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익 지급’ 계약 미이행·투자 원금 미반환…대표 부친이자 전속 화가 “작품 빌려주고 제작비만 받아”

보험설계사는 A 씨에게 서정아트센터 아트테크 투자를 소개했다. 원금은 물론 이율도 보장되는 구조라는 설명을 들은 A 씨는 서정아트센터 미술품을 구매했다. A 씨는 미술품 구매금액 0.8%를 매달 저작권료 명목으로 서정아트센터로부터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A 씨는 서정아트센터에서 미술품 저작권을 활용한 전시, 임대, 간접광고(PPL) 등으로 수익을 낸다는 설명을 믿었다.
A 씨는 사실상 투자 원금을 보장 받는 계약도 서정아트센터와 맺었다. 서정아트센터는 최대 3년까지 A 씨가 구매한 미술품을 동일한 금액에 재매입해준다고 계약했다. 법령에 따른 인허가를 받지 않고 원금 보전을 약속하면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유사수신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A 씨는 구매한 미술품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 서정아트센터에서 미술품으로 어떤 수익 활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했다. 하지만 의심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저작권료가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 입금됐기 때문이다. A 씨는 이후 서정아트센터 미술품을 추가 구매했다. 서정아트센터 딜러는 미술품 공동구매를 소개하면서 원금이 보장되고 이율은 기존 계약보다 높은 월 1%라고 강조했다. 계약자가 모두 모집되면 공동구매에 참여할 수 없어 계약 여부를 빨리 정해야 한다고 꼬드기기도 했다.
A 씨는 최근 혼란에 빠졌다. A 씨는 지난 5월 20일 서정아트센터 딜러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서정아트센터 임직원 일동이 작성했다는 사과문이었다. “국세청 계좌 압류 조치로 인해 자금 운용에 차질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5월 20일, 5월 25일 나가는 저작권료를 6월 30일 이후 지급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계좌가 어떤 이유로 압류됐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A 씨처럼 불안에 빠진 미술품 구매자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모이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지난 1월부터 투자 원금 반환을 요청했지만 돌려받지 못한 구매자들도 있었다. 일부 구매자는 5월 저작권료를 주지 못한다는 사과문조차 받지 못했다. 5월 30일 오전 기준 오픈채팅방 참여자는 130여 명이다.
A 씨는 새로운 투자자에게 받은 돈으로 앞선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를 의심하게 됐다. 지웅아트갤러리, 갤러리K 등 사업 구조가 유사한 아트테크 업체의 투자 사기 사건이 2023년~2024년 불거진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결국 A 씨 등 서정아트센터 미술품 구매자들은 이대희 서정아트센터 대표와 딜러들을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서정아트센터는 지난 5월 20일 딜러를 통해 미술품 구매자들에게 사과문을 보낸 뒤 일주일 넘게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미술품 전시가 이뤄지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정아트센터 본사 문도 굳게 닫힌 상태다. 고객센터 전화도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일부 딜러는 “딜러들도 (이대희 대표의) 사기로 의심하고 있다. 피해 인원과 금액이 어마어마하다. 피해 금액은 1000억~2000억 원으로 예상한다”며 이대희 대표를 함께 고소하자고 미술품 구매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딜러는 “세무 이슈가 끝났다고 지난 3월~4월 사내 공지가 나왔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며 “단순 세무 이슈라고 하기에는 의심 가는 부분이 많다. 직원들은 잠적하고 회사 문을 닫았다”고 주장했다.
서정아트센터 체납액은 총 55억 원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개로 이대희 대표 개인의 체납액이 총 70억 원에 달했다. 체납으로 인한 압류는 지난 5월 초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세무서는 서정아트센터 인천검단지점 부동산을 지난 5월 7일 압류했다. 서정아트센터 체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강남세무서는 서정아트센터 인천검단지점 부동산을 지난해 8월 2일에도 압류했다. 압류는 약 한 달 만인 지난해 8월 29일 해제됐다.

900억 원대 아트테크 사기 혐의로 지난 3월 1심에서 정 아무개 회장이 징역 23년을 선고 받은 지웅아트갤러리 사건에서도 서정아트센터가 언급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웅아트 일당은 2018년 4월경 서정아트센터 광주지점을 운영하다가 협업 관계가 결렬되자 2019년 초 지웅아트 법인을 만들었다. 지웅아트갤러리는 서정아트센터와 유사하게 미술품 저작권을 활용한 사업으로 매월 이자를 지급하고, 재매입을 통해 원금을 보장한다며 영업을 했다.
서정아트센터는 미술품 소유권을 제대로 확보한 상태에서 사업을 해왔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서정아트센터 전속 작가 이 화백은 5월 28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작품 소유권은 나한테 있다”며 “작품을 갤러리에 빌려주고 캔버스라든가 물감이라든가 작품 제작 비용을 생활비 형태로 일부 지원받았을 뿐이다.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지난 8개월 동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화백은 또 “저작권료를 줬다는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 저작권을 빌미로 돈을 주고받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달이 저작권료를 지급받았다니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며 “작가가 사후 70년까지 보장 받는 게 저작권이다. 저작권을 양도하는 법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화백은 “국세청에선 내 작품을 아들(이대희 대표)에게 증여한 것 아니냐 의심했지만 막대한 세금을 부담하면서 증여할 이유가 없다”며 “서정아트센터에서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몰랐다. 아들과 연락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서정아트센터는 미술품 판매대금 일부를 미술과 관계없는 다른 사업에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는다. 이대희 대표는 서정아트센터 외에도 여러 법인을 설립했다. 미술과 관계없어 보이는 법인도 여러 곳이었다. 컴퓨터 및 관련기기 제조업체 ‘서정테크놀로지’, 드론 제조업체 ‘패스하이브코리아’ 등이다.
일요신문은 지난 5월 20일부터 서정아트센터에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지난 5월 28일 찾아간 서정아트센터 인천검단지점은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는 지식산업센터에 위치해 있었다. 양 옆으로는 식품 업체가 들어서 있었다. 이날 서정아트센터 인천검단지점에서 마주친 남성은 “모른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남성 뒤로 미술품 액자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약 20분 뒤 이 남성은 자물쇠로 문을 잠근 뒤 승합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