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만나 1년 만에 이별 후 20여년 흘러 재회…‘세기의 러브스토리’로 사랑받아
2월 3일 오전 서희원의 여동생 서희제(쉬시디)는 가족 이름으로 입장문을 내고 서희원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서희제는 "새해 기간 동안 일본에서 가족 여행을 하던 중 제 가장 사랑스럽고 착한 언니인 희원이 독감과 폐렴으로 불행히도 우리를 떠나게 됐다"라며 "이번 생에 그녀의 자매로서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서로 아끼고 의지했던 시간들을 소중히 간직하겠다. 영원히 그녀에게 감사하며 그리워할 것"이라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대만 현지 매체 보도 등에 따르면 서희원은 동생 서희제 부부 등 친정 가족과 함께 설 연휴를 맞아 1월 29일부터 일본 가나가와 현 하코네로 온천 여행을 떠났다. 여행 전부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그는 기침과 천식 증세를 보이다 도착 이틀만인 같은 달 31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당일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월 1일 가족과 함께 도쿄로 이동했다가 다시 증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으나 이튿날 오전 7시 끝내 숨졌다. 사인은 독감으로 인한 급성폐렴으로 전해졌다.
서희원 가족의 절친한 지인은 서희원의 어머니를 대신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서 서희원의 모친은 "희원을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희원이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가족들이 모두 매우 상심해 있다"라며 "각계 각층의 전화를 받을 수 없고, 일일이 사건의 전말을 설명해드릴 수 없는 점 죄송하다. 양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희원을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일본에서 먼저 많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며칠 간은 대만으로 돌아갈 수 없다. 기자 여러분들이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을 주길 바란다"며 "희원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기자들의 촬영이었다. 위험하므로 가족들이 희원을 데리고 대만으로 돌아갈 때 공항 안팎에서 촬영하거나 길에서 추적하지 말아달라. 이는 희원이 평생 원했지만 얻을 수 없는 소망이었다. 모든 분들이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족들이 기자들의 취재 경쟁을 우려한 데엔 현지에서 톱스타 신분인 고인의 입지 영향이 컸다. '대S(클 대, 大)'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서희원은 1994년부터 2003년까지 동생 서희제와 함께 'S.O.S'라는 걸그룹으로 활동하며 대표적인 '아이돌 여신'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2001년에는 '꽃보다 남자'의 대만판 드라마 '유성화원'에서 주인공 산차이를 맡아 아시아권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한국에서도 2003년 방영됐기에 '대만판 금잔디'로 이름을 알렸다.
본래 몸이 약했던 서희원은 2011년 중국의 사업가 왕소비(왕샤오페이)와 결혼 이후 건강이 악화되면서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그런 동시에 패션, 뷰티 방면으로 영역을 넓혀 현지에선 '미용계의 대표적인 스타'로 꼽히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나갔다.
서희원이 대만 뿐 아니라 한국에서까지 재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2022년 가수 구준엽과의 재회 소식이 알려지면서였다. 1998년 강원래와 함께 한 듀오 '클론'으로 대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구준엽과 연인사이였던 서희원은 구준엽 측 소속사의 반대로 약 1년 간의 짧은 연애 끝에 이별해야 했다. 이후 구준엽은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활동에 매진했고, 서희원은 2011년 왕소비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과 딸을 뒀으나 불화 끝에 2021년 11월 이혼을 발표했다.
서희원의 이혼 소식을 들은 구준엽은 20여 년 간 간직하고 있던 서희원의 전화번호로 연락했는데, 여전히 번호를 바꾸지 않았던 서희원이 전화를 받으면서 둘의 인연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코로나19 시국 탓에 영상통화로만 연락을 이어가는 것을 아쉬워한 구준엽이 먼저 청혼했고 서희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20여 년 전의 연인은 긴 시간을 건너 결국 부부가 됐다.
이 같은 '재결합' 러브스토리가 한국과 대만, 그리고 중국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면서 이들 커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2022년 9월 보그 타이완에서 진행한 부부 인터뷰에서 구준엽은 "솔직히 20년 전만 하더라도 내 감정을 숨기고 쿨한 척, 멋있는 척을 하려고 했던 게 후회된다"라며 "그래도 지금은 행운의 신이 나를 돌봐 주고 있다. 이렇게 희원이와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은 정말 운이 내 편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아내를 향한 애틋한 사랑을 고백했다.
서희원 역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 인생에는 거의 매일 두려움과 다양한 압박, 부담이 있었지만 오빠(구준엽)를 만난 후에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라며 "가끔 한밤중에 자다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할 때 까까머리(구준엽의 머리)에 손을 대면 그게 다 사실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라며 구준엽에 대한 깊은 애정을 말했다.
이들은 별도로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으나 결혼을 발표한 2022년 3월 8일을 기념일로 삼아 매년 축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3주년 기념일을 고작 한 달 여 앞두고 불거진 비보에 서희원과 구준엽의 커플을 응원해 온 팬들 역시 양 측의 소셜미디어(SNS)에 고인을 향한 추모와 남은 이들을 위한 위로의 글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고인의 시신은 일본에서 화장된 뒤 대만으로 운구돼 안장될 예정이다. 영결식 등 후속 문제도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