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보도 후 1년3개월 만에…총 채무액 2000억 육박, 대표는 15개월째 해외 도피

하지만 갤러리K는 2024년 1월경부터 일부 투자자에게 약속한 원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면서 갤러리K 실체에 대한 의구심은 커졌다. 일요신문은 갤러리K 투자자들 제보를 기반으로 갤러리K 사기, 유사수신 등 의혹을 2024년 7월 5일 처음 보도했다(관련기사 [단독] 아트테크 사기 또 터지나…‘연매출 600억’ 갤러리K에서 벌어진 일).
갤러리K 딜러들은 투자자에게 원금 보장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투자자가 구매한 미술품을 갤러리K에서 나중에 다시 매입해준다는 ‘재판매 책임제’를 근거로 내세웠다. 이 같은 유사수신 의심 행위는 일부 딜러의 일탈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있다. 갤러리K 임원이 작성한 딜러 교육 자료에 재판매 책임제는 실질적인 원금 보장 효과가 있다고 적시돼 있다.
갤러리K는 미술품 임대 수익만으로 투자자에게 연 8% 수익을 공유하기도 어려웠다. 아트테크 상품을 판매한 갤러리K 딜러가 높은 수수료를 챙겼기 때문이다. 갤러리K 초창기 딜러가 받는 수수료는 3년간 최대 30%에 달했다. 2020년 25%로 인하됐다. 이에 비해 갤러리K 미술품 임대 수익은 연 12%에 불과했다. 미술품 임대 수익 가운데 딜러 수수료를 제하고서 투자자에게 연 8% 수익을 보장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갤러리K 측은 일요신문의 최초 보도 당시 “근거 없는 추측성 기사”라며 사기, 유사수신 등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갤러리K는 2024년 7월 15일 일요신문에 보낸 내용증명에서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로 갤러리K 임직원들은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기사 삭제나 정정 보도를 요청한다. 요청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갤러리K는 일요신문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였다. 갤러리K는 2024년 7월 18일 일요신문에 다시 내용증명을 보내 “기사가 업로드된 직후부터 입은 피해액에 대해 추후 구체적인 보상액으로 환산해 청구할 예정”이라며 “당사 입장을 다시 작성하며 매우 안타까움을 느낀다. 일요신문이 미술시장을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기사를 보도했는지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갤러리K 측은 일요신문이 악의적으로 보도를 했다며 투자자들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갤러리K 한 관계자는 일요신문 기사 내용에 관해 물어본 한 투자자에게 “언론사에서 업체한테 돈 뜯어내려고 과대 해석한 편파적 기사로 업무방해를 한다. 가볍게 무시했더니 보복성으로 기사를 냈다.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답했다. 갤러리K 또 다른 관계자는 “사고 친 임원이 해고되고 기자를 사주해서 악성 보도를 했다”고 투자자에게 말했다.
갤러리K 관계자들은 여론 호도도 시도했다. 갤러리K 관계자들은 2024년 8월 7일 일요신문 기사 댓글에서 “도대체 누가 피해자인가? 미술시장 선순환을 위해 갤러리K와 같이 하고 있는 작가와 직원들과 고객들이 가장 큰 피해자” “선량한 고객과 딜러 그리고 정도(正道) 영업을 하는 회사를 기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갤러리K 투자자들은 사기, 유사수신 등 혐의로 갤러리K와 딜러들을 잇달아 고소했다. 당초 갤러리K 사건 수사는 갤러리K 본사가 위치한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맡았다. 전국 각지에서 고소장 접수가 계속되면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2024년 10월 이송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사기, 유사수신 등 혐의가 인정된다며 갤러리K 딜러 등 관계자 120여 명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지난 10월 29일 송치했다.


일요신문이 확보한 갤러리K 딜러 실적 자료에 따르면 10억 원 이상 매출을 낸 딜러는 50명이었다. 매출 1위 딜러 실적은 55억 원에 달했다. 5억 원 이상 매출을 낸 딜러는 총 136명에 달했다. 범죄 행위로 취득한 금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가중처벌된다. 원금 미반환 사태가 시작된 2024년에도 딜러들의 아트테크 영업은 계속됐다. 갤러리K 딜러 3명은 2024년 상반기에만 10억 원 이상 매출을 냈다.
갤러리K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갤러리K가 아트테크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투자 원금은 총 1600억~1700억 원 규모였다. 아트테크 외 다른 사업 명목으로 투자받은 돈까지 합산하면 갤러리K 총 채무는 2000억 원에 육박했다.
김정필 갤러리K 대표는 2024년 8월 23~24일경 해외 출국 후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김 대표 해외 도피는 계획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는 해외 도피 직전인 2024년 8월 21일 갤러리K 경영에 관한 모든 권한을 임원 5명에게 위임하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같은 날 김 대표는 법인카드로 1억 1000만 원 결제를 했다. 도피 자금 마련을 위한 ‘카드깡’으로 의심된다.
김 대표는 해외 도피 직전 또 다른 투자 사기 사건으로 20억 원 손해배상 판결이 확정된 상태였다. 김 대표가 갤러리K 설립 전 부사장으로 일했던 업체 ‘FMI글로벌’은 투자 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 FMI글로벌은 외환 투자 등을 통해 창출한 수익을 분배하겠다며 투자금 수백억 원을 모집했던 회사다. 하지만 사기 의혹이 불거지자 FMI글로벌 대표 배 아무개 씨는 2018년 4월경 해외 도피했다. 배 씨에 대한 형사 사건은 소재 불명을 이유로 기소 중지됐다. 배 씨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형사 사건과 별개로 FMI 투자자들이 김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20억 원 규모 손해배상 민사소송은 계속됐다. 1심은 김 대표에게 20억 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2023년 11월 판결했다. 김 대표는 항소했지만 2024년 7월 3일 기각됐다. 김 대표는 2024년 7월 22일 상고했다. 법원은 김 대표가 상고 비용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며 다음 날인 2024년 7월 23일 보정명령을 내렸다. 김 대표 측이 보정명령에 응하지 않으면서 2024년 8월 8일 상고는 각하됐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