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원 DIP로 회생 재개 추진…전단채는 2033년부터 무이자 변제, 견련파산 땐 회수 가능성 더 낮아져

전단채 피해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회생이 다시 실패했을 경우다. 9월 4일까지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가결되지 않거나 법원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절차가 다시 폐지되고 곧바로 파산을 선고하는 견련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홈플러스의 기존 공익채권성 부담은 6월 29일 수정회생계획안 기준 약 1조 1243억 원이다. 견련파산 시 담보권자와 급여·물품대금·조세와 DIP 금융 등 공익채권을 먼저 갚으면 후순위인 전단채 관련 채권에 돌아갈 재원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2000억 원은 폐지된 회생절차를 다시 이어가기 위한 자금일 뿐 영업 정상화를 보장할 규모는 아니다”며 “이미 공익채권이 1조 원 넘게 쌓였고 매장을 다시 채우려면 상품 매입대금도 필요하다. 2000억 원이 들어와도 밀린 급여와 운영비 등을 지급하면 자금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어 이후 영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회생계획안이 가결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단채 피해자들의 변제는 2033년에야 시작되기 때문이다. 수정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전단채 투자금과 연결된 채권은 개인 투자자 명의가 아니라 롯데카드 2286억 원, 현대카드 2245억 원, 신한카드 280억 원 등 카드사 명의의 회생채권으로 분류돼 있다. 총 4811억 원의 채권을 회생 6차 연도인 2033년부터 2037년까지 무이자로 분할 변제하는 방안이다.
연도별 변제액은 2033년 183억 원, 2034년 751억 원, 2035년 791억 원, 2036년 816억 원이고 전체 금액의 절반에 가까운 2270억 원은 마지막 해인 2037년에 지급한다. 2037년에 남은 자산을 처분해 변제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인데 계획이 이행되려면 홈플러스가 2037년까지 영업을 유지하고 계획한 가격에 자산을 처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이의환 홈플러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3개월 단기상품에 투자했는데 첫 변제를 7년 뒤에 받고 절반 가까운 돈은 11년 뒤에 받으라는 계획”이라며 “기회비용과 물가상승까지 고려하면 피해 회복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실질적으로 잘 수행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전단채 피해자들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 관련자에 대한 형사절차에서 피해 회복의 가능성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기소와 유죄 판단이 이뤄지면 책임자와의 합의나 형사재판상 배상명령,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등을 추진할 근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7월 16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참고자료와 의견서를 제출하고 홈플러스 경영진과 김 회장 등에 대한 수사 확대와 조속한 기소를 요구했다.
김병주 회장 개인의 형사책임이 인정될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의 금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회생신청 가능성을 알고도 전단채 발행을 계속한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이를 곧바로 김 회장의 책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김 회장이 전단채 발행이나 회생신청 결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사실까지 입증돼야 개인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