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양 마중물’ vs ‘국가 신용도 부담’ 찬반 팽팽…지역사랑상품권 등 이재명표 사업 두고 여야 갈등 고조

2026년도 예산(총지출)은 728조 원으로 책정됐다. 사상 첫 700조 원대 예산이다. 2025년 예산 673조 원에서 약 8% 증가한 수치다. 이는 문재인 정부 이래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문재인 정부 때 전년 대비 총지출 증가율은 7~9%대였다. 2026년 총수입은 674조 2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53.8조 원의 적자가 나오는 구조다. 2025년 60조 8000억 원보다는 7조 원 감소했다.
관리재정수지는 10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장성기금의 흑자를 뺀 정부의 순수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실질적 재정건전성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다.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하면 실제 적자는 109조 원 수준이라는 뜻이다. 이는 팬데믹 시기인 2020년 112조 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예상치 못한 지출 증가가 발생할 경우 적자 폭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1.6%로 2.1%포인트(p) 증가할 전망이다. 처음으로 50%대에 진입한다. OECD 회원국 중 높은 비율은 아니지만 문제는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200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16.5%에서 3배 넘게 오른 수치다. 국가채무는 2000년 111조 2000억 원에서 2026년 1415조 2000억 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에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로 정부가 그간 추진해 왔던 재정준칙(안)의 목표치인 3%를 벗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는 총지출 증가율을 향후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29년 기준 50% 후반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국회예산정책처는 “재정수지 등 표면적 지표 관리를 우선시하는 정부의 재정운용 방향에 대해, 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의 마중물 역할이 과도하게 축소되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경기회복 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할 당위성도 일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확장 재정이 담긴 예산안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11월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가 진행한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가 예산도 물가와 최저임금 인상률 2%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과도한 재정 팽창은 국가 신용도와 물가안정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태석 KDI 선임연구원은 “8% 증액됐다고 하지만, 추가경정예산안 대비 3% 증액된 셈”이라며 “추경 대비로 볼 때는 과도하다기보다는 충분한 규모의 확장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재정을 마중물로 사용해 성장을 견인하고, 견인한 성장으로 인해 세입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설계”라고 말했다.
여야도 확장 재정을 두고 충돌했다. 예결특위 여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확장 예산으로) 국가채무가 1425조 원으로 GDP 대비 51.6%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게 국제 신용등급의 강등으로 이어지지 않겠나”라고 했다. 같은 당 최형두 의원은 “재정 마중물 역할이 되지도 않고 오히려 부채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결특위 여당 간사인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지방 포괄 보조금이 약 3배 확대된 점을 들며 “지역 자율성을 중심으로 지방재정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진욱 의원은 “이번 확장 재정은 단순한 지출 확대가 아니라 침체한 경기회복을 돕고 새로운 대한민국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면서 청년과 지역, 산업, 기술을 하나의 축으로 묶어내는 ‘전환 재정’이라고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재명표 사업 대폭 증액
‘이재명표 사업’ 관련 예산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월 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AI 3대 강국 도약 △저소득층 소득 안정 등 복지정책 확대 △재해·재난으로부터의 안전 강화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국토균형발전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금 모으기 운동으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해 낸 우리 국민이 힘을 모은다면 못해낼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산업화와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처럼 위대한 국민과 함께 ‘AI 시대’의 문을 활짝 열겠다”며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돼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AI 3강을 위한 대전환에는 기술개발, AX(AI Transformation) 산업·생활·공공 등이 포함됐다. 예산은 10조 1398억 원이다. 윤석열 정부 때 대폭 삭감됐던 신산업·R&D 예산도 크게 늘었다. 전년 대비 32% 증가한 10조 6000억 원이 편성됐다. 이 밖에도 에너지전환·탄소중립과 글로벌 문화강국 조성도 초혁신경제 항목에 포함됐다.
국민안전·국익 외교 분야에는 30조 원이 편성됐다. 재해·재난 예방 및 신속 대응, 첨단국방·한반도 평화, ODA 개편 등이 포함됐다. AI 기반 무기와 드론 등 첨단 전력 확보, 방산 수출 지원펀드 조성, 과학기술군 체계로의 전환, 국방 R&D 및 무기체계 도입 강화, 기후재난 대비 강화, 사회기반시설 복구비 충당, 신흥국 협력펀드 확대 등이 골자다.
‘모두의 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는 175조 원으로 2025년(144조 원) 대비 22% 증가했다. 세부 항목으로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및 광역·도시철도 구축 등 지방거점성장, 청년미래적금 신설 및 노인 일자리 5만 명 확대 등 저출생·고령화 대응, 기준중위소득 6.51% 인상 및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확대 등이 있다.
이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1조 1500억 원(15% 증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예산은 각 지자체가 발행하는 상품권 보조금으로 들어간다. 지자체가 발행할 총 지역사랑상품권은 약 24조 원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 경영안정바우처에는 2조 7983억 원(신규)이 편성됐다.
#전운 감도는 국회
국민의힘은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11월 6일 국민의힘 예결위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의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이 왜 문제인가’라는 식의 재정 운용은 2~3년 안에 재정건전성 악화 내지 경제 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국가안보실 특수활동비 약 82억 원 부활을 두고 ‘내로남불’이라고도 했다. 과거 민주당이 전액 삭감했던 항목이기 때문이다. 광복회 학술연구 명목 8억 원 등을 편성한 것은 이 대통령 자신을 공개 지지한 단체에 대한 보은성 예산이라고 했다. 관세 대응을 명분으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에 편성된 예산은 선정기준·성과평가 체계 등이 제시되지 않은 ‘깜깜이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역점 사업인 AI 정책 관련 예산에 대해서는 “과기부 등 10개 부처에 편성된 ‘AI 응용제품 신속상용화 지원사업(9000억 원)’은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했고, 국가재정법에 따라 적정성 검토가 진행 중임에도 예산을 신규 반영했다”며 “AI 3강 예산은 3조 3000억 원→10조 1000억 원으로 6조 8000억 원이나 증가시켰으나 사업내용이 중복되거나 백화점식으로 나열되어 AI의 ‘A’만 붙어도 예산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난무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성장펀드, 모태펀드, 농어촌기본소득, 체납관리단, 청년미래적금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이들은 해당 정책에 대해 ‘선심성 또는 국민 해악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국세 체납관리단에 대해서는 체납자 실태조사를 위해서는 법적인 근거가 확보돼야 한다고 했다. 청년미래적금 사업에 대해서는 ‘청년도약계좌’와 기능이 겹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유사 상품 신규 출시 및 청년도약계좌 운용 기간 조기 종료 등으로 인해 정책금융 지원의 일관성이 저해되고 상품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 등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향후 신규 금융 상품 출시가 필요한 경우 사전에 면밀한 제도설계를 통해 유사 상품 출시가 반복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안전 △국민 삶 개선 △저출생 대응 △국가균형발전 △지속 가능한 미래성장 등 5대 예산 증액을 예고했다. 국회가 예산안을 증액하려면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 국회는 심사·의결을 통해 감액만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법정시한인 12월 2일 안에 예산안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11월 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 때나 2021년 코로나19 위기 시기에 경기가 위축되자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진영과 무관하게 정부는 적극적 재정 기조로 대응했다”고 강조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법정시한 내 처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예결위 의결은 민주당이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2024년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사업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예산안을 단독 수정해 통과시킨 바 있다. 단독 처리를 막아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법정시한을 넘기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야 자동 상정을 멈출 수 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