 전원 과정에선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에 국회에서 열린 ‘설 명절 응급의료체계 및 호흡기 감염병 확산 점검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지난 추석 당시 이송 병원 선정에 어려움이 있었던 고위험 산모, 신생아 등에 대해서는 조속한 이송·전원을 지원하고 지역단위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