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엠제트아트’ 1년째 수사 미궁 빠질 위기…또 다른 갤러리 피해자 수사 기다리다 세금 추징당해

엠제트아트 수사는 미궁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지난 7월경 해외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A 씨 사망 소식을 파악했지만 엠제트아트 수사를 아직 종결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대다수는 A 씨 사망 소식을 모르고 있다.
A 씨는 엠제트아트 설립 전 다른 사기 사건에 연루돼 재판 받고 있었다. 해당 재판은 A 씨 사망을 이유로 지난 8월 말 공소 기각됐다. A 씨는 또 다른 사기 혐의로 기소돼 2016년 12월 징역 4년에 처해져 실형을 살기도 했다.
엠제트아트는 월 1~2% 고정 수익과 투자 원금 보장을 내세우며 미술품 투자자를 모았다. 투자자가 구매한 미술품을 전시하거나 다른 곳에 임대하는 등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고 홍보했다. 또한, 계약 기간 종료 후 원금을 반환해준다며 “예적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안전한 재테크”라고 강조했다.
아트테크 사기 의혹이 불거진 다른 갤러리들과 거의 똑같은 영업 방식이었다. 아트테크 사업을 표방하던 갤러리 ‘지웅파인아트’와 ‘갤러리K’는 각각 2023년 10월경, 2024년 8월경 수익금 지급을 중단하며 투자자들 고소가 이어졌다. 엠제트아트는 다른 갤러리 사기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피해자들은 저희를 똑같은 업체로 취급하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타당치 않은 이야기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사실과 무관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결국 엠제트아트도 사기 의혹에 휩싸였다. 2024년 11월부터 수익금 지급과 투자 원금 반환을 중단했다. 엠제트아트가 운영하던 네이버 카페에는 2024년 11월 1일 ‘활동 중단 안내’ 공지가 올라왔다. 엠제트아트 부장과 이사라고 스스로를 칭한 글 작성자는 “대표 A 씨가 해외로 있는 것으로 추정돼 회사 운영이 중단됐다”며 “금일 투자자분들과 같이 1차 고소장 접수가 진행됐다. 앞으로 고객님들 옆에서 알고 있는 모든 진실과 정보를 공유하며 끝까지 고객님들 편에 있겠다”고 밝혔다.
일요신문은 2024년 11월 11일 엠제트아트 사무실을 찾았다. ‘활동 중단 안내’ 공지를 올린 직원 2명을 만날 수 있었다. 해당 직원들은 “10월 31일 출근해보니 대표 A 씨 사무실이 비어 있었다. 컴퓨터와 각종 문서도 사라진 상태였다. 전날(10월 30일)까지만 해도 대표 A 씨와 평소처럼 회의했다”며 “엠제트아트가 미술품으로 수익을 얼마나 냈는지 모른다. 대표 A 씨만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엠제트아트 직원들이 이제 연락이 안 된다”며 “투자자들을 도와주는 척 쇼를 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대표 A 씨가 홀로 해외 도피를 기획하고 실행했는지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엠제트아트는 대표 A 씨 잠적 즈음 파산 직전이었다. 피해자들이 확보한 엠제트아트 법인카드 거래내역에 따르면 2024년 10월 30일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한 뒤 법인카드 잔액은 약 56만 원이었다. A 씨는 잠적 당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를 잘 아는 지인은 “A 씨는 과거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후유증을 앓았다. 주 3회 투석 치료를 계속 받아야 했다”며 “A 씨가 해외 도피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엠제트아트 피해자들은 새로운 투자자에게 받은 돈으로 앞선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를 당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엠제트아트가 미술품을 활용한 사업으로 수익을 냈다면, 대표 A 씨가 사라졌다고 해서 사업 수익 또한 한순간 사라질 리 없기 때문이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미술품에서 나는 수익은 매매 차익이 대부분”이라며 “전시, 임대 등 사업으로 연 10% 이상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고 입 모아 지적했다.

그러나 아트테크 사기 사건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2024년 7월부터 고소장이 접수된 갤러리K 사건은 여전히 경찰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김정필 갤러리K 대표는 2024년 8월 말 해외 도피했다. 경찰이 2024년 9월 13일 갤러리K를 압수수색하기 전이었다. 김 대표 소재는 여전히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아트테크 사기 피해자들은 수사가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고통이 커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은행 대출을 받아 미술품에 투자한 피해자도 적지 않은 탓이다. 아트테크 상품을 판매한 갤러리 직원에게 항의했다가 도리어 명예훼손, 모욕 등 고소 협박을 받은 피해자도 여러 명이다.
최근엔 일부 피해자가 세무서로부터 세금 추징 통보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트테크 갤러리로부터 받은 수익금이 기타소득에 해당해 세금 20%를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세금 추징을 당한 피해자는 “사기 피해를 당해 거액을 날리게 생겼는데 세금까지 내라니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아트테크 사기 의혹을 받는 갤러리 직원이 유사 업체를 새로 만드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아트테크를 주사업으로 내세우며 지난 7월 광주에 설립된 한 갤러리는 갤러리K 출신 직원이 주요 직위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초엔 서정아트센터 출신 직원이 서울 성수동에 갤러리를 새로 만들어 투자자들 공분을 샀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아트테크 사기를 일부 갤러리 운영자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거의 똑같은 사기 사건이 반복된다는 것은 미술계에 제도적 허점이 존재한다는 뜻”이라며 “투자금 미반환 사태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아트테크 갤러리에 대해서도 선제적인 조치를 해서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